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시간은 나의 편인가, 남의 편인가?’
작금의 탄핵 정국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좌파 진영으로부터 ‘내란수괴’로 지목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반국가 종북 세력’으로 규정한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하루라도 빨리 탄핵심판을 진행, 파면 결정이 내려지길 희망하고 있다. 그래야 조기 대선의 막이 오르고, 대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재명 대표의 기대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강행하자,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당분간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보류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과 ‘파부침주(破釜沈舟-결사의 각오)’의 자세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신속히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더퍼블릭」이 탄핵 시계를 최대한 빨리 돌리려 하는 이재명 대표와 반대로 시계를 천천히 돌리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노림수에 대해 짚어봤다.
한덕수까지 탄핵시킨 이재명의 민주당…與,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기어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시켰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국회 추천 몫 3인의)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은 곧바로 한덕수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윤석열 대통령까지 세 번의 사례가 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시킨 사례는 한덕수 대행이 처음이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한덕수 권한대행은 입장문을 내고 “저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무위원들과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은 평상심을 가지고 맡은 바 소임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대행 탄핵으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이어받게 됐는데, 민주당은 최상목 부총리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할 경우 최 부총리는 물론 사실상 내각 총사퇴 수준의 국무위원 탄핵을 예고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최상목 부총리도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개인 의견을 전제로 “그 상황이 된다면 여러 명의 국무위원을 함께 탄핵시켜야 된다. 사실상 내각 총사퇴 수준의 국무위원 탄핵에 들어가야 된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행 탄핵에 이어 최상목 부총리까지 탄핵소추 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개장 이후 오전 9시 15분께 1470원을 넘었고 장중 한때 20.7원 오른 1485.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2429.67)보다 24.9포인트(-1.02%) 하락한 2404.77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2400대가 붕괴해 2388.33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675.64) 대비 9.67포인트(-1.43%) 내린 665.97로 장을 마감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대통령에 준하는 탄핵 가결 정족수(200명 이상 찬성)를 적용하지 않은 민주당의 위헌적 행위로 인해 국민의힘의 탄핵소추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민주당의 위헌적 행위에 따른 권한대행의 직무정지에 의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본안 소송(권한쟁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효력 정지를 요청하는 것으로, 빠르면 2~3일 내에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조기 대선 위한 이재명의 무리수…文 정권 ‘매운맛’ 버전 이재명 정권, 입법‧행정 장악한 절대 권력의 탄생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의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민주당은 탄핵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럼에도 민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시키는 무리수를 둔 건 이재명 대표의 조기 대선을 위함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현안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명 대표는 엄청 불안할 것이다. 조기 대선이 안 되고 시간 끌어서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대법원 하나 남는다. 1~2심 다 유죄인데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오겠나”라고 반문했다.
권성동 권한대행은 이어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대권)경쟁자가 생길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한 두 달 안에 끝내려고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며 “사법리스크 없으면 이렇게 서두를 이유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는 그간 항소심 관련 서류(소송기록 접수 통지서)를 수령하지 않거나,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는 등 항소심 재판을 지연해 왔다.
이에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은 지난 18일 법원 집행관을 이재명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보내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를 전달한데 이어, 지난 23일엔 이 대표 항소심 국선변호인을 선정, 이를 이 대표에게 통보했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가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내년 1월 중순경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항소심 재판 결과는 3개월 내에 선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직선거법 사건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처리)’을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을 경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례와 같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탓에, 민주당도 지난 대선 보전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으론 안 된다’는 ‘이재명 불가론’ 확산과 함께, 김동연 경기도지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민주당 내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게 권성동 권한대행의 진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소심 재판 결과가 선고되기 전 헌법재판소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이끌어 내야 하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무리수를 둬서라도 헌법재판소 완전체 구성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것.
가정을 전제로, 만약 이재명 대표 바람대로 헌법재판소 완전체 구성 뒤,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른 조기 대선에서 이 대표가 대권을 잡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재명 정권은 ‘종북‧친북 좌파 정권’이라 비판받았던 문재인 정권의 ‘매운맛’ 버전이 될 것이란 게 일각의 우려다. 국민의힘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현수막을 게재하는 이유이지 싶다.
특히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입법부를 장악한 이재명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한다면 그야말로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할 것이고, 그 절대 권력자는 결국 절대 부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尹 대통령 변호인단, 헌재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혹자의 ‘뇌피셜’과 지지층의 ‘희망 회로’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절대 권력자를 꿈꾸고 있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탄핵 시계를 빨리 돌리려 하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헌법재판소가 이재명 대표 기대대로 신속하게 파면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지난 27일 헌법재판소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을 다투하겠다고 했고, 헌법재판소의 서류 송달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적절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출석해 직접 변론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파부침주(破釜沈舟-결사의 각오)’의 자세로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이겠다는 심산으로 읽혀진다.
당초 첫 변론준비기일 전날(26일)까지도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변호인단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음에 따라, 좌파 진영에서는 ‘수사를 거부하고 재판을 지연시키는 모습이 참으로 비루하기 그지없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혹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부터 운이 좋다는 점쟁이들의 얘기를 듣고 버티고 있다(민주당 박지원 의원)’고 주장했고, 또 다른 혹자는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섭외 중이지만 다들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에 섭외가 쉽지 않다(개혁신당 천하람 의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혹자들의 주장이 ‘뇌피셜(뇌+오피셜, 개인의 생각이나 상상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행위)’이었다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에선 윤 대통령이 특정 시점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란 ‘희망 회로(희망+신경회로, 낙관적인 상상)’를 돌리고 있었다.
이를테면 12‧3 비상계엄 선포의 한 축이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를 확보한 윤석열 대통령이 포렌식이 완료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것.
설사 포렌식을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포렌식 결과를 공개하게 되면 부정선거에 연루된 특정 국가와의 외교 분쟁이 일 수 있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때까지 최대한 탄핵심판을 지연하려는 게 아니냐는 희망 회로적 주장도 제기됐다.
한덕수 대행의 ‘직무 복귀’ 가능성과 尹 대통령의 ‘파부침주’…4월 이후에나 결론?
다만,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가 지정한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했고, 향후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국회 측과 치열하게 다툴 것을 예고했는데, 헌재가 국민의힘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또 윤 대통령 측이 국회 측과 치열하게 다투게 되면, 헌재가 신속히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사건을 접수한 날(지난 14일)부터 180일 이내(내년 6월 11일)에 탄핵소추안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이는 권고적 규정이지 강제적 규정은 아니지만, 내년 4월 1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이들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 서둘러 결론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낸 한덕수 대행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가 인용할 경우 한 대행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덕수 대행이 국회에 요청한 대로 여야가 합의안을 마련할 때까지 국회 추천 몫 3인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보류될 공산이 크고, 당분간 6명의 헌법재판관으로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해야 한다.
6명의 헌법재판관이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할 수는 있으나 결론까지 내리기란 쉽지 않다. 헌법재판관 6명 중 1명이라도 반대한다면 탄핵안을 기각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결정이나 탄핵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이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변론기일에 참석해 국회 측과 치열하게 다툴 경우 헌법재판소가 문형배‧이미선 두 헌법재판관 임기가 종료되기 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 종료 전에 결론이 내려지지 않으면, 이후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다. 9인 체제의 헌법재판소 완전체가 꾸려졌더라도 2명의 헌법재판관이 임기 종료로 퇴임하면 7명의 헌법재판관만 남게 된다. 남은 7명의 헌법재판관 중 중 2명만 반대 의견을 내게 되면, 윤 대통령 탄핵안은 기각된다.
가정을 전제로,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기각된다면 윤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이는 조기 대선을 기대하고 있는 이재명의 민주당에겐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고, 특히 그동안 무차별 탄핵을 연출했던 입법 독재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사진 및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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