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ICT 연구개발(R&D)에 연간 약 1조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사이버 보안 등 신기술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고 27일 밝혔다.
1조원 전략 투자로 ICT분야 성과 속속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올해의 ICT R&D 우수성과’를 발표했다. AX(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디지털 대변혁을 이끌 기술 혁신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정보통신 분야 연구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올해 과기정통부와 IITP는 ICT 연구개발(R&D)에 연간 약 1조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 왔다.
AI반도체·AI·양자 등 게임체인저 분야는 도전적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를 이뤘다.
차세대통신과 전파,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한층 고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며, 우리 디지털 인프라의 신뢰성을 높였다.
디지털융합을 통한 사회혁신 기술개발 분야에서는 국가 경제·사회적 위협을 해소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견인할 디지털 기술 혁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특히 게임체인저 분야에선 리벨리온, 퓨리오사AI, KAIST 등 국내 대표기업과 대학이 독자적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AI 반도체 생태계에 도전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리벨리온은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와 민간투자를 통해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풀스텍에 기반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개발했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9월 국내와 이스라엘,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시장을 포함해약 200억원의 양산 매출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사피온과 합병을 통해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났다.
퓨리오사AI는 추론용 NPU 반도체 ‘레니 게이드’를 개발해 엔비디아 제품(L40S) 대비 최대 60% 이상의 높은 전성비(전력 대비 효율 성능)와 2배 낮은 가격을 실현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반도체 원천기술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PIM 반도체 설계센터(KAIST)는 3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적용한 ‘상보형-트랜스포머 AI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상보형-트랜스포머’는 GPT-2 모델을 400mW의 초전력만을 소모해 구동하는 등 엔비디아 A100 대비 전력 625배, 칩 면적이 41배 작은 AI반도체다.
생성AI 기술 확보·양자정보 전송 성공
인공지능 관련해서도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코알라’는 경량화된 모델로서 빠른 속도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동시에, AI 분야 동급 모델들과 비교해 우수한 품질의 멀티모달 생성형 AI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AI기업인 테디썸의 ‘블로썸’은 효율적인 학습 방법론을 통해 의료 리포트 생성에 있어 정확성과 해석 가능성 측면에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인공지능 분야 세계 최고 석학 얀 르쿤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AI 프론티어랩’과 ‘국가 AI 연구거점’도 올해 출범됐다.
또한 과기정통부와 IITP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양자정보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올해부터 양자통신과 센싱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세계 세 번째로 실제망(16.4km)에서 양자정보 전송에 성공하는 한편 100km 이상 장거리 양자얽힘 분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현하며 양자 인터넷 시대를 향한 첫 발을 딛었다. 기존 중력계 대비 10배 이상 향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 중력 센서 성능 구현과 고도화 작업도 해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사이버 보안 기술력 강화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선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이 민관 협력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국내 장비업체인 쏠리드는 정부의 방송통신산업기술개발 R&D 참여를 통해 중계기(DAS) 분야 세계 점유율 3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유캐스트는 ETRI와 5G 스몰셀을 공동 개발, 브라질, 미국, 인도 등의 기지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도 투자 규모를 지속 늘려 기술력을 강화했다.
다크웹에 특화된 생성형 AI 언어모델인 다크버트를 개발한 에스투더블유는 다크웹 내 사이버범죄 수사지원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생성형 AI 보안 플랫폼인 ‘시큐리티 코파일럿’과의 기술을 협력하는 한편 인터폴과도 공조 중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개발한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거래소 간 사용자 식별 기술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적용된 후 현재 30개국 120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사용되고 있다.
동형암호 원천기술을 개발한 서울대학교와 크립토랩은 IBM의 동형암호 기반 AI 분석 SW 적용 등 글로벌대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디지털 융합 분야에선 2021년부터 사회문제해결·디지털역기능대응사업 지원으로 디지털 범죄 예방을 위한 AI·디지털 기술을 개발해나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성가족부 등 정부기관과 함께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디지털역기능대응사업에 참여한 성균관대학교는 생성형 AI로 만드는 성적 허위 영상물의 피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딥페이크 탐지·추적 솔루션을 개발해 여성가족부에서 운영 중인 삭제지원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도록 2025년부터 지원할 예정이다.
또 ‘N번방 사건’의 재발 방지와 근절을 위해 ETRI는 불법 촬영물 필터링 기술 및 불법 촬영물 차단·방지 솔루션을 개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네이버, 카카오, 틱톡 등 27개 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ETRI는 경찰청(국가수사본부)의 불법 촬영물 검출 시스템 등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적용할 예정이다.
홍진배 IITP 원장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 기획·평가·관리와 산·학·연이 함께 힘을 모으는 R&D 혁신을 통해 R&D가 R&D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영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2025년에도 ICT R&D의 우수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기관이 손잡고, 산학연과 원팀이 돼 성장엔진을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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