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득 작가가 화폭에 만들어낸 공간은 관찰, 해석, 단순화, 분해 그리고 다시 채워가는 과정을 거쳐 결국 하나의 화면을 넘어서 광활한 자연을 보인다. 그가 그려내는 자연 공간은 산수화(山水畵)의 와유사상 그리고 유유자적(悠游自適)에서 도래되었다. 본래 ‘와유사상’은 누워서 고적의 그림들을 보면서 그 장소를 여행하듯 그림을 보는 것이다. 조원득은 어쩌면 방안에 가만히 누워서 멀리 있는 명승고적을 구경하고자 함이요. 그의 유유자적은 속세를 떠나 자유롭고, 속박되지 않은 상태로 조용히 편안하게 살아가고자 함이다.
조원득의 작업은 대체로 거대한 산의 형상을 멀리서 관조하는 특징을 지닌다. 그는 자연의 형상과 날씨, 시간, 계절 등 다양한 요소들이 담긴 산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관찰해 그 만의 자연 풍경을 담아낸다. 작가 스스로 관찰한 공간을 화폭에 옮기고, 눈으로 가능한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자유롭고 생기가 넘치는 자연의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작가는 마치 평범한 공간이더라도 그 안에서 느꼈던 자신의 감정과 감각을 그려낸다. 거기에다 더하여 존재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관찰한 후 이를 해체하고 화면을 크게 그리고 단순하게 분할(分割)한다. 분할된 면으로 분해된 공간을 캔버스에 일종의 퍼즐처럼 조합시킨다.
그가 이룬 구성된 공간은 면과 면이다. 화면의 분위기, 공간감 등의 요소들은 결정되었지만 분할되고 단순화된 공간은 현실적이기보다는 인위적이고 딱딱한 공간들로 구성된다. 눈으로 바라본 자연의 본질은 그 비워진 면을 채워가면서 완성하게 된다. 그래서 이 공간은 색의 실들로 한 줄씩 그려 쌓아 올린다. 세필로 색의 실들을 하나씩 그려가는 과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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