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에서 마무리되면서, 통상적 물가 안정 목표(2%)에 다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개별 품목별로는 사정이 달랐다. 특히 ‘과실’ 물가는 2004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4년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물가 상승률은 2.3%를 기록했다. 2022년 5.1%, 2023년 3.6%를 기록했던, 이른바 ‘고물가 시기’를 지나, 물가 안정 목표(2%)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돼 온 모습이지만, ‘농산물’ 그중에서도 ‘과실’ 가격은 역대급으로 치솟은 한해였다.
올해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10.4%를 기록해 2010년(13.5%) 이후 14년 만에 최대로 올랐다. 과일·열매 등 신선과실은 올 한 해 17.1% 뛰었는데, 이는 2004년(24.3%) 이후 무려 20년 만에 최대로 상승한 것이었다. 2004년과 2010년 모두 기후 악화로 채소류 생육·출하 부진이 원인이었다.
올해 역시 이상기후가 농산물 물가의 ‘나 홀로 급등’을 부추겼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1년 단위 농사가 이뤄지는 사과·배 등 과일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이 올해 과일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며 “여름철 이후에는 집중호우·폭염·고온 등이 상당 기간 지속돼 배추 등 채소류 물가 강세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개별 품목으로 보면, 사과(30.2%)·배(71.9%)·귤(46.2%)·토마토(21%)·배추(25%)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반면 국산 쇠고기(-1.5%)·닭고기(-5.8%)·고등어(-2.9%) 등 축수산물 가격은 하락했다.
이 때문에 물가 상승률에 있어서 먹거리와 관련한 지출의 기여도가 높은 편이었다. 전체 2.33%(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표기) 물가 상승률 중 ▲식료품·비주류음료(0.56%p) ▲음식·숙박(0.46%p)이 크게 기여했다.
기후 문제로 불안정해진 농산물 물가 문제는, 올해 통화정책당국인 한국은행에까지 고민거리로 부상해 화제가 됐다.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데 물가 수준이 주요한 고려 사항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이런 고민을 내비치며 “기후 변화가 심할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정책(통화정책과 재정 보조 등)을 쓸 것인가, 아니면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농산물 정책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물가당국은 내년 초까지 농산물 등 먹거리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과장은 “내년 1월 이른 설로 성수품 수요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있다”며 “게다가 (올해 낮았던) 석유류 기저 영향도 상방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내년 연초 반짝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겠지만, 내년 연간으로는 올해(2.3%)보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세 둔화, 근원물가 안정 흐름 등을 고려한 전망이다. 기재부는 “동절기 유류비·난방비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내년 2월 말까지 연장한 데 이어, 농축산물 할인 지원, 에너지·농식품 바우처 지원, 주요 식품 원료 할당관세 지원 등 정책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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