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올해 트렌드로 ‘초개인화’, ‘맞춤 소비’와 더불어 ‘저속노화’를 제시했습니다.
저속노화가 트렌드로 꼽힌 것은 소비자들이 느리게,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에 관해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외식업계도 저염, 저칼로리 등 이에 맞는 메뉴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2일 정부와 식품 업계에 따르면 저속노화의 핵심은 ‘건강한 식단’입니다. 혈당지수가 낮은 통곡물과 가공하지 않은 채소·과일, 적당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액상과당 등 당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혈당 스파이크를 줄여 몸에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노화를 늦추는 원리입니다. ‘탕후루’와 ‘마라’에 빠졌던 MZ세대까지 저속노화 열풍에 동참하면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챙기는 게 전 연령대에 걸쳐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속노화 트렌드에 식품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제로(Zero) 푸드’를 잇따라 선보인 것이 한 예입니다. 제로콜라 등 탄산음료는 물론이고 주류, 두유, 아이스크림, 통조림, 과자, 숙취해소 음료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롯데웰푸드가 출시한 무설탕·무당류 ‘제로 초코파이’는 출시 50일 만에 600만 봉이 판매됐다고 합니다. 최근 3년간 GS25에서 판매된 저당, 저칼로리, 제로슈거 등 제품군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2년 93.3%, 2023년 126.3%, 2024년 8월 기준 77.9%로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속노화 열풍에서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았습니다. 쌀이 혈당을 높이고 살찌기 쉬운 탄수화물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쌀 소비량은 실제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쌀 소비량도 역대 최저치를 연이어 경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쌀이 영양학적 가치가 높다는 점은 과학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규명되고 있습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지난 2014년 호주 시드니대 병원 연구진과 함께 한식과 서양식을 비교해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한식 도시락을 먹은 환자군이 양식 도시락을 먹은 환자군에 비해 허리둘레가 더 많이(한식 -5.1cm, 양식 -3.4cm) 줄었습니다. 한식군의 공복 혈당은 5.1mg/dl가 감소했지만 양식군의 공복 혈당은 0.5mg/dl가 증가했습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쌀은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다. 쌀밥을 먹을 땐 정제 탄수화물인 빵·면을 먹을 때보다 인슐린 분비가 적어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며 “쌀이 혈당을 높여 건강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깨기가 힘들어 고민”이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신품종 ‘가루쌀’은 새로운 건강 원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빵과 면의 소재인 밀을 대체하는 성격인데 밀과는 다르게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식재료입니다. 가루쌀은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연구를 통해 개발된 새로운 품종으로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쌀 품종이지만 전분 구조는 밀과 유사합니다. 특히 쌀 고유의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은 그대로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가루쌀을 활용한 식품 개발을 희망하는 기업들을 선정해 제품 개발에 필요한 원료 구매, 개발, 생산, 홍보 등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쌀 공급 과잉 해소 대책의 일환입니다. 이에 신세계푸드, 농심, 삼양식품, CJ푸드빌 등이 제품을 개발하고 잇따라 판매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국산 가루쌀로 만든 음료 ‘라이스 베이스드’를 출시했고, 농심은 가루쌀이 함유된 건면을 활용한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 삼양식품은 ‘우돈사골곰탕면’ 등을 내놨습니다.
정부는 가루쌀의 생산량을 2027년까지 20만톤(t)으로 늘려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루쌀의 보급 확대를 통한 경제적 효과도 기대됩니다. 쌀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수입 밀을 대체해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루쌀이 소비자들에게 좀 더 사랑받으려면 가루쌀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한 새로운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올해 이어질 저속노화 열풍에서 가루쌀이 더 주목받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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