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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트럼프 만나자마자 中알리와 동맹 선언… 정용진 ‘승부수’ 던진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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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올해 조인트벤처(JV) 합작법인을 세운다. 양사는 G마켓(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JV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한국과 중국 자본이 5대5로 투입된 새로운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회사가 생기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던진 승부수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정 회장이 미국 방문 후 나흘 만에 중국 대표 기업 알리바바와의 합작투자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올해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동경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적자상태인 G마켓을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한 알리바바와 협업하는 구도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G마켓의 재정 상태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6월 3조4400억원을 투입해 이베이코리아로부터 인수한 G마켓의 같은 해 영업이익은 59억원 적자였다. 이후 2022년 영업이익은 654억원으로 적자가 증가했고, 2023년에도 321억원 적자였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한중 유통 기업의 동맹 배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면담한 뒤 지난달 22일 귀국한 이후 선보인 첫 번째 행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5박6일간 체류했다. 당시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 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등을 만나 사업을 비롯한 여러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사업을 전개 중인 정 회장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얘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해당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29일 G20(주요 20국)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해당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29일 G20(주요 20국)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 집권 2기 대비하는 알리… 신세계의 가교 역할 가능성 제기

신세계의 전략에 대해 업계에서는 양사의 니즈(Needs·욕구)가 맞아떨어진 협업으로 본다. 미국 시장 직진출이 막힌 상황에서 한국 시장은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신세계가 미국과 알리를 잇는 가교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신세계 입장에선 중국 거대 자본을 통한 합작법인으로 G마켓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제품에 대한 제재에 따라 알리가 G마켓과 손잡고 우회 노선을 구축하고자 한 것도 이번 동맹 목적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집권 2기의 중국 억제 정책에 따라 중국이 미국 규제를 피해 한국을 해외 진출의 전진 기지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제 상품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집권 1기 초기에 검토했던 중국 소유 기업에 대한 제재보다 강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제재 검토 기업으로 알리바바와 틱톡의 바이트댄스를 언급한 바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멕시코에 생산 설비를 마련해 무관세 혜택을 누린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며 “관세 장벽 대응책을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 입장에서 재정적 부담이 큰 G마켓을 독자적 노선을 타도록 한 뒤 ‘G마켓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사업 중 G마켓만 알리와 파트너십을 맺겠다고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마켓을 안고 가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알리와 합작법인을 5대5로 설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장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보다 그룹 내 이커머스 사업인 이마트·SSG닷컴과의 연계성을 서서히 지운 후 엑시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신세계 측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과 알리바바와의 합작투자는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타임라인상 마치 미국 방문 후 G마켓-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합작법인 설립이 이뤄진 것처럼 보일 순 있다”면서도 “정확한 일자를 밝힐 순 없지만 각 사안은 별개로 진행됐다. 합작법인 사안은 미국 방문 이전부터 이미 상당한 시간을 들여 이뤄진 걸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G마켓 엑시트 가능성도 부인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모습. /연합뉴스

◇유통 공룡기업 동맹이지만… “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 반전 방안 마련해야”

업계는 양사의 합작법인으로 인한 파급력이나 시너지 효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한다. 시너지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기업과의 협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까지 형성된 탓이다. G마켓은 이마트의 주요 계열사로, 이마트 주가는 지난해 12월 30일 종가 기준 6만3400원을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보다 6.90%(4700원) 내렸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26일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전략적 동맹을 맺는다고 발표한 게 여전히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감이 선반영된 결과”라며 “중국(C)커머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했던 개인정보 유출이나 발암 물질 제품 배송 등 위험을 굳이 무릅쓸 소비자는 없다. G마켓 셀러들도 열 명 중 서너 명꼴로 플랫폼을 옮긴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G마켓과 알리의 특장점이 합쳐졌을 때 국내 이커머스 판도가 바뀔 정도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지금 전망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양사의 구체적인 전략이나 계획은 아직 나온 게 없다”면서도 “다만 본격적인 합작법인 설립 전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만큼, 이를 반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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