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의 글과 그림엔 집중력이 돋아 있다. 문학적 모티브에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가 멋지다. 정사각형의 화면 위로 별과 꽃, 자화상, 글귀가 등장하고, 각 작품이 융합하며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보여낸다. 작가는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과 연옥을 거쳐 다다른 천국과 가장 가까운 현실의 모습이 ‘별, 꽃, 아이’라고 표현된 것에 영감받아 이를 시각화한다. 이와 함께 윤동주의 「서시」에서 시인이 헤아리던 별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사랑과 희망을 담은 시구를 배치했다. 그는 시서화 개념을 재해석하는 작업 방식을 선사한다.
분홍 꽃무늬 벽지가 벽을 한가득 메운 넓은 지하공간 한구석 회전하는 옷걸이엔 드레스, 원피스, 한복 등 모양도, 색도 다르다. 하물며 사진과 영상, 설치, 퍼포먼스, 공공미술, 출판, 패션, 협업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매체를 넘나든다. 그는 정형화된 수묵화와 동양화의 스타일을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매진하다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융합하고 현대화하는 표현 방식이 그만의 색감을 연출한다.
그의 색감에 유독 여겨지는 작업은 ‘꽃’이다. 현란한 색을 사용해 특히 수묵화를 주로 그렸던 동양화가 홍지윤이 선보인 형광색 회화는 어색함이 없이 빠져든다. 그림을 벗어난 다양한 매체 실험은 자신의 꽃을 접목한다. 여기엔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주세페 베르디의’라 트라비아타’도 흘러나온다. 커다란 화면 위엔 먹과 형광 안료가 혼합된 색채로 그려낸 꽃과 시의 구절이 겹쳐 따분함이 없다. 시간이 흘러 홍지윤이 다시 그 길을 걸을 때면 그가 잊고 지내던 작은 꽃은 그림으로 시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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