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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강하구 이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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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록(87) 씨는 칠십 평생을 전류리 어부로 살아왔다. 김포 대곶에서 태어난 뒤 열일곱 나이에 자리 잡은 전류리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쌓여 가는 나이만큼 변해가는 전류리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나이 열일곱에 그는 처음 바다에 나가 그물을 던졌다. 당시 2.5t 목선을 타고 온몸으로 노를 저었다. 그물도 나무껍질을 삶아 만든 것이었다.

▲ 한강하구 최전방 전류리 포구에서 깃발을 단 동력 조각배가 조업에 나서고 있다. /인천일보DB
▲ 한강하구 최전방 전류리 포구에서 깃발을 단 동력 조각배가 조업에 나서고 있다. /인천일보DB

“조강(祖江)에 한번 그물을 던지면 목선이 가라앉을 정도로 물고기가 넘쳤어.” 철 따라 갖가지 물고기가 그물에 달려 나왔다. 황복·웅어·참게·뱅어·새우·장어·메기·깨나리 등 팔뚝만 한 것부터 손가락만 한 것까지 한 그득이었다.

5월 초~6월 보름은 복 중에서도 으뜸인 황복이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맛이 좋아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웅어도 4~5월이면 발에 차였다. 황복과 웅어 모두 양식이 불가능한 회유성 어종도 산란 철에 조강으로 떼를 지어 올라왔다.

뱅어는 가마솥에 넣고 팔팔 끓여 말리면 그윽한 향내가 나 술안주로 그만이었다. 참게는 한 마리에 1만5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쇠고기 1근도 그 값에 맞먹지는 못할 때였다.

▲ 전류리 최고령 어부 심상록씨가 황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15년 전의 심씨(왼쪽/출처=인천일보DB)와 지금의 심씨(출처=김포문화원)
▲ 전류리 최고령 어부 심상록씨가 황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15년 전의 심씨(왼쪽/출처=인천일보DB)와 지금의 심씨(출처=김포문화원)

잡은 고기는 굳이 시내로 내다 팔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외지인과 객들이 안달하며 몰려들었다. 당시 어민들은 연간 5000만 원을 벌었다. 심 씨가 기억하는 조강은 그야말로 ‘황금어장’이었다.

그러던 전류리에 6·25전쟁 후 강에 어로한계선이 그어졌고, 전류리 포구 아래쪽 200여m에도 부표가 띄워졌다. 배에는 가로, 세로 1m 크기의 빨간 깃발을 달아 군대의 통제를 받았다. 배엔 엔진도 달지 못했다. 월북을 막는 수단이었다.

1980년대 말 한강에 수중보를 세우는 등 각종 개발의 물결이 일었다.

“밀물 때면 물발이 엄청 세 서울 쪽으로 배가 떠밀려 갈 정도였지. 지금은 물골이 메워져 물살도 약해졌어.”

수중보와 일산대교, 김포대교 등 각종 공사로 조강에 흙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물발이 약해졌다. 썰 때 8m에 달하던 강 수심이 지금은 조금 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흙무덤이 됐다. 정화조를 거치지 않은 각종 오·폐수가 조강으로 흘러들어 집에선 창문도 열지 못할 만큼 악취가 심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웅어나 황복 등 회유성 물고기는 길목이 막혔고, 모래 채취로 부유물이 일면서 아가미에도 앙금이 끼었다. 종류와 크기에 상관없이 물고기는 급격히 줄었고, 어민들도 더 이상 뱃일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

김포시는 전류리 포구 어민들의 1년 총 어획량을 조사하기도 했다. 선박과 어업권에 대한 보상계획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어민들이 평생 피땀 흘려 가꿔온 터전을 고작 돈 몇 푼 쥐어주면 되는 것인 줄로 알지!” 심 씨는 가슴이 먹먹했다.

김포 최고령 어부 심씨는 가업을 이은 둘째 아들과 ‘태창호’에 오르고 공판장도 운영한다. 그동안 전류리 포구도 많이 변했다. 황복도 간간이 모습을 비친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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