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기죽은’ 국군을 원하지 않는다
엄효식 KODEF 사무총장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입학포기 신청서’ 파일이 올라와있다.
2025년 1월 가입교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입학 포기하는 신입생도를 파악하여 추가합격자를 선발하려는 것이다. 매년 12월 연례적으로 제공되는 것이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특별하다.
육군3사관학교와 학군후보생도 최종 입학인원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내년 학군 신입후보생 약 4천명이 필요한데,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부사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실 간부모집에 대한 위기감은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지난해 군간부들조차 ‘군인이라는 직업을 추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부정적 답변이 63%로 급등했다.
군대가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20대 청춘들은 군을 외면하고, 현역 초․중급간부들은 군을 떠나려한다. 과중한 업무와 경직된 소통구조,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 사회경제적 소외감 등 모든게 힘겹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의 직무에 소홀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간부들이 개선을 희망하는 항목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당직근무비 인상이다.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에서 올해 평일 2만원 휴일 4만원으로 인상되었지만, 아직 기대치와는 너무 멀다. 휴일 24시간 당직근무하고 4만원 수당을 받는데, 시간당 약 1700원이다. 사회 알바생들이 받는 2025년 최저시급 10,030원과도 비교가 안된다.
지난 11월 국회에서 장병들의 가슴을 들뜨게한 예산 논의가 있었다.
당직근무비 인상(883억원), 군장병 급식단가 인상(2,203억원), 작전훈련간 간부 급식비(695억원), 이사화물비 현실화(255억원), 군관사 입주청소비(298억원), 소령 직책수행경비 월10만원 신설(143억원) 등 이미 몇 년전부터 여러번 언급되었던 내용이다.
673조 3000억 규모의 2025년도 정부예산안이 10일 국회를 통과했고 국방예산 약 61조원이 확정되었지만, 위에서 언급된 총 4500억 수준의 예산들은 결국 허언이 되었다.
국방부는 공군의 F15K 전투기 성능개량 약 4조 6천억원, 육군의 경공격헬기(LAH)도입 5조 7천억원, 대형공격헬기(아파치) 추가도입 3조 3천억원, 해군의 4500톤급 구축함(KDX-II) 성능개량 약 6700억원, 1800톤급 잠수함 성능개량에 약 8076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있다.
무기체계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데, 장병들의 사기증진에는 왜 그렇게 인색할까. 현재 미 육군 홈페이지에는 입대하는 신병에게 5만달러 보너스, 낙하산을 사용하는 공수부대원에게는 1만달러 보너스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장병과 가족들에게 보장하고 있다.
2025년 새해에도 근무여건과 복지개선의 가시적 진전이 없다면 군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 상상하기 두렵다. 군입대를 앞둔 청춘들을 설득하거나 떠나려는 군 간부들의 마음을 잡기위해 남아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않다.
최근 한국은행 총재는 새해 추가경정예산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장병 근무여건과 복지개선 예산들을 꼭 반영시켜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장병들의 전투의지와 사기는 최강 군대의 핵심이다.
어떠한 국내외 상황을 직면하더라도, 군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사명은 변함이 없다. 필승의 군인정신과 군복의 가치를 가슴속에 충만시켜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런 국군을 변함없이 믿고 응원한다.
12월 3일에 멈춰있는 군 SNS 채널도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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