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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 횡행 KBS 시청자위…KBS 측 “잘 새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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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연합뉴스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소외계층 몫의 시청자위원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고 이를 들은 KBS 간부가 “송구하다”고 답한 일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날 회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사태를 축소하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KBS는 지난달 19일 진행된 12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같은 달 26일 공개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선 홍승철 위원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반복했다. 장애인 소외계층 몫으로 임명된 홍 위원은 개신교 목사이자 사단법인 행복을 나누는 복지법인 이사장으로, 2022년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의장(대통령 윤석열)표창을 받았다.

홍 위원은 지난해 11월14일 KBS 1TV에서 방영된 ‘다큐인사이트-이웃집 아이들’을 문제 삼았다. ‘이웃집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별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라는 취지로 성소수자 부부와 네 살 쌍둥이 딸 네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달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 TV 시사·다큐 부문 수상작이다.

홍 위원은 “동성애 커플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되고 남자와 남자끼리, 여자와 여자끼리 결혼해도 아름다운 가정을 이를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영방송 KBS가 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방송에서 무지개를 띄워서 마치 동성애를 예찬하고 차별금지법과 여러가지 좋지 않은 문화를 홍보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서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불쾌감을 주었던 프로그램”이라 말했다.

이어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이 시점에 동성애를 조장하고 결혼해서 자식을 낳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조했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또 “다문화 가정이라든지 탈북자 가정이라든지 이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지, 동성애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은 공영방송으로 해서는 안 될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홍 위원의 주장은 성소수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이들의 가시화를 막는 혐오 발언으로, KBS 방송 관련 규정에도 정면 배치된다. KBS가 방송법에 근거해 만든 방송편성규약 제5조는 공영방송 KBS가 “소외 계층과 소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 중 다양한 가족형태 재현에 관한 내용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 중 다양한 가족형태 재현에 관한 내용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도 고루 참여하고 시청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전체 장르에 걸쳐 모든 시각적, 청각적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다양한 가족형태’ 항목은 “방송은 1인 가구, 미성년 부모, 한부모, 이혼가족, 재혼가족, 동성가족, 입양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지 않거나 비정상적 또는 부정적으로 그려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이 밖에도 KBS가 성별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대목이 가이드라인 곳곳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작 송웅달 교양다큐1국장은 홍 위원 주장에 “동성애를 홍보하고자 하는 의도는 정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동성애를 부추기거나 미화시킬 수 있게끔 비추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는 말씀과 그런 비판은 귀에 잘 담고 가슴에 잘 새기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보다 우리 시대에 좀 더 큰 관심사와 좀 더 폭넓은 대중의 관심사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천착하는 쪽으로 다큐멘터리 아이템 선정의 방향을 조금 바꿔볼 작정”이라며 “애정 어린 비판과 소중한 의견 주신 점 감사드린다”고 했다. 교양다큐1국은 박민 전 KBS 사장이 구상해 박장범 현 사장이 시행한 조직개편에 따라 ‘시사교양국’에서 ‘시사’가 빠지면서 생긴 부서이다.

홍 위원은 이후로도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제가 종교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퀴어축제라든지 해서 사회적 갈등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면서 “방송 내용 전체를 한 번 다시 보시면 동성애를 조장하거나 동성애를 찬양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시청자들이 다 그렇게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KBS의 이번 다큐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를 지난해 광복절 당시 ‘나비부인’ 편성 논란에 빗대기도 했다.

이에 표성수 시청자위원장은 “아까 송 국장님께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송구하다는 이야기도 드렸기 때문에 그렇게 양해해 주시는 것으로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홍 위원 발언에 제지가 이뤄진 기록은 없다. 배동희 위원(노무법인 하이랩 대표)이 “기독교에서 반대하는 부분이 차별금지법 내에서 동성애 부분이라서 그렇게 말씀하신 홍 위원님 취지는 100% 공감한다. 그런데 다양성이라는 것은 말씀하신 다문화 가정, 이주민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드러난 다양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존중하고 이해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을 뿐이다.

‘동성애 확대 반대’ ‘성소수자를 보지 않을 권리’ 주장은 대표적인 성소수자 혐오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동성애가 정상적이라 학습시키는 건 동성애 권장’(강충룡 국민의힘 제주도의원), ‘도심 퀴어문화축제를 거부할 권리’(안철수 당시 서울시장 후보·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발언을 혐오 표현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성소수자 집단을 비정상적·일탈적 존재로 규정하는 혐오표현”이 “성소수자 집단 구성원들에게 위축감, 공포감, 좌절감을 야기”한다고 했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선 억압·차별을 겪은 성소수자들이 공적 장소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동이라 했다.

특히 인권위는 SBS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 키스 장면 삭제 논란 당시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지상파 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방송 편성·제작·편집·방영 등에서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해선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아울러 유엔(UN) 인권기구 등은 오랜 기간 한국에 성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왔다. 해외 주요국의 관련 입법 사례로 미국 민권법, 영국 평등법, 독일 일반평등대우법, 호주 차별금지법, 캐나다 인권법 등이 있다.

한편 이날 시청자위 회의에선 노현숙 위원(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수·자유언론국민연합 추천)이 12·3 내란사태 관련 보도를 두고 “‘내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조금 더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좌파집회의 경우에는 성실하게 보도하는 편인가 하면 인원도 축소하지 않고 전달하는 편이고 우파집회인 경우에는 보도를 안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기 위원(THE AsiaN 발행인·한국기자협회 추천)은 “우리 군의 사기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군심을 잡아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하나 준비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정인성 KBS보도국장은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이런 사회 현안에 대한 공정한 보도를 추구하고 있다”며 “(내란죄에 대해) 저희가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양쪽의 입장을 담아서 중립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시청자들한테 궁금한 내용을 설명하는 식으로 제작했다”고 했다. 집회 보도에 대해선 “‘좌파’, ‘우파’ 하셨지만 저희는 그런 차원이라기보다는 ‘찬성하는 집회’, ‘반대하는 집회’ 이렇게 봤다”며 “집회의 규모를 일단 어느 정도 본 다음에 뉴스 길이도 제작하고, 그리고 리포트 반영하거나 단신으로 하거나 그런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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