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고, 이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 11일 만에 대통령으로서 권한이 정지되면서 내란죄 수사와 헌재의 탄핵심판을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국회의 신속한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너무도 컸다. 유·무형의 천문학적인 국가적 손실은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고, 그 후유증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도 커진다. 예단할 순 없지만 민의와 여론은 이미 ‘벚꽃 대선(4월 중순)’, ‘장미 대선(5∼6월)’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다. 이제 헌재의 시간이다. 「편집자 주」
# 45년 만의 비상계엄, 대한민국을 뒤흔들다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반국가 세력과 종북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전격 발표했다.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의 계엄이었다. 담화 직후 계엄사령부는 포고령 1호를 발표했다.
국회의원들은 계엄 해제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로 집결했다. 4일 0시 49분 국회 본회의가 개의됐고, 오전 1시 1분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 27분 두 번째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계엄 선포 6시간 만이었다. 계엄 사태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고, 사회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날이 밝으면서 국가기관들은 정상 작동을 시작했고,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 주요 군 장성들의 행적도 속속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국회 봉쇄와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들도 군 관계자들에게서 나왔다.
야당은 즉각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서며 대통령 퇴진 공세에 돌입했고, 여당에서도 한동훈 대표의 친한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을 향한 책임론이 커졌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1차 탄핵안 표결을 불과 7시간 앞두고서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세 번째 담화를 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이 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2선으로 후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뒤 탄핵안 표결에 불참했다. 탄핵안은 의결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야당은 2차 탄핵안을 발의했고, 여당은 탄핵 대신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라는 명목 아래 윤 대통령에게 ‘2월 퇴진·4월 대선’ 또는 ‘3월 퇴진·5월 대선’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3차 담화 이후 5일 만에 4차 담화를 발표하고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돌연 공세적 태세로 전환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는 국민의 강한 비판과 반발을 야기했고, 탄핵 찬성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14일 오후 2차 탄핵안 표결에 참여했고, 탄핵안은 찬성 204표로 가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서명한 탄핵소추 의결서는 오후 7시 24분 대통령실에 전달됐고,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됐다. 같은 날 오후 6시 15분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은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 조기 대선이냐 부활이냐…공은 헌법재판소로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국민의 시선은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돌입함에 따라 탄핵안 인용 여부와 함께 인용될 경우 대통령선거가 언제 치러지게 될지 향후 일정에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헌법재판소의 선고 시기다. 헌법재판소법 38조에 따르면 헌재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안에 선고를 마쳐야 한다. 헌재에서 탄핵안을 인용하면 대통령은 파면되고,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68조에 따라 두 달 내 대선이 실시된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이르면 4월 중순(벚꽃 대선), 5∼6월(장미 대선), 8월(여름 대선)이 모두 가능한 상황이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직무 정지라는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하고 헌재 재판관 퇴임 일정을 감안할 때 6월 이내에 대선이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 사건의 경우 ‘집중 심리’를 통해 선고 소요 기간을 180일보다 앞당겨 왔고, 실제 국회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소요됐던 전례에 비춰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 후 치열한 법적 다툼을 예고한 만큼 내란죄 성립 여부 등을 두고 법리 다툼이 장기화된다면 여름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탄핵소추안은 비상계엄 선포·유지·해제 과정에 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다고 적시했다. 이번 비상계엄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 선포 요건에 맞지 않고, 포고령 1호에서 국회의 정치활동을 제한한 것도 위헌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윤 대통령은 ‘야당의 폭주에 맞서 불가피한 경고성 조치’이자 대통령의 ‘통치 행위’여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으로 혼란이 이어지는 만큼 가급적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권한대행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헌재 재판관 임명을 두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 추천 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함에 따라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에 8인 체제를 갖춘 헌재는 최종 선고일을 신속히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정식 변론이 시작된다.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할지, 기각 또는 각하할지 늦어도 여름 전까지는 탄핵심판 인용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