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항공과 여행 관련 종목이 삼중고를 맞게 됐다. 정국혼란과 고환율에 따른 여행수요 감소 우려로 주가가 이달들어 약세를 보여온 가운데 대형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한 탓이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항공주와 여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 항공·여행주 하락세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주항공은 전 거래일 대비 8.65% 하락한 7,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제주항공은 장중 6,92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주가는 전날 발생한 여객기 사고 여파로 예상대로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은 전날 오전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한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고는 1997년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국내 항공사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다. 아울러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로 한정할 경우,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되게 됐다. 또한 이번 사고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에서 발생한 첫 번째 인명 사고다.
이번 사태는 개별 항공사의 문제를 넘어, 국내 항공 및 여행업계 전반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국내 항공 이용 및 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이날 주식시장에선 제주항공 외에도 주요 항공 및 여행 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이날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는 전 거래일 대비 2.83%, 티웨이항공 3.23%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 대비 3.00% 내린 2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어부산(+3.14%)과 아시아나항공(+2.16%) 등 오름세로 거래를 마친 종목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이날 항공주는 약세 흐름을 보였다.
여행주도 상황은 같았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하나투어(-2.16%), 모두투어(-0.72%), 노랑풍선(-2.02%), 참좋은여행(-5.59%), 롯데관광개발(-1.42%) 등 여행 관련 종목은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항공·여행 관련 종목은 이달 정국 혼란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약세를 보여왔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여행 수요 감소 우려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환율 여파로 업계의 경영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투심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달러 강세는 항공·여행업계에는 반갑지 않는 일이다. 해외여행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환율은 항공업계 입장에선 리스료 등 주요 비용 부담이 커지는 요인이 된다.
◇ 정치 리스크·고환율·항공사고·… 여행수요 얼어붙나
이처럼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는 상황에서 업계는 최악의 여객기 참사 사고까지 마주하게 됐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의 파장에서 다른 항공사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국내 정세 및 경기와 맞물려 항공여객 수요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안전 문제와 소비자 불안은 어느 항공사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고 원인을 “정책 당국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면 최소 6개월, 현실적으로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참고로 올해 초 발생한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의 일본 항공기 충돌사고의 중간조사 결과가 지난주 발표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항공사 조사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해소되려면 이보다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세종청사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현장에 사고 조사반을 급파했다. 현재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최 연구원은 “착륙 허가부터 사고까지 1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상황이 매우 급박했던 만큼 다양한 가능성과 의문점이 제기되며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해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항공사나 공항, 정책 당국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B737기종이나 저비용 항공업계 전반의 구조조적인 리스크로 단순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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