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독산성 일출 행사에 가려고 했는데 여객기 참사 이후 분향소를 운영한다고 해서 딸이랑 같이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왔습니다.”
1일 오전 9시쯤 오산시청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40대 범미혜씨는 “제주항공을 불과 몇 개월 전에도 이용했다”며 “이번 참사가 남 일 같지 않아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번 참사 희생자 179명에는 부모님 팔순을 기념하고자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던 오산시민 4명 등 일가족이 포함되면서 새해 첫날 아침부터 해돋이 대신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오산 일가족 중에는 초등학생 1명과 고등학생 2명 등도 함께 포함된 탓에 이날 자녀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은 가족 단위 추모객도 많이 보였다.
남편과 두 자녀와 분향소를 방문한 이경민(42)씨는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또래여서 더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훔쳤다. 7살 자녀와 조문을 마친 이준덕(45)씨는 “작년에는 사건·사고도 많았고 저와 철 없는 우리 아이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한 해였던 것 같다”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연대하는 마음으로 왔다. 유족분들께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고등학생 이채민(18)양은 “항공기 교신에 관심이 있어 관련 영상을 많이 접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까웠다”며 “유족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원인이 하루빨리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신년행사를 취소하고 임시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오산 분향소에는 먼저 다녀간 시민들의 근조화환과 유족을 위로하고자 쓴 손 편지, 간식 등이 놓여 있었다. 익명의 한 학생은 “신년이 다가오는 설레임, 혼란스런 주변 상황, 차가운 바깥 날씨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비극이었다”며 “(희생자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편지를 전했다.
지난해 말 여객기 참사를 비롯해 ‘12.3 계엄’ 등 여파로 새해를 암담하게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올해는 희망 가득한 해가 되길 기대했다.
해맞이 행사를 취소하고 회원들과 분향소를 찾은 시민단체 오산르네상스포럼 문영근 상임대표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올해는 안전을 철저하게 준비·대비하는 등 달라진 해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전통시장도 올해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수원 매산시장에서 견과류를 판매하는 한명숙(64)씨는 “시장의 유동 인구는 아예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계엄 이후로 더 심각해졌다”면서도 “새해는 다를 거라고 기대한다. 지난해는 다 떨쳐버리고 올해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신년을 맞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원 지동시장에서 12년간 빈대떡집을 운영한 이모(78)씨는 “12년 동안 지난해 말, 특히 막바지 2주가 가장 힘들었다”며 “그렇지만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어떻게든 극복했으니 새해에는 좋은 일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상인들에게 지금은 장사가 어떠냐고 물어보지도 못할 정도로 참담하다”며 “새해에도 상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니 부디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글·사진 김혜진·전상우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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