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5년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환율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는 물론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이중고(二重苦)’를 맞닥뜨려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7일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섰다. 1289.4원이던 2023년 12월 29일보다 200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과거에는 이같은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에 고스란히 수익성 확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TV는 핵심 원자재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 중이다. 또 수출 대신 해외 현지 투자 및 생산이 늘어나면서 고환율 수혜보다는 비용 증가 부담이 커진 것이 현실이다.
실제 2024년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매입에 지불한 비용은 12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급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2025년에는 AP 매입 비용이 14조원 내외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TV와 모니터용으로 쓰이는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도 올해 3분기 누적 5조9019억원에 달한다. 2023년(5조8624억원) 한해 매입액을 이미 넘겼다. 삼성전자는 CSOT, 샤프 등으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는 중인데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2025년 매입액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에 2025년은 AI 스마트폰 대중화로 애플을 추격하고 프리미엄 TV로 중국 기업의 공세를 따돌려야 하는 중요한 해다. 스마트폰에선 상반기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고도화 한 갤럭시S25 시리즈, 하반기 더 정교한 폴더블 기술을 선보일 갤럭시Z7 시리즈의 흥행이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1월 22일(현지시각) 미국에서 갤럭시 언팩을 열고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를 공개한다. 웨어러블 제품인 ‘갤럭시 링’ 후속작과 확장현실(XR) 헤드셋 신제품을 선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V에선 초대형화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TCL, 하이센스에 맞대응하며 차별화 한 AI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과제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초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TV판 언팩인 ‘삼성 퍼스트 룩 2025’ 행사를 열고 100인치대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각 사업부는 제품 완성도뿐 아니라 가격 책정에서도 골머리를 앓는다. 환율 상승분을 반영해야 하지만 타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구매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원가 상승분 만큼 제품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며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마케팅 비용 효율화 등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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