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놓고 “권한 없는 기관”이라고 반발했지만 31일자 아침신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일보는 “사태가 이렇게 악화한 건 윤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 청구를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이라 영장청구가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인 군 및 경찰 관계자들이 대부분 구속돼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지만 윤 대통령 측 주장처럼 공수처가 내란 수사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이 변수로 꼽힌다.
동아일보 “윤 대통령, 책임 모면할 궁리만 하는 모습”
다수 아침신문은 윤 대통령이 거부할 명분도 근거도 없다고 봤다. 계엄선포가 위헌적이었다는 정황이 거의 드러난 상황이라 보수성향 신문도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31일자 사설 「체포 영장까지 청구된 尹, 피하기만 할 건가」에서 “공수처는 현재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면서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며 “이런 논리로 최근 내란 관여 혐의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윤 대통령의 공수처 소환 조사 거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대통령 경호처가 물리적으로 체포를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체포 영장은 집행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경호처가 체포 영장 집행을 막으면 그 자체가 불법”이라며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 윤 대통령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 자업자득이다」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 ‘계엄을 두 번 세 번 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다시 언급하며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말문이 막힐 정도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 스스로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라며 “이미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수사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응하길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 사설 제목도 「현직 대통령 첫 체포영장, 당당치 못한 尹 대응이 자초했다」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태의 정점인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은) 관저에 은둔한 채 시간을 끌며 책임을 모면할 궁리를 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런 구차한 대응이 체포영장을 자초했다. 검찰총장 출신답지도, 대통령답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최상목, 헌법재판관 임명할 수 있다는 관측”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덕수 대행이 탄핵되기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대행을 설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31일 1면에 「“헌법재판관 임명” 탄핵 전 한덕수에 최상목 건의했다」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정치권 고위 관계자가 이를 전했다며 “최상목 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행 탄핵’을 시사하자 한 총리를 찾아 “나라와 경제가 어렵다. 불확실성을 빨리 끝내려면 헌법재판관 임명은 하셔야지 않겠나”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낸 것엔 다 근거가 있을 테니, 그 판단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권한대행 체제가 또 탄핵 소추를 당하면 불확실성만 커진다”고 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 발언도 인용해 “실물 경제를 중시하는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끝까지 거부할 거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한편 정치권에선 최상목 권한대행이 31일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고 했다.
규정상 잘 부러져야 하는데… ‘콘크리트 둔덕 이례적’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를 놓고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아침신문은 일제히 ‘콘크리트 둔덕’을 꼽았다.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재질 둔덕이 쉽게 부러지거나 접히지 않아 여객기 폭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31일자 신문 1면에선 이러한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활주로 밖 콘크리트가 피해 키웠다”」(경향신문), 「무안공항 ‘2m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 키웠다」(동아일보), 「참사 키운 2~4m ‘콘크리트 둔덕’… “범죄 가깝다”」(서울신문), 「‘콘크리트 둔덕’이 죽음의 벽 됐다」(조선일보), 「활주로 끝 콘크리트 구조물이 참사 키웠다」(한겨레) 등의 제목이 나왔다.
활주로 끝엔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여객기는 이 로컬라이저 구조물에 충돌하면서 폭발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쉽게 잘 부러지게 설계되는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콘크리트 둔덕으로 이뤄진 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토교통부 항공장애물 지침에서도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최소한의 손상만 끼치도록 부러지거나 변형돼야 한다”고 돼 있다.
한국일보는 「콘크리트 둔덕에 무리한 운항…제주항공 참사, 인재 아닌가」 사설을 내고 “만일을 대비해 비행기가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구조로 설치하는 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침”이라며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그 위치에 둔덕이 있다는 건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표현했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인을 하나로 몰아가는 건 섣부르지만, 항공사고는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나씩 면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 규정을 지켰는데도 사고가 났다면 규정을 손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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