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은 ‘본인이 자초한 것’이라는 논설위원 칼럼을 냈다. 야당이 ‘연쇄탄핵병’에 걸렸다며 한 총리 탄핵의 원인을 ‘거야 폭주’로 본 조선일보 칼럼·사설과 대비된 논조다.
김승련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28일 「한덕수 대행은 왜 탄핵을 자초했을까」 칼럼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스스로 탄핵을 선택한 것이다. 또 권한대행의 대행이라는 전대미문의 혼란도 자기 의지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김승련 논설위원은 “헌재 재판관 임명은 폭탄 돌리기 놀이처럼 작동할 일이 아니다. 그저 내 앞에서 터지거나, 다음으로 넘긴 뒤 터지길 바랄 일이 아니란 뜻”이라며 “40년 동안 장관, 청와대 수석, 대사, 부총리, 총리까지 안 해 본 게 없는 한덕수 대행이야말로 이런 고난도 문제를 풀 책무가 있다. 자기 손으로 재판관 3명을 임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 26일 대국민담화에서 헌법재판소 완전체를 위한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을 사실상 거부하며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사례를 들며 여야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이 임명된 적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김승련 논설위원은 “한 대행은 정치적 합의 필요성과 황교안 권한대행 관례를 거론하지만, 핑계일 뿐이다.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한 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는 시간을 끌어달라는 국민의힘 요청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옛사람들은 사람의 말보다는 그의 발길을 보라고 했다. 한 대행은 평생 국리민복을 다짐했겠지만, 그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났다. 우리 편 목소리와 해야 할 책무 사이에 낀 상태에서 책임 회피를 선택했다는 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의 연속된 탄핵을 강하게 비판한 조선일보와 대비되는 칼럼이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28일 「제2, 제3의 한덕수가 계속 나오면」 칼럼에서 “민주당이 의결 정족수 논란을 무시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한 것은 자신들을 무소불위 점령군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정훈 논설실장은 “이재명 대표의 대권 플랜에 일분 일초가 아쉬운 민주당으로선 정치색 없는 실무형 총리가 저렇게까지 저항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임명을 거부한 게 아니라 정치적 해결을 요청한 것인데 민주당은 즉각 탄핵의 칼을 뽑아들었다. 한 대행으로선 탄핵소추당할 것을 알면서 정면 돌파로 옥쇄(玉碎)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허약해보이던 관료 출신 한덕수가 이렇게 세게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라고 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한덕수 총리의 선택을 ‘결단’으로 보는 논조다. 박 논설실장은 “한 대행에게 따라붙는 상투어가 ‘무색무취’”라고 언급한 뒤 “취재 현장에서 수십 년간 그를 봐온 필자는 이런 상투적 낙인이 얼마나 곡해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는 정치적으론 무색무취하지만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분명한 자기 철학을 갖고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사람”이라고 했다.
박 논설실장은 또한 노무현 정부 때 한덕수 총리가 FTA(자유무역협정)의 숨은 조정자였다며 “한·미가 안보에 이어 경제 혈맹을 맺은 데는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무색무취가 아니라 신념을 갖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었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변질된 민주당은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해 국정을 혼란으로 밀어넣었다. 정권 탈환을 위해선 경제가 망가지든, 국정이 마비되든 상관없다는 그 무모함이 소름 끼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28일자 사설 「29건 ‘연쇄탄핵병’ 민주당도 이 전체 사태에 큰 책임 있다」에서도 “민주당의 한덕수 대행 탄핵은 뚜렷한 위헌 위법 행위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재명 대표를 위한 조기 대선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며 “29번의 탄핵안 중 법적 요건에 맞는 것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단 한 건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이 대표를 위한 방탄용 탄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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