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 해제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군방첩사 군인들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를 우선 체포하려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 기소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의 수사 결과를 보면, 김 전 장관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이재명·우원식·한동훈 3명부터 잡으라”고 지시했다. 여 사령관에게서 이 명령을 받은 김대우 방첩사수사단장은 4일 새벽 0시38분께 국회로 출동하고 있는 7개 방첩사 출동조와 그룹통화를 하면서 “기존 부여된 구금인원 전면 취소한다. 모든 팀은 이재명·우원식·한동훈을 체포하여 구금시설, 수방사로 이동한다”고 명령했다. 이어 방첩사 출동조 단체대화방에는 “기존 부여된 구금인원 전면 취소, 모든 팀은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중 보시는 팀먼저 체포해서 구금시설(수방사)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현장에 있는 작전부대를 통해 신병을 확보한 이후 인수받아 수방사로 구금바랍니다. 포승줄 및 수갑 이용”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앞서 여 사령관은 김 단장에게 주요 정치인 등 14명을 체포하라고 했지만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이 해제될 위기에 처하자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2인 체포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수정 지시를 한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2시간여 전인 지난 3일 저녁 8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지시한 내용도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담겼다. 김 전 장관이 여 사령관에게 체포를 지시한 인원은 14명인데 조지호 경찰청장은 여 사령관에게서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부장판사까지 모두 15명의 위치 추적을 요청받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사람 숫자에 차이가 있다. 좀 더 수사를 해보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오면 말씀드리겠다”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체포자 명단은 없었다는 것이 명확한 김 전 장관의 이야기”라며 “체포자 명단이 있고 명단에 있는 사람을 잡기 위해서 체포조가 운영된 것 처럼 보도되는 것은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및 전산자료 확보 임무는 김 전 장관이 여 사령관 뿐만 아니라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문 사령관은 지난달 김봉규 대령, 정성우 대령을 통해 정보사 요원 30여명을 선발하도록 하고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비상계엄이 선포될 때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이후 문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 김 대령, 정 대령은 이달 1일 안산 롯데리아에서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문 사령관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렸다고 한다. 또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에 다시 구삼회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티에프 팀장, 김용군 전 육군 대령을 안산 롯데리아에서 만나 합동수사본부 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문 사령관은 비상계엄 전 고동희 정보사 계획처장에게 중앙선관위로 출동하게 하고, 고 처장이 보내온 중앙선관위 조직도를 보고 체포·감금할 직원 30여명을 최종적으로 정했다. 정 대령은 정보사 요원들에게 명단을 불러주면서 포승줄 등으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겨레 정혜민 기자, 곽진산 기자 /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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