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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방산은 K9 자주포·K2 전차·다연장 로켓 천무·한국형 요격 미사일 체계인 천궁-Ⅱ·레드백 장갑차·경공격기 FA-50 등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중동·중남미·호주 등 전 세계를 누비며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덕분에 방산기업들은 매출·영업이익 급증으로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2∼3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글로벌 전문기관의 평가에서도 이 같은 성적표는 고스란히 반영됐다. 매년 세계 순위를 발표하는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2023년 매출 기준 100대 방산업체에 한국 업체 4곳이 포함됐다. 한화그룹은 42위에서 24위로 급상승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도 75위에서 56위로 뛰어 올랐다. LIG넥스원(76위)에 이어 현대로템도 87위로 새로 100대 기업에 진입했다.
물론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39위) 등 5곳으로 한국보다 많지만, 매출 합산에서 한국의 4개사가 110억 달러로 일본(100억 달러)을 앞서는 성과를 과시했다.
향후 K방산의 전망은 더 장밋빛이 될 것이라는 이슈도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K-조선 호평이 대표적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군함·잠수함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전쟁의 장기화, 트럼프 당선인의 방위비 증액 요구 등으로 지구촌의 군비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EU·중동은 물론 일본·대만 등의 내년 국방 예산도 역대 최대로 증가하면서 K방산에게 훨씬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2024년 연말에 난데없는 먹구름이 끼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다. 키르기스스탄·스웨덴 정상의 방산업체 방문이 취소되고 추진 중인 초대형 계약이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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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12·3 계엄 사태 여파로 대통령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져 외교·통상 등 정부 기능 공백이 커지면서 정부 간 거래의 특성이 강한 방위산업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70억 달러에 달하는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 추가 수출 계약의 연내 성사가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폴란드 정부와 2차 계약 일환으로 현대로템과 K2 전차 820대 추가 구매 협상을 막판 단계에서 진행 중이었다. 앞서 2022년 1차 계약 180대의 4배가 넘는 대규모 물량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폴란드의 분위기를 보면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태도로 9월 예상됐던 계약이 연말이 다가와도 성사되지 않아 업계에서는 연내 계약 마무리가 어렵다는 관측이 있었다”면서 “결정적으로 현재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폴란드 정부가 예의주시하며 계약에 신중한 분위기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팩트”라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폴란드와의 K2 전차 수출 계약 지연은 자연스럽게 정부가 올해 목표한 K방산 수출액 200억 달러를 달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70억 달러는 K2 전차 계약 규모는 올해 수출 목표액 3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런 탓에 올해 K방산 수출 계약액은 100억 달러(약 15조 원)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방산 수출 전략 회의’에서 제시한 2024년 방산 수출 목표액 200억 달러(약 29조 5000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당초 정부는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 상승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영향으로 무기 수요가 늘어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치라는 판단했다.
국방부는 최근까지도 목표 달성을 자신했다. 지난 11월에 윤석열 정부의 임기 반환점 통과를 계기로 국방 분야 성과 브리핑에서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00억 불은 목표치”라며 “수출 대상 장비가 늘었고 추가 계약 물량도 있어 실적이 작년(130억 달러)보다 많이 늘 것이고 200억 달러 달성에 상당히 근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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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 등으로 정치 리스크가 커지면서 내년도 K방산 수출 전망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폴란드 측이 최근 우리나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협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처럼 빅딜이 성사되는 정상회담 등 정상외교가 공백인 상황이 길어진다면 K방산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계엄 여파로 K방산 수출이 발목이 잡혔다는 우려에 대해 방사청은 강하게 손사래를 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K2 전차의 2차 수출계약이 늦어지는 이유는 폴란드 국영방산업체 PGZ가 폴란드 정부에 K2PL(K2 Poland)의 가격을 높게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PGZ 측은 폴란드 정부에 K2PL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과 군의 요구사항 등을 이유로 가격을 높게 책정했고 폴란드 군은 가격이 높다며 양측의 입장차로 우리 정부와 폴란드 정부 간 수출 계약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방산업체 PGZ vs 폴란드군)은 올해 초부터 협상을 이어왔지만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K2 전차 관련 수출계약은 절차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폴란드 현지에서 방산업체와 폴란드군 간의 협상이 타결되지 못해 우리 정부와 계약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제기되는 우려와 관련 방사청은 적극적으로 폴란드 정부와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석종건 방위사업청장과 야첵 시에비에라 폴란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K2 전차 2차 수출계약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지만 방산 수출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시에비에라 안보실장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석 청장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5일 시에비에라 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방사청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K2 전차 수출을 지원할 예정이니 안심하길 바란다”고 설명했고 시에비에라 안보실장도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후문이다.
또 석 청장이 지난 9일(현지 시간)에 폴란드 현지에서 파베우 베이다 국방부 차관과 회동하고 이 자리에서 국내 정치 상황이 방산 협력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K 방산이 계엄 사태로 유탄을 맞지 않도록 주요 방산협력 국가들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미정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방산 수출은 제품 경쟁력 뿐만 아니라 국가 간 관계와 정치적 영향력이 중요해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이 수출상대국에게 불안정으로 여겨질 수 있어 신뢰도를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사청은 “방산 협력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이며, 국내 방산업체들의 활동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서한을 방산협력 주요 29개국에 발송하는 등 K방산 신뢰 유지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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