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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동덕여대 학생들 “민주동덕 실현될 때까지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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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싸워온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 담장을 넘어 거리로 나와 대학본부의 비민주적 행정을 규탄했다. 고등학생, 다른 대학 학생, 일반 시민 등 많은 여성들도 함께 한파 속 거리를 지키며 “국민을 탄압의 대상으로 보는 윤석열과 학생을 탄압의 대학으로 보는 학교 측의 태도는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덕여대 중앙동아리 및 재학생들은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는 공학전환 논의를 비롯해 지난 수년간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해왔다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학교가 되기를 요구하며 탄압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외쳤다.

중앙국궁동아리 비전 소속 A 씨는 “이미 2022년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한 학과 통폐합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안전으로 인해 학우가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학생들은 매번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분노했으나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해왔다”며 “또한 학교는 학생총회를 통해 공학전환 전면 철폐, 총장직선제 실현이라는 학생 전체의 의견을 전달했으나 이것 또한 묵살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마저 침해하며 학생들을 짓밟았다” 지적했다.

문헌정보학과 박모 씨도 “부족한 교수진, 노후화된 시설, 장학금 제도 부실 등 그동안 학생들이 요구해온 모든 문제들은 덮어두고 학교 발전을 위한다며 공학전환을 논의하는 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방안인가”라며 “동덕여대의 정체성은 여대에 있다.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어떤 것도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특히 지난해 교내에서 한 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학교의 대처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어국문학과 송모 씨는 “지난해 6월 한 학우가 세상을 떠나고 일주일 되던 날 추모집회를 앞두고 학교는 마음대로 애도기간을 정한 뒤 그동안 집회를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올렸다”며 “총장이 참담하고 비통하며 유감이라는 감상 따위를 내놓던 그때 나는 더 열심히 문제제기하지 못하고 살아서 학교가 저지른 살인의 방관자가 됐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력한 현실 앞에서 회피하는 게 아니라, 도망치지 않고 침묵하지 않으며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게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어내는 방법임을 깨닫고 이 자리에 섰다”며 “민주동덕의 명성을 꼭 되찾고 싶다. 세상을 바꿀 민주동덕 학우 여러분. 학교가 정신 차릴 때까지 멈추지 말자”고 호소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출구 인근에서 주최한 '민주없는 민주동덕'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 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출구 인근에서 주최한 ‘민주없는 민주동덕’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주최 측은 경찰에 800여명이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학생들의 뜻에 동감하는 시민들이 대거 참여해 2000여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동덕여대 입학을 희망해 온 고등학생, 대학 내 여성혐오를 목격해 온 대학생 등은 물론 정의당·진보당·여성의당 등 정당 소속 여성 정치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단체 소속 활동가들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동덕여대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 B 씨는 대독을 통해 “중학생부터 지금까지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를 진로를 꿈꿔왔는데 대학이 공학으로 바뀐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과목을 공부하며 학생들의 말을 듣지 않는 학교를 가기 위해 입시를 준비하게 된 나는 뭐가 되느냐”며 “재학생과 졸업생, 입시생 모두가 반대하는 일을 학교가 할 수 있나. ‘민주동덕’을 구호로 내세운 학교라면 그에 걸맞게 학생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여성주의 교지 편집장 김모 씨도 “1948년 중앙여자대학이 중앙대로 개편된 이후 76년이 지났다. 성비가 비슷한 최근에도 학생 사회 임원은 남성이 다수고,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정서는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며 “페미니즘에 반대하고 성역할을 공고이 하는 언행에도 침묵하는 게 공학대학의 현실이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결국 학교 주인인 학생들의 권리 축소로 돌아온다”고 했다.

학교가 학생들을 탄압하는 행동이 윤석열 대통령이 시민들을 탄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소속 허모 씨는 “국민을 탄압의 대상으로 보는 윤석열과 학생을 탄압의 대학으로 보는 학교 측은 무엇이 다른가”라며 “우리는 지금 시국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 얼마나 구성원들에게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학교가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여성을 넘어 시민사회 주체로서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목소리로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집회 참여자들과 외부 시민 간 큰 충돌은 없었으나 일부 남성들이 참여자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행위가 계속 일어났다. 한 남성은 “시위가 아니라 폭동이다”라고 소리를 질렀으며 다른 남성은 집회 해산 뒤 귀가하는 참여자들을 촬영하려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프레시안(박상혁)
▲동덕여대 학생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프레시안(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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