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이유정 기자]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지목되며, 철새 도래지 인근에 신공항이 추진되는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만금, 가덕도, 제주 제2공항 등 주요 신공항 예정지들이 철새 서식지와 중첩돼 있어 조류 충돌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항공 안전 대책과 환경영향평가의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새만금 신공항은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인 금강 하구 인근에 위치한다. 금강 하구는 가창오리, 큰고니, 민물가마우지, 물떼새류 등 다양한 철새의 이동 경로이자 중간 기착지다.
2022년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공항 부지 반경 13㎞ 내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는 10.45~45.92회로 추산됐다. 이는 전국에서 조류 충돌 사고가 가장 많은 인천공항(2.99회)보다 최대 15배 높은 수치다.
보고서는 “항공기 이착륙 시 조류 충돌 위험이 높아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새만금은 철새가 워낙 많은 지역이라 공항 건설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이미 전투기와 철새 충돌이 목격된 만큼,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도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다. 가덕도는 낙동강 하구와 인접해 있으며, 이곳은 희귀 맹금류를 포함한 철새들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확인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2021년 낙동강 하구에서 멸종위기종 맹금류 15종이 관찰됐다.
제주 제2공항 또한 기존 제주공항보다 2.7~8.3배 높은 조류 충돌 위험성이 지적됐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환경부에 “제주 제2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보다도 최대 4.96배 높다”며 “철저한 조류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조류 충돌 위험이 높음에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철새 서식지와의 충돌 문제는 후순위로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 서식지가 비행기 이착륙에 적합한 조건을 갖춰 조류 충돌 위험이 크다며, 부지 선정 시 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가 조류 충돌 문제를 단순히 해결 의지로만 넘어가고 이후 책임을 다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조류 충돌은 항공기의 안전뿐만 아니라 철새 보호와 환경 보존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철새 도래지와 서식지를 고려한 신공항 부지 재검토 ▲조류 관리를 위한 철저한 대책 마련 ▲환경영향평가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 가덕도, 제주 제2공항 등 철새와 중첩되는 신공항이 계획대로 건설될 경우, 이번 무안 참사와 같은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개발 계획에 앞서 생태계와 항공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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