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국내외 기준금리가 최근 몇달째 내려 시장금리도 떨어졌지만 시중은행들은 예금 금리는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유지해 예대금리차가 2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데 지난 8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여 올린 뒤 내리지 않아 빚어진 결과다.
12월에도 은행들은 예금금리만 최대 0.25%포인트(p)씩 더 낮춰 다섯 달 연속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차이를 말한다. 이른바 ‘이자 장사’로 이익을 보는 은행 수익의 원천이다.
3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11월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00∼1.27%p로 집계됐다. 이는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은 제외한 것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각각 1.27%p로 가장 컸고, 이어 하나(1.19%p)·우리(1.02%p)·신한(1.00%p) 순이었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의 11월 예대금리차가 5.93%p로 1위였다.
2∼4위에 오른 토스뱅크(2.48%p), 한국씨티은행(2.41%p), 카카오뱅크(2.04%p)도 모두 2%p를 웃돌았다.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모두 1%p를 넘어선 것은 2023년 3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엔 NH농협 1.34%p, 우리 1.22%p, KB국민 1.13%p, 하나 1.11%p, 신한 1.01%p였다.
KB국민은행의 11월 예대금리차(1.27%p)는 2023년 2월(1.48%p)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신한은행(1.00%p)·하나은행(1.19%p)·우리은행(1.02%p)의 경우 모두 지난해 4월(1.02%p·1.20%p·1.22%p) 이후, NH농협은행(1.27%p)은 올해 1월(1.50%p) 이후 최대 기록이다.
3분기에 수도권 주택 거래와 관련해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주문했다. 은행권은 8월부터 본격적으로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금리를 계속 올렸다.
이에 반해 은행들은 최근 몇 달간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하락을 이유로 수차례에 걸쳐 수신(예금)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결과적으로 예대금리차를 인위적으로 벌린 셈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7일 예·적금 금리를 상품에 따라 0.05%p∼0.25%p 내렸다. 이보다 앞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20일과 23일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5%p씩 각각 낮췄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수신(예금) 상품 금리를 한꺼번에 최대 0.40%p나 인하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이날부터 5가지 정기예금, 8가지 적금 상품의 금리를 0.05∼0.20%p 내렸다.
다만 새해 들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줄면 대출 가산금리 인하 등과 함께 예대금리차가 줄어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수도권 주택 거래가 늘면서 가계대출도 급증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나 탄핵 정국 등으로 미뤄 내년에는 주택담보대출이 그만큼 증가할 요인이 없다”며 “은행으로서는 일정 이익을 유지하려면 가계대출을 늘려야 하는 만큼 연초부터 대출 가산금리를 낮추는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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