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잇따른 탄핵 소추로 국정 총책임자가 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국정 운영을 대행하게 된 지 이틀 만에 여객기 참사 수습을 지휘하게 된데다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싼 정쟁의 한복판에 서 있기 때문이다. ‘탄핵 엄포’를 놓았던 더불어민주당의 기류가 달라지며 한숨은 돌렸으나, 만만치 않은 현안 앞에 정치적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 사고 수습 매진하는 최상목… ‘쌍특검’ 처리는 난제
최 권한대행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4차 회의를 주재하며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 등에 한 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밝혀지지 않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항공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운항체계 점검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일정 역시 사고 수습을 최우선에 뒀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해 참사 수습 대책과 유가족 지원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오후에는 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방문해 유가족 대표단과 면담을 가졌다. ‘조속한 DNA 확인 및 시신 인계’ 등 유가족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한 최 권한대행은 “최선을 다해 처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27일 국회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게 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다.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1인 3역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업무 파악을 채 마치기도 전에 대형 참사가 발생해 이를 수습할 책임도 안게 됐다는 점이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재난 대응 경험이 없는 상황은 불안 요인으로 거론됐다.
참사 발생 이후 전남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신속한 대처에 나서면서 우려는 그나마 옅어졌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그런 대행이어서 우선 안심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최 권한대행이 그동안 관료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잘 정리하고 수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권한대행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내달 1일까지가 시한인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탓이다. 여전히 여당은 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는 데다, 앞서 한 총리도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웠던 만큼 최 권한대행도 이러한 여권의 분위기를 따라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가 지난 27일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언급한 점 역시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 총리에 이어 국무위원들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던 민주당의 기류가 달라졌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지점이다. 민주당은 쌍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도 구체적 시한 등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한 총리 탄핵의 직접적 사유가 된 ‘헌법재판관 3인 임명 문제’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수석은 앞서 라디오에서 “지금 당장 시한을 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사고 수습에 대한 과정, 최 권한대행의 국정 수행 과정을 지켜보면 어떻게 할지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일단 정쟁적 요소와 거리를 둔 민주당은 참사 수습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시기에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남도당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고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수습”이라며 “중앙정부, 전남도, 광주시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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