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작년 한 해 동안 전국 지자체가 ‘고향사랑 기부제’를 통해 800억원을 확보했다고 1일 밝혔다. 기부금이 2023년 650억원보다 150억원(23%) 늘었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현재 살고 있지 않는 고향이나 지역에 기부하고 세액 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지자체에 전달된 기부금은 다양한 사업에 쓰인다. 전남 곡성은 1호 소아과를 만들었다. 경기 안성과 이천은 폭설(暴雪) 피해 복구에 나섰다.
누구든지 올해부터 고향사랑 기부제를 이용해 최대 20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10만원까지 전액 세액 공제하고 10만원 초과~2000만원은 16.5% 세액 공제한다. 예컨대 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10만원)을 이듬해 연말정산으로 돌려받고 기부금의 30%(3만원) 범위에서 답례품을 받아 총 13만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
◇지역 의료 강화하고 자립 준비 청년 지원
곡성은 고향사랑 기부금 8000만원을 확보해 작년 8월 소아과를 열었다. 곡성 주민들은 그동안 소아과가 없어 아이가 아프면 대도시로 왕복 2시간을 다녀야 했다. 현재 의사가 매주 2회 출장 진료를 보며 상주하는 의사를 채용할 계획이다. 곡성은 2억5000만원을 추가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 2억3000만원(92%)을 기부받았다. 곡성 관계자는 “(고향사랑 기부금으로) 인구 소멸 등 지역 문제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충남 부여는 오는 6일 건양대 부여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시작한다. 지역에 유일하게 있던 소아청소년과는 작년 말 폐원했다. 부여는 고향사랑 기부금 5900만원으로 의료 장비를 구입하고 부여병원에 소아청소년과를 신설했다. 김옥선 부여군보건소장은 “지역 필수 의료를 원활하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는 고향사랑 기부금으로 자립 준비 청년을 돕는다. 자립 준비 청년은 아동 양육 시설이나 위탁 가정의 보호가 끝난 청년으로 18세부터 22세까지 정부 지원을 받는다. 성동구는 정부 지원이 끝나는 22세부터 1년간 월 50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작년 11월 모금을 시작해 두 달여 만에 목표 금액 1억9800만원 중 9500만원(48%)을 확보했다.
안성과 이천은 폭설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작년 연말부터 고향사랑 기부금을 받고 있다. 폭설로 인삼 재배 시설, 비닐하우스, 축산 농가 등이 무너져 주민들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지역은 기부금으로 긴급 생활 안정비와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멸치 사이소” 지역 특산물에 텃밭 분양까지… 품절된 답례품도
각 지자체는 이색적인 답례품을 제공하고 있다. 경남 창원은 특산품 멸치 문구 ‘Merch saiso(멸치 사이소)’가 적힌 티셔츠를 선보였다. 부산과 경기 안성은 공공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분양권을 주는데 품절됐다. 광주 동구에서 쌀·누룩·물만 넣어 만든 증류주(월광주), 강원 삼척 농가의 사과 착즙, 경남 사천 명인이 재배한 무농약 토마토도 품절이다.
지역에서 관광하고 소비할 수 있는 답례품도 있다. 충북 옥천은 대청호, 장계 관광지, 금강변 주변에서 탈 수 있는 자전거와 헬멧을 빌려준다. 전남 여수는 테마파크 유월드에서 바이킹 등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입장권을 준다. 경기 과천은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화폐(과천토리)를, 경기 안산은 청바지를 업사이클링(새활용)한 청모자를 답례품으로 준다.
고향사랑 기부제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서 기부한 뒤 포인트를 받아 원하는 답례품을 구매하면 된다. 세액 공제를 위한 기부는 매년 12월 31일 오후 11시 30분 마감된다. 답례품을 위한 포인트는 향후 5년간 사용할 수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