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외신인도 관리를 위해 올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힘을 싣는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헤드쿼터’(지역 본부)를 만들면 올해 한시적으로 투자액의 75%까지 현금 보조금을 지원한다. 비수도권에 외국인 투자가 이뤄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될 경우 별도 면적 상한 제한을 적용받지 않고, 해당 외투 기업은 세제·재정·정주 여건 개선 등 ‘패키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가로막혔던 주주환원 촉진 세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강화도 다시 추진한다. 세계국채지수(WGBI) 실제 편입 때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국채를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전면 개편하고, 외환시장 인프라·접근성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관계부처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27일 진행된 관련 브리핑을 통해 “대내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이 민생 개선이라면, 대외적으로는 신인도를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외국인 투자 구역은 기회특구 제한 면적서 제외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특히 올해에는 ‘한시적’으로 한층 더 강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일정 용도와 비율 이상으로 우리나라에 투자할 경우, 정부가 일정한 자금을 현금으로 지원해 준다.
지금은 투자금의 최소 30%, 최대 50%를 보조해 준다. 정부는 이를 최소 40%, 최대 50%까지로 상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R&D) 센터, 글로벌 기업 지역본부, 국가첨단전략기술 50% ▲신성장·첨단·소재부품장비(소부장) 45% ▲대규모 고용, 지역특화산업 등 40%다.
특히 올해엔 한시적으로 이 혜택을 ‘대폭’ 확대한다. 현행 대비 5~20%포인트(p) 상향하기로 한 것보다 한시적으로 10~25%포인트(p) 더 올리는 것이다. 특히 국가첨단전략산업 관련 R&D 센터와 글로벌 기업 지역본부의 경우 ‘75%’까지 현금을 보조해 주기로 했다. 이밖에 올해 한시적 현금 보조금 최대한도는 ▲기타 R&D 센터, 국가첨단전략기술 60% ▲신성장·첨단·소부장 55% ▲대규모 고용, 지역특화산업 등 50%다.
이렇게 지원되는 외투 현금 보조금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간 분담률도 조정된다. 특히 비수도권과 기회발전특구에 대해선 국비 분담 비율을 현행보다 10%p 올리기로 했다. 현행 비수도권에 대해 국가 대 지자체 분담률은 60대40인데, 70대30으로, 기회특구는 70대30에서 80대20으로 바뀐다. 수도권 외 지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을 고려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확대해 지방의 부담을 덜어주잔 차원이다.
또 광역시·도별로 면적 상한이 제한된 ‘기회발전특구’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 이뤄진 면적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런 기준은 기존 외국인 투자분에도 소급해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A 광역시는 기회특구로 지정될 수 있는 최대 면적이 150만평(4.95㎢·도는 200만평)인데, 외투기업 면적이 10만평이라면 160만평의 기회특구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수출입은행에선 외투기업에 대한 우대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유턴기업 수준 이상으로 대출 금리·한도 혜택을 제공하고,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이 모자펀드로 매칭하는 외투 촉진 펀드 신설도 검토된다.
◇ 밸류업 촉진 세제 지원 재추진… 저성과 기업 상장폐지 쉽게
자본시장 선진화 작업도 계속 추진된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던 주주 환원 촉진 세제와 ISA 세제 지원 강화 등 ‘밸류업 촉진 세제 지원 패키지’가 지난해 말 국회에서 무산됐는데, 이를 다시 추진한단 방침이다.
주주 환원 촉진 세제는 상장 기업이 주주 환원을 예년보다 더 많이 할 경우, 직전 3년 대비 5% 초과분에 대해 법인세 5%를 세액공제 해주고, 해당 개인 주주에겐 직전 3년 대비 배당 증가분에 대해 배당소득을 9%(원래는 14%)로 저율 과세해 주는 것이다. ISA 세제는 현 납입한도(연 2000만원·총 1억원)와 비과세 한도(200만원·서민형 400만원)를 각각 연 4000만원(총 2억원), 500만원(서민형 1000만원)으로 확대하고,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만 투자 가능한 ‘국내 투자형 ISA’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저성과 상장 기업을 증시에서 효율적으로 퇴출하도록, 상장폐지 절차도 간소화한다. 상장폐지 심사 시 거래소가 부여하는 최대 개선기간(코스피 4년·코스닥 2년)과 심의 단계(코스피 2심제·코스닥 3심제)를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합병·분할 시 이사회 주주 이익 보호 규정을 신설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공모 신주의 20%를 기존 주주에 우선 배정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 국채투자·외환시장 인프라 개선 작업 계속
정부는 오는 11월 한국 국채의 WGBI 실제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 국채 투자 인프라 확충 5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우선 글로벌 수탁은행 또는 자산운용사가 외국인 투자자를 대신해 증권·외환 거래를 일괄 수행하는 통합 매매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수탁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에 속한 하위펀드별로 계좌 개설·매매 등 거래 절차를 수행해야 했는데, 수탁은행 대표 명의로 대행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것이다.
한국 국채에 투자한 외국인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것과 관련한 ‘신청’ 절차도 간소화한다. 국세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적격외국금융회사’(QFI)의 범위에 개별 수탁은행들이 일일이 등록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비과세 신청서를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국채를 환매조건부 매매(RP) 등 담보 거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비해, 우리나라 국채의 활용성을 넓히기로도 했다.
올해 6월부터는 국채 선물시장이 야간에도 운영된다. 지금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45분까지 여는데,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야간에도 개장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채 파생 상품 접근성을 제고한단 방침이다. 국고채전문딜러(PD) 기관 은행을 1~2곳 더 선정하고, 개인투자용 국채 5년물도 신규 발행할 방침이다.
국채 시장뿐 아니라, 외환시장 인프라 개선 작업도 지속한다. ▲외국금융기관(RFI) 경상거래 환전 허용 ▲전자거래 시스템 활성화 ▲원화 중개 인프라 선진화 ▲원화 거래 ‘컷오프(cut-off)’ 타임 완화 ▲RFI 외환 전산망 보고 의무 위반 계도 기간 올 상반기까지 추가 연장 등을 통해서다.
이밖에 정부는 잠재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60조원 규모로 운영하고,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도 경상 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기로 했다. 2금융권의 신용·기타대출까지 모두 포괄해 대출 여력에 산정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는 예정대로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일시적 경영 위기를 겪는 유망 중소기업을 위한 ‘선제적 구조개선 프로그램’ 지원 확대와 함께 ‘기업구조조정’과 ‘도산’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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