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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집회에 모인 50만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부른 ‘노래’ 정체에 눈물샘 펑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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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4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8) ⓒ뉴스1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4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8)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개입 정황이 한층 구체화하는 가운데 헌법재판관 임명은 안갯속인 상황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딛고, 시민들은 주말을 맞아 다시 서울 도심 사직로와 세종대로를 빼곡히 메운 채 외쳤다. “수사거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헌법재판관 지금 즉시 임명하라”

28일 서울 광화문 앞 동십자각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 모여든 시민 50만명(주최 쪽 추산, 경찰 비공식추산 3만5천명)은 상식에 바탕을 둔 일상의 언어로, 비현실적인 내란 사태와 그 이후 과정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다. 무대에는 직장인, 참사 유가족,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학교 밖 청소년이 올랐다. 시민들은 이제는 집회의 상징이 된 각양각색 깃발과 직접 꾸민 손팻말을 흔들고 먹거리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응원했다.

이날 범시민대행진을 감싼 건 전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서 일부 드러난 내란 정황에 대한 충격이었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공동운영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윤석열이 총을 쏴서라도 의원들을 끌어내리라고 했다고 한다. 위험하고 난폭한 범죄자일 뿐인 이 자에게 도둑질당한 우리의 삶과 일상, 민주주의를 어떻게 회복하고 굳건하게 세울까 생각이 많았던 날이었다”고 했다.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4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8) ⓒ뉴스1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4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8) ⓒ뉴스1

전날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며 윤대통령이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국회 본관에)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채근하는 등 내란에 개입한 정황을 담은 수사 결과를 제시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하기 위해 준비된 야구방망이나 케이블타이같은 도구가 공개되기도 했다. 프리랜서 작가 성진아(53)씨는 “무슨 영화인 줄 알았다.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같은 단어가 2024년 대한민국 뉴스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멈칫되는 탄핵 절차를 바라 보는 두려움도 이어졌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민영두(61)씨는 “여당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할 거라면 최소한 생각하는 향후 계획이라도 이야기를 해야 자신들이 말해 온 질서가 잡히는 게 아니냐”며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돌아온다면 우리나라가 최소 10년은 유지가 어려운 혼란에 빠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공석인 헌법재판관 세 명의 임명을 사실상 거부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탄핵당한 데 이어, 새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재판관 임명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당은 재판관 임명이 아닌 탄핵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채, 총리 탄핵안 가결을 이날 “정부 붕괴 시도”라고 비판했다.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4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28) ⓒ뉴스1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4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28) ⓒ뉴스1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여러분이 꿈과 희망 펼쳐 나가야 할 이 나라가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추종 세력들에게 넘어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 한덕수 총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참사 당시 보였던 모습도 함께 되짚었다.

불안과 분노 속에서도 시민들은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온기와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집회 현장 한쪽에는 ‘우리 쌀로 만든 무지개떡’을 받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지난 21일 밤부터 22일까지 남태령에 모여들어, 경찰에 가로막힌 트랙터 행진 길을 터준 시민들에 보답하기 위해 농민들이 준비해 온 떡이다. 떡을 받아든 시민 임연화(32)씨는 “그날 밤새 현장에 있었는데 연단에 소수자 분들이 많이 섰다”며 “다양한 시민과 연대하는 의미의 무지개색 떡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도 집회 발언을 이끈 건 학교 밖 청소년, 공연예술을 공부하는 학생, 비정규직 노동자 등 내란으로 빼앗길 뻔한 자유의 가장자리에 있었던 사회적 소수자들이었다. 무대에 올라 “성소수자이자 오타쿠이자 간호사”로 자신을 소개한 김수경 간호사는 “이 모든 수식어를 한 번에 말할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다”며 소녀시대의 노래 ‘힘내!’를 불렀다. 시민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뿐인 복잡한 이 지구가 재밌는 이유는 하나. 바로 너”라는 노래 가사를 함께 불렀다.

이날치밴드는 이날 무대에 올라 “(우리는) 독재 망령들, 제국주의 찌끄러기들과 싸워서 져본 일이 없다. 3·1운동, 4·19 항쟁, 부마항쟁, 5·18, 촛불혁명이 그랬다”며 “그때는 우리가 조금 급했었나 보다. 질긴 고기인 줄 모르고 적당히 육즙만 빼먹었던 것 같다. 턱이 아프고 손 아프겠지만 찌끄러기 하나 안 남게 잘근잘근 씹어버리자”고 외쳤다. 이어 이날치밴드의 노래 ‘범 내려온다’가 현장에 울려 퍼지자, ‘새해에는 새나라로’ ‘탄핵핑’ 등 문구가 적힌 각자의 손팻말과, ‘내한하기 좋은 세상 만들기 위원회’ ‘진짜 탄핵지지자 많음’ 등이 적힌 다채로운 깃발이 흔들렸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노래는 그치지 않았다.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나온 노래는 부석순의 ‘파이팅해야지’였다. 이어 소녀시대의 ‘다시만난세계’, ‘소원을 말해봐’ 등 케이팝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노래 사이 적절한 순간에 “윤석열 퇴진해” “체포하라” 구호를 곁들이며 명동까지 걸었다.

버스에 탄 시민들은 행진 행렬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고, 길 가던 시민들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명동에 이르자 참여자와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 경계가 허물어지며 한 데 모여 케이팝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한겨레 임재희 기자, 고나린 기자 /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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