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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의 해’…동지끼리 총질하다 한해 보낸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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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갈등→계파 갈등→복합 갈등’으로 2024년 보낸 與

‘당대표 1명, 비대위원장 3명, 원내대표 3명’ 바뀌며 혼란

“당 어려운 순간 전부 당내 싸움 때문…고집이 위기 자초”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힘든 한해를 보냈다. ‘외부적 요인’보다도 ‘내부적 요인’ 탓에 당이 내내 어둠의 터널을 지났다. 애초 예상됐던 거대야당과의 대결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정 갈등, 계파 갈등에 시달리며 유독 부침이 심한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첫 번째 내홍은 2024년 새해가 밝은 지 3주 만에 불거졌다. 당사자는 국민의힘 총선 정국을 이끌던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이 ‘당(한동훈) 정(윤석열) 갈등’의 씨앗을 제공한 건 김건희 여사였다.

사건은 한 위원장이 1월 18일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서울 강남구의 한 기업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에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다”고 답하면서 시작됐다.

이미 수 차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불편함을 내비쳤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해당 발언을 꺼내자마자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한 위원장을 끌어내리려 했다. 2023년 12월 19일에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던 만큼, 고작 한 달만에 윤 대통령으로부터의 사퇴 요구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당정 갈등이 터지면서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이 일부 식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과 원내 의원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민심 회복에 성공했다. 한 달 만인 지난 2월 26일 당시에는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지역구에서만 최소 150석을 확보할 수 있단 장미빛 전망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회복세는 금세 꺾여버리고 말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3월 4일)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3월 14일)이 열흘 간격을 두고 벌어지며 민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윤 대통령의 대파 사태와 의료개혁에는 잘못된 게 없다는 대국민담화 역시 역효과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윤 대통령 본인의 중간평가였던 22대 총선은 108석만 건지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맺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해 1월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해 1월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두 사람은

두 번째 갈등은 총선 패배 직후 원내대표직을 두고 펼쳐졌다. 국민의힘 제5대 원내대표였던 윤재옥 의원의 후임 인선을 결정할 경선이 4·10 총선 직후 정확히 한 달 뒤인 5월 10일에 열리게 됐는데, 이 자리에 소위 ‘찐윤’으로 평가받던 이철규 의원이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당 상황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으로 당의 단일대오가 흩뜨러진 상황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 안팎에서 강력한 혁신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었다. 이에 당시 새로 태동하던 일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친윤계가 다시 당 주도권을 쥐게될 경우 혁신·쇄신이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터져나온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설은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되기 충분했고, 양측 간 날선 공방이 오고간 끝에 결국 비교적 옅은 색채의 친윤으로 평가받던 추경호 의원이 70표를 얻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하지만 5월의 원내대표 경선은 7월에 열릴 예정이던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세 번째 갈등의 전초전에 불과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 위원장의 뒤를 이어 ‘관리형 비대위’를 표방하며 들어선 황우여 비대위는 총선이 끝난지 3개월 만인 7월 23일에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발표했고, 당 안팎의 시선은 당권의 향방에 집중됐다.

이 같은 배경을 지닌 채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는 4·10 총선 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지 2개월 만에 당의 혁신과 쇄신의 선봉장에 서겠다고 선언하며 당권에 도전했고, ‘대권 포기’까지 선언한 수도권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자신을 희생해 이기는 정당의 기초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당대표 경선에 도전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고, 22대 총선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축전을 벌였던 원희룡 전 장관은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대표 경쟁에 합류했다. 역시 수도권에서 5선에 성공한 윤상현 의원은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앞세워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단 포부와 함께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지난해 7월 9일 당시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사진 왼쪽부터) 가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해 7월 9일 당시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사진 왼쪽부터) 가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치열했던 만큼 7·23 전당대회는 숱한 갈등과 상처를 남겼다. 당시 한 전 위원장은 나 의원과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었고, 원 전 장관은 총선을 총지휘했던 한 전 위원장이 ‘사심 공천’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긴장된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네 후보들은 TV토론에서 격앙된 어조의 날선 발언들을 주고 받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때 당의 분위기 역시 명확하게 ‘친한’ 대(對) ‘친윤’의 구도로 재편됐다.

전당대회 결과 당권을 쥐게된 건 62.8%를 득표한 한동훈 대표였다. 친한계로 평가받던 장동혁 의원과 진종오 의원은 각각 수석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나머지 선출직 최고위원 3인(김재원·김민전·인요한)은 친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명직 최고위원에 김종혁 고양병 당협위원장을 앉히면서 균형을 잡았다.

문제는 최고위원회 구성의 일원인 정책위의장 자리를 두고 벌어졌다. 황우여 비대위에서 임명된 당시 정책위의장은 3선의 정점식 의원이었는데, 정 의원이 친윤계로 평가받고 있던 만큼 최고위 내에서 확실한 과반을 점하고 싶어했던 친한계가 정책위의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 논란은 정 의원의 정책위의장 1년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쪽과 새 지도부가 들어섰으니 정책위의장도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면서 계파가 뚜렷이 갈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렵사리 지도부를 구성한 한 대표는 숨 돌릴 틈도 없이 ’10·16 재보궐선거’전에 돌입하게 됐다. 당시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곳은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정도였는데, 한 대표가 이 두 곳을 지켜내는지 여부가 리더십 시험대로 작용했던 것이다.

10·16 재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을 둘러싼 네 번째 갈등으로 비화했다. 선거 직전 추석 명절 동안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를 방문해 찍은 사진이 여론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으면서 갈등으로 번졌다. 당시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마포대교 사진’이 국민들에게 공개되면서 국민의힘 입장에선 두 지역을 수성하는데 돌발 악재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뒤집어진 상황을 되돌려 놓은 건 한 대표였다. 한 대표는 당정 갈등과 계파 갈등 재발화의 우려를 무릅쓰고 선거를 닷새 앞둔 10월 9일 부산 금정구에서 “김건희 여사가 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에도 한 대표는 “(김 여사는) 당초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그것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10일 인천 현장최고위)거나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라인이 존재해선 안 된다”(14일 최고위)는 발언을 꺼냈다.

덕분에 부산 금정구청장과 강화군수 선거에서는 승리했으되 당내 계파 갈등은 오히려 더욱 극심해졌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제가 대통령과 당 지지율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자,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도입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 등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와의 지난 10월 21일 독대 자리에서 확인된 건 두 사람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졌다는 것 뿐이었다.

직후 친윤은 ‘당원 게시판’ 의혹을 고리로 역공에 나섰다. 한 대표 가족으로 보이는 관련자가 윤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당원 게시판에 대거 작성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는데, 친윤계에서 이것이 일종의 여론조작 아니냐는 공세를 퍼부으면서 갈등이 벌어졌던 것이다. 특히 한 대표가 이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면서 논란은 점점 커져가며 당이 휘청거릴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12월 3일 윤 대통령이 오후 10시 30분이 넘은 시각에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 대표는 18명의 의원들과 함께 비상계엄령을 해제하는 본회의에 참석했고, 즉각 “위헌·위법적인 계엄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겠다”는 메시지를 꺼내들었다.

정국 급변 이후 윤 대통령과의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질서있는 퇴진’을 약속받은 한 대표는 실제로 몇 가지 퇴진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사법 판단의 대상이 아니며 2시간 만에 끝난 것을 내란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결국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내려온 추경호 원내대표의 후임을 선출하는 원내대표 경선장에서 친윤계 의원들과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비공개 의원총회장에서 한 대표는 당내 의원들과 더 거센 수위의 언쟁을 주고받은 끝에 결국 당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 때부터 계엄사태까지 당이 어려웠던 순간은 전부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워서가 아니라 당내에서 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며 “순간순간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겠냐마는 위기의 순간마다 자기 주장만 옳다고 했던 고집이 결국 이런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전부 다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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