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으로 가득했던 2024년도 어느새 끝이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여전한 갈등과 난제로 허덕였다. 우리는 의대 증원 문제, 이주노동자 차별 등으로 갈등을 지속했고 딥페이크 성범죄와 대형 화재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연말에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상계엄령 사태로 많은 국민이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거센 바람을 마주하고, 또 이겨내며 지난 1년을 보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했던 주요 이슈들을 ‘10대 뉴스’로 담아냈다. 1년 동안 우리 사회를 관통했던 사건·사고를 살펴보며 따스하게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다가오는 2025년을 함께 시작하고자 한다.
10개월 넘은 ‘의정갈등’…결국 해 넘기나
2024년은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해였다. 올해 2월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의사 수 부족으로 필수·지방의료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27년 만에 칼을 빼든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 반발은 거셌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부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으로 맞섰다. 대학병원 교수들도 잇따라 파업에 돌입하거나 시도했다. 이에 환자들은 약 1년간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전공의 공백으로 진료와 수술이 일제히 줄은 데 이어 암 환자의 수술마저 연기되기도 했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도 심각해졌다. 극심한 의정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도 뚜렷한 해법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 신규 의사 배출과 의료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을 슬픔에 잠기게 한 화마(火魔)
올해 한 해 대형화재로 많은 희생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월 1일 경북 문경 소재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고립된 구조대원 2명이 모두 숨을 거뒀다. 순직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희생은 큰 슬픔을 남겼고, 소방노조는 거리로 나와 ‘화재 순직’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지난 6월 24일에는 경기도 화성의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목숨을 잃었고 8명이 다쳤다. 1개의 리튬 배터리 폭발로부터 발발한 이 화재를 계기로 산업현장의 대응이 미비한 것과 외국인 노동자 고용 등에 대한 문제 의식이 커지면서 당국의 관리·감독과 소화 기술 개발이 강화됐다. 이 참사는 불법파견·위장도급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는 물론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위험의 이주화’가 동시에 드러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8월 22일에는 부천시 원미구 소재 9층 규모의 호텔 7층 객실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졌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에 당국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화된 건물 현황을 파악하고 안전 대책을 수립했다.
노동 세계에 그어진 ‘출신 국가’라는 선
이주 노동자를 둘러싼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준다는 목적으로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 가족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가사·돌봄노동자로 활용하자고 제안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고령화로 인해 돌봄서비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이 같은 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후 양대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추천명단에 돌봄 노동자를 포함시키면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올 9월 서울시는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 초기부터 인권 보호 대책과 업무 범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본격 시행 후에도 무단이탈, 장거리 이동, 쉼터 부실, 업무량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잡음 속에서도 서울시가 이번에는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 추진에 나서면서 외국인 인력 고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기승…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SNS나 온라인 메신저에 올린 개인의 사진과 음란물을 불법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대 출신 30대 남성 두 명이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로스쿨 후배 등 여성 수십 명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 사진을 수년간 텔레그램으로 제작·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텔레그램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대화방이 대거 포착됐다. 피해자는 대학생, 교사, 여군 등 다양했으며 미성년자도 있었다. 이에 SNS 등에 ‘피해 학교 명단’까지 확산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었다. 정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에 나섰고 경찰청은 8월부터 집중 단속에 착수했다. 그 결과, 올해 1~11월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1094건을 접수·수사해 피의자 573명을 검거했다. 이 중 463명(80.8%)은 10대로 파악됐다. 사태가 심각하자 국회는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비롯한 허위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아기 울음 소리 커질까…정부, ‘저출생 대응’ 총력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지난 6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정부는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 이상 달성을 목표로 저출생 대응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151개의 과제를 구체화했는데, 지난달 말 기준 143개 과제가 계획대로 조치 완료된 상황이다. 지난 12월 17일 국무회의에서는 새해부터 육아휴직급여를 월 최대 250만원으로 상향하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이 의결됐다. 이에 더해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12월 3일 제6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2030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 같은 총력전으로 인해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출생아 수는 6만12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23명(8.0%) 늘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지연된 혼인이 늘고 출산 이어진 데 이어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시청역 교통사고로 촉발된 ‘고령사회’ 갑론을박
지난 7월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60대 운전자 A씨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 A씨는 교통사고가 급발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사고 원인을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한 운전 조작 미숙으로 결론냈다. 해당 사건으로 일각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속출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세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65세 이상 인구 비중 자체가 증가함에 따라 교통사고 발생 건수도 늘어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고령 인구 비중이 점차 늘어나면서 정년 연장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들의 정년이 최대 65세까지 연장된 데 이어 타 업종에서도 정년 연장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제 불안 고조시킨 티메프·만나플러스 미정산 사태
티몬과 위메프(모회사 큐텐)가 올해 7월 판매자 대금을 지급 및 정산하지 않아 정부 추산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판매사 3300여곳이 피해를 입었고, 소비자 미환불액도 1300억원에 달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현재 매각 절차에 돌입한 상태며, 정부는 피해자 구제 대책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사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9일 여행·숙박 상품 집단분쟁조정을 통해 미환불액 135억원에 대해 티메프 100%, 판매사 90%, PG사 30%의 연대환급 책임을 물었으나 집단분쟁 조정은 강제성이 없으며 판매사와 PG사 둘 중 한 곳이라도 조정 결과에 불복할 경우 사태는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돼 소비자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같은 시기 배달대행 시장 점유율 20%에 육박하는 ‘만나플러스’ 운영사에서도 배달료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만나플러스는 올해 2월부터 하루 출금한도를 제한하다가 지난 6월부터는 정산을 전면 중단했다. 당초 8월 10일까지 정상화를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벨문학상으로 전 세계에 퍼진 2024년 ‘한강’의 기적
한국 소설가 한강이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기관인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 밖에도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소설을 언급하며 “한강 작품은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의 대응, 즉 동양적 사고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고통의 이중 노출이 특징”이라고 호평했다.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 집필 당시 던졌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탄핵안 제안을 설명할 때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질문에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큰 빚을 졌다”고 답했다.
“소멸할지언정 개방 않는다” 동덕여대가 남긴 저항의 메시지
올해 하반기에는 동덕여자대학교와 총학생회 ‘나란’이 강도 높은 갈등을 지속했다. 시발점은 동덕여대 측이 재정 지속을 위해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시작한 것이었고, 학생들은 이에 크게 반발해 래커 시위, 점거 농성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명예롭게 폐교하라’는 현수막과 함께 대학 점퍼를 벗어두거나 근조화환, 피켓 등을 교내에 설치하며 공학 전환에 반대를 표했다. 이에 교측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중단했으나, 래커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을 재물손괴·공동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그들에게 54억원의 피해 복구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측은 교측의 불법 규정에 점거 농성에서 일보 물러났으나 여전히 교측에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소통 창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동덕여대와 총학생회는 내년 3월부터 6개월간 교수, 학생, 직원 등이 참가하는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문제가 가시화되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여대 출신 채용과 관련한 성차별적인 글이 퍼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주의 되살리는 응원의 힘…계엄, 그리고 탄핵의 바람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전국 단위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와 동시에 계엄사령부는 제1호 포고령을 발표한 뒤 국회의사당과 더불어민주당 중앙관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등에 무장 병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계엄 직후 국회로 나선 시민들이 군인을 막아섰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위해 국회로 월담한 국회의원들에 의해 계엄 사태는 선포 2시간 30여분 만에 무효화됐다. 이로 인해 ‘내란’ 혐의를 받게 된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출국 금지당했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내란죄를 사유로 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넘겨졌다. 그 과정에 젊은 여성들이 주도로 진행한 ‘응원봉 집회’가 국내외적인 주목을 받았다. 현재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차질 없이 탄핵이 결정될 경우 오는 2025년 여름에 대선이 치러질 공산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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