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독주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이들 기업이 꺼낸 카드는 유망 로봇 기업 인수합병 및 지분 참여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인간의 신체 구조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인간형 로봇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거나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로봇은 다양한 센서, 카메라,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해 환경을 인식하고, 인간의 동작을 모방하거나 특정 작업을 수행한다.
삼성, 미래로봇추진단 신설·로봇TF 꾸려 개발 총력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인간형 로봇 시장 규모는 2035년 380억달러(약 55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 출하량은 14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지난해 발표했던 보고서와 비교하면 시장 규모는 6배, 출하량은 4배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휴머노이드 기술은 미국,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피규어AI와 테슬라의 옵티머스, 중국 유비테크, 유니트리 로보틱스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 LG는 이들과 경쟁에서 유망 로봇 기업 지분투자와 인수를 단행해 이들 기업과 시너지 확대를 모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이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는 한편 시너지협의체도 신규 운영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초부터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 회사 지분 투자에 나섰다. 삼성은 미래로봇의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 기반의 토대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4’에선 “올해 AI 기능을 적극 도입해 로봇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2021년부터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해 현재는 여러 부서에서 프로젝트별로 로봇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LG, 가전과 연계해 상업용 로봇 확대 속도
LG전자 역시 로봇사업을 미래산업으로 낙점하고 투자에 적극인 한편 관련 기술 개발에도 적극이다.
LG전자는 2018년 산업용 ‘로봇팔’을 만드는 로보스타 인수를 비롯해 국내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와 미국 AI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 투자 등을 단행하는 등 로봇 사업 확대에 적극이다. 베어로보틱스에는 약 8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고, 이를 토대로 상업용 로봇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또한 LG전자는 2024년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BS사업본부 산하의 로봇사업을 생활가전 솔루션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로 이관했다. 로봇 역량을 높이고 기존 가전사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가정용 로봇 시장은 높은 가격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성장 속도가 더딘 점을 감안해 가전과 접점을 늘리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4년 6월 미국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에 방문해 휴머노이드 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며 로봇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노규찬 LG전자 로봇사업담당(상무)은 “LG전자가 쌓아온 고도화된 AI 로봇 기술 역량과 빅테크 기업의 AI 플랫폼 기술 시너지를 통해 미래 신사업인 로봇 분야에서 고객경험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정인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로봇 시장도 해외처럼 인공지능(AI), 센서, 감속기 등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며 “국대 다양한 기업들이 관련 시장 개화를 대비해 기술 개발과 투자 등을 진행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만큼 로봇 시장 확대 시점은 빨라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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