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환율과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국채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금리가 내려간 종목이 더 많았으며, 금리 수준은 모두 기준금리보다도 낮았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정치적 이슈보다는 경제 기초체력에 더 큰 영향을 받아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국고채 금리, 계엄 선포 후 하락… 외국인 순매수 지속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도 국고채 금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7일 최종호가수익률을 한 달 전(11월 27일)과 비교하면 1·2·3·10·50년물 금리는 내렸고 5년·20년·30년물 금리는 올랐다. 채권의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가격이 오른 국채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만기별로 보면 1년물은 지난 27일 2.695%에 마감하면서 한 달 전(2.846%)보다 15.1bp(1bp=0.01%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2년물은 2.4bp(27일 금리 2.776%), 10년물은 0.4bp(2.876%), 50년물은 1.2bp(2.686%) 하락했다. 반면 5년물은 0.1bp(2.784%), 20년물은 4.6bp(2.877%), 30년물은 2.7bp(2.805%) 올랐다.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세도 안정적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장외시장에서 국고채 대금 1조4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48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외환·주식시장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계엄령이 선포된 12월 3일 야간거래에서 장중 1442원까지 급등한 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면서 1480원을 넘어섰다.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는 지난달 27일 1397원에서 이달 27일 1467.5원까지 올랐다.
주식시장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급변동했다. 계엄령이 선포되기 직전인 3일 오후 2500.10에 마감한 코스피 지수는 이튿날 2464로 마감하며 36.10포인트(p) 급락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화 이후 상승했지만 한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로 장중 2388.33까지 떨어졌다. 지난 27일 코스피 지수 종가는 2404.77로, 지난달 27일(2503.06)과 비교해 98.29p 내렸다.
◇ 금리 인하 기대감·WGBI 편입 등 효과… “추경시 금리 오를수도”
국채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먼저 시장금리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더 큰 영향을 받아 정치적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과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국고채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채권은 경기에 대한 리스크를 반영하는데, 최근 물가가 많이 떨어지고 경기도 둔화하면서 내년 1월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면서 “이런 기대감이 채권 금리 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부가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내년 2월까지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하고, 대상 증권과 대상 기관을 확대하기로 했다.
세계국채지수(WGBI) 등 선진지수에 편입된 점도 투자자금이 끊기지 않는 원인이다. 한국은 세계 3대 채권지수인 블룸버그-버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WGBI,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 중 블룸버그 지수에 편입돼있고, WGBI는 내년 11월부터 편입된다. 정부는 WGBI 편입으로 560억달러(약 75조원) 규모의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화 자산 중에 채권은 선진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외국인이 이탈하지 않았다”면서 “매도세가 나타나더라도 국채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수준의 움직임을 보였다”고 했다. 다만 그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발행될 겨우 금리가 오를 여지는 있다”면서 “추경 규모가 10조원을 넘긴다면 10년물 기준 7~10bp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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