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버드 스트라이크(여객기-새 충돌)가 김포·인천공항에서도 해마다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공항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무려 140건이 발생했다. 이전부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3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하던 중 랜딩 기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 탑승자 181명 중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179명이 사망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은 참사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인데, 현재까진 버드 스트라이크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착륙 전 버드 스트라이크가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버드 스트라이크와 랜딩 기어 고장과의 관계는 조사를 정확히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김포공항에선 버드 스트라이크는 해마다 수십건씩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국회의원이 한국공항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포공항은 2019년 30건, 2020년 18건, 2021년 25건, 2022년 27건, 2023년 30건, 2024년 8월까지 10건 발생했다. 5년 동안 전체 140건 발생했다. 같은 기간 다른 지역의 공항을 보면 김해가 1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김포였고 그 뒤를 이어 제주 119건, 대구 38건 등이었다.
인천공항의 경우 2019년 17건, 2020년 6건, 2021년 10건, 2022년 20건, 2023년 22건, 2024년 8월까지 19건 등 5년 동안 94건 발생했다.
김포공항에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많은 이유는 주변에 대규모 철새 도래지인 한강하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 농경지도 많아 조류 서식지가 형성돼 있다. 인천공항도 비슷하다. 공항이 비행상 장애물이 없고 소음 피해가 덜한 곳인 바닷가에 만들어지다 보니 이런 일이 어쩔 수 없다지만,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이 2020년 1월 발간한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관리 현황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보면 연구진은 “공항 주변에 조류의 이동, 확산 등의 불확실성이 높아 충돌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데도 관련 규제사항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항공기와 조류 충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항 반경 13㎞ 안의 지역을 핵심구역과 완충구역, 전이구역 등으로 구분하고 구역별로 입지규제와 관리 방안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연구원 관계자는 “공항마다 버드 스트라이크 관련 인력이 있긴 한데, 세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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