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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소방관②] 소방노조 이창석 위원장 “반쪽짜리 국가직에 탁상행정 여전…처우 개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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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소방관들은 국민의 관심 속에서 국가직 전환과 노동조합 설립, 장비 개선 등 변화의 바람을 맞이했다. 그러나 여전히 순직과 공상, 심리적 고통, 상하 간 소통 부족, 예산 부족 그리고 실효성이 부족한 국가직 전환 등 다양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소방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곧 시민 안전과 직결된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과 자신의 가정이 보호받을 수 없다고 여기는 소방관들이 과감히 불길로 뛰어들 수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건강과 안전이 보호받는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비로소 우리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2001년 홍제동 방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소방관」이 개봉하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인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과 순직 및 공상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소방공무원의 안녕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이창석 위원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이창석 위원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농담 아닌 농담으로, ‘불구가 될 정도로 사고를 당해서 가족에게 짐이 될 바에는 차라리…’ 하는 분들도 계신다”

2001년 홍제동 사건으로 전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으기 시작한 소방관들의 근무 처우는 2020년 국가직 전환으로 그 논의가 다소 종결되는 듯했다. 부족했던 신규 소방 인력이 2020년 대거 보충됐고 뚜렷했던 지역 간 복지 편차는 흐려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장 소방관들의 고통은 꾸준했다. 올해 초에도 두 명의 젊은 소방관들을 떠나보내야만 했으며, 외상후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소방관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소방 활동 중 위험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이다. 화재 진압 도중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뒤이어 ▲항공사고 10명 ▲교통·산악사고 등 구조로 6명 ▲생활안전 출동으로 5명 ▲교육·훈련 3명 ▲ 자살 2명 ▲구급 1명 등이 순직했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소방관 5만28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10명 중 4명 꼴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 증상,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심리 질환 중 한 가지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은 이마저 ‘맹점’이 있는 통계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직 같은 경우 직업병인 줄 인지하지 못 한 채 순직하는 소방관들이 다수 존재하며, 공상은 인정 범위가 협소하다는 것이다.

「투데이신문」은 이 같은 현장의 문제점을 경청하기 위해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이창석 위원장을 만났다. 공노총 소방노조는 전국 단위 소방공무원의 권익을 대변하고 조직 내부 불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출범했다.

지난 19일 오전 1시, 서울 용산 남영동 공노총 사무실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소방관 공상 처리의 사각지대와 20년이 넘도록 동결된 수당을 지적하며 조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참혹한 화재 현장에서 PTSD까지 겪어본 소방관으로서, 탁상행정을 멈추고 현장 소방관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Q. 최근 2001년 홍제동 방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소방관」이 개봉했다. 해당 사건은 당시 열악한 소방관들의 처우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는데, 현재 소방 현장의 소방공무원 처우에 대해 말해보자면.

인사혁신처 공무원 보수위원회 위원으로서 ‘화재 진화 수당’에 대해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화재 진화 수당은 현장 활동을 하거나 화재 관련된 구조, 구급 업무를 진행하면 월 8만원 정액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홍제동 사건 당시에는 화재 진화 수당이 4만원에 불과했다. 이때 이 액수가 목숨을 걸고 화재 진화를 하는 것에 비해 적다는 이유로 국민적인 이슈가 돼서 8만원으로 인상됐다. 놀라운 점은 그때 4만원이 오른 이후 23년간 동결이란 것이다. 올해 초 인사처장 간담회를 진행했을 때 구체적인 인상 금액으로 12~14만원이 언급됐었는데 2024년 안에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Q. 소방관 순직률이 지난해 기준 10년 동안 42명으로 타 직종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지난 1월에도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두 분의 소방관이 돌아가시는 순직 사고가 있었는데. 현직자로서 소방관 근무 현장에서 최우선으로 개선돼야 할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가장 큰 문제는 순직 이후 남겨진 가족들이 처하게 되는 환경이다. 가장이 사라지고 생계가 끊기게 되더라도 남은 가족들에 대한 보장이 없다. 우리 소방공무원은 불이 활활 타고 있어도 그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들인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나라에서 보장해 주지 않으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겠나. 지금으로서는 순직 이후에 남은 배우자와 자식들이 다 그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농담 아닌 농담으로 ‘불구가 될 정도로 사고를 당해서 가족에게 짐이 될 바에는…’ 하는 분들도 계신다.

순직이 아닌 공상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하루 5만원밖에 지원되지 않던 간병비가 15만원으로 인상된 것이 최근 일이다. 소방공무원은 다른 공무원들과 순직, 공상 시스템을 공유하는데 보통 다른 직종에서 공상 처리를 받지 않는 분야에 공상 처리를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기다 보니까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피부 재생이나 허리디스크 등이 있다.

지난해 9월 부산 좌천동 목욕탕 화재 폭발사고 당시 소방 조직 내부에서 최초로 피부 재생이 공상 처리로 승인이 됐지만, 그 이후로 단 한 건도 피부 재생이 공상으로 승인된 경우가 없다. 이 밖에도 소방관들은 20kg 가까이 되는 등지게나, 의식이 없는 환자들을 등에 업고 격한 운동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상추정법상 허리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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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태원 참사 등 국가적 재난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소방관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4명이 PTSD 등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실제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방관이 많은가. 이들을 위한 어떤 정책적 지원이 존재하나.

노조 집행부에서도 10명 중 3명 꼴로 일상생활이 어렵고 구급 활동 자체를 할 수 없는 PTSD 증상을 갖고 있다. 저 역시도 화재 현장을 수습하면서 본 참혹한 장면이 10년이 지났는데도 선명히 기억난다. 

정책적 지원이라고 하면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사업’이 있다. 심리상담사가 근무지에 직접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문제는 익명성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심리상담이 심도 있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직원들이 심리 상담을 10분 하고 끝낸다면 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상담이 길어지게 된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다는 낙인이 찍힐까 봐 ‘저는 문제없습니다’ 하고 형식적으로 상담을 끝내는 경우도 많다. 심신 안정 워크숍 같은 제도도 있는데 실효성은 전무하다. 소방관 관련 심리지원 예산이 대부분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사업’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좋은 케이스도 존재한다. 작은 병원이라도 정신과가 없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정신과와 소방청이 직접 협약을 맺어서 소방관이라면 누구든 원할 때 상담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 이 경우 지원정책 자체는 좋은데 제도적으로 미흡해 일부 지역의 번화가 대형 병원만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Q. 소방관들의 마음을 위한 소방심신수련원이 2026년 강릉시에 지어질 예정이다. 이제껏 소방관 대상 심리 지원을 배경으로 기반으로 생각했을 때, 이 같은 정책에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나.

소방공무원을 위한 최초의 소방심신수련원이 강원도에 있다. 제 본거지인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가려면 대중교통으로 6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상식적으로 PTSD 증상에 치유를 바라는 환자에게 심신 수련을 위해 강원도까지 가라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본다. 심신수련원은 전국 10군데는 안 되더라도 4개 정도는 권역별로 마련돼야 한다.

충청북도 음성군에 설립될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의료공백이 심각한 상황에서 충북에 있는 소방병원으로 지원하는 의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그곳에서 치료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방이다 보니 운전을 못 하는 보호자는 면회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병원이 지어지더라도 열 명 중 아홉 명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간다고 할 것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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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0년엔 국가가 소방 업무에 직접 책임을 지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후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국가직’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 외에 좋아진 점은 찾기 힘들다. 반쪽짜리 국가직이라고들 하는데 반쪽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직이 전환됐는데도 인사와 예산 결정권은 여전히 대부분이 지자체에 있고, 국가(소방청)가 책임지는 예산은 소방안전교부세 25%뿐인데 이조차 매해 유지하고 말고를 두고 갈등해 왔다.

쉽게 설명해 원래 하나였던 상사가 둘로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는 업무를 수행할 때 지자체 업무 지시만 따르면 됐는데 이제는 소방청 눈치도 봐야 한다. 어떤 정책이나 지시가 하달될 때 지자체와 소방청의 입장이 대립되는 경우도 있다.

Q. 국가직 전환 효과가 현장 소방관들에게 와닿으려면 어떤 지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지.

현장 소방공무원에게 와닿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소방청에 있는 분들이 현장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겠다. 소방청에만 있다 보면 현장 입장은 모른 채 정책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 부분이 개선되면 좋을 것 같다.

Q. 지난 26일, 소방관들의 숙원이었던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 고정화가 법제화됐다. 소방안전교부세가 실제 소방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왜 유지돼야만 히나.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은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해 전 국민 담배 소비세에서 약 25%가량을 소방 장비를 구입하거나 소방 관련 청사를 짓는 데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연하는 분들이 늘어 최근에는 실질적인 예산이 줄었지만 소방안전교부세가 도입되고 난 뒤 장비 보급률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공무원들은 그나마 소방안전교부세를 통해 국가직 전환의 의미를 체감하고 있다.

소방안전교부세 도입 이전에는 장비 보급률이 약 40~50%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90%까지 높아졌다. 제가 처음 소방공무원으로 활동했을 당시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화재 현장을 드나들었는데, 소방안전교부세 도입 이후 꽤 질이 좋은 장갑을 받아서 이용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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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 고정화 외에도 소방 분야 예산 분배에 있어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 고정화 법제화는 굉장히 큰 의의를 지닌다. 그럼에도 이 법제화를 디딤돌 삼아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한 발을 딛는 디딤돌로 삼아야겠다고 여긴 이유는 아쉬운 점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소방 장비가 점차 첨단화되고 고기능화되다 보니 장비값이 많이 올랐음에도 배분 비율이 그대로라는 점이다. 두 번째, 금연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소비세에 포함되지 않는 전자담배 이용자가 늘어 담배 개별 소비세가 점점 줄어들면서 실질적으로는 자체 예산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법제화된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은 일몰제가 존재할 때, 즉 법제화되기 전 시행령 단계에 그쳤던 배율 그대로다. 노조는 이를 기점으로 소방 분야 필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힘쓸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린다.

현장 소방공무원들이 느끼기에 소방병원 설립 같은 정책은 탁상행정이다. 그런 곳에 들어갈 예산을 아끼고 현장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장비를 지원해 주길 바란다.

국민분들께는 항상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있다. 어디서든 음료수나 생수도 가져다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신다. 누군가의 재산이나 가족을 잃어버리는 화재 현장에서는 저희도 며칠을 쉽게 잠들지 못하도록 마음이 아프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항상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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