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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지연 尹측, 기자들 질문 쏟아지자 “다음에…시간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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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 당일에야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윤 대통령 대리인들이 이날 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7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 당일에야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윤 대통령 대리인들이 이날 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다음에 하시죠.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요.”

27일 오후 3시께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윤 변호사는 기자들이 “또 기일 연기 신청할 건가” “헌법에 따르면 계엄령 하에서도 국회는 건드릴 수 없는데 포고령 1호가 위헌 아닌가” 등 질문을 이어가자 이를 끊으며 이같이 말했다.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쟁점 정리가 마땅한지 의문이다”, “어떻게 대응할지 확인한 다음에 제출하겠다”며 심판 절차 지연을 꾀하던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기일을 마치고 100명 가까운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심판 지연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2시46분께 변론준비기일이 끝난 직후 헌재 소심판정 앞에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을 포착하려는 영상 기자와 카메라 기자, 취재 기자 수십여 명으로 찼다. 이들은 당일 오전에야 윤 대통령 측으로 소송위임장을 제출하고 출석 의사를 밝힌 배보윤·배진한·윤갑근 변호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변호인단이 심판정을 나서자 문 앞에 있던 취재기자 50여 명과 사진기자 30여 명이 이들을 에워쌌다. 40여 명의 영상기자는 바깥쪽에서 이들을 둘러싸고 촬영을 시작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하실 말씀’을 묻는 취재진 첫 질문에 “송달이 적법하게 되지 않아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이날 심판정에선 재판부를 향해 “송달이 적법했느냐는 문제에 저희는 적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서류 수취를 거듭 거부하자 수령 없이도 송달 효력이 발생하는 ‘발송송달’을 했다. 헌재는 형사소송법 61조2항과 민사소송법 187조, 그리고 대법원 판결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27일 오후 2시50분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 직후, 취재진이 당일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심판정을 나서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7일 오후 2시50분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 직후, 취재진이 당일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심판정을 나서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 대통령 측에 탄핵소추안의 핵심 사유 중 하나인 포고령 발표와 국회 침탈을 인정하는지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한 기자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의원 끌어내리라 지시 했는가 안 했는가”라고 묻자 윤 변호사는 즉답을 피하며 “검증하기 전에, 그 말이 나오는 상황이 합당했나, 이치에 맞느냐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 여부는 답하지 않으면서 국회 침탈 혐의는 부인한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이 문서 제출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기에 다음 기일엔 문서를 제출할 것이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그러나 윤 변호사는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며 사실상 답을 피했고, 윤 대통령이 언제 직접 출석할지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기”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 측이 변호인단을 갑작스럽게 공개한 이유로는 “헌법 절차에 당당하게 대응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윤 변호사는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내란수괴 혐의 등 수사 관련해 ‘체포나 구속영장에 대비하느냐’고 묻자 “앞서가는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 준비기일 때도 연기를 신청할 것인지에 대해선 “준비가 되면 하고 준비가 안 되면 그때 그 대응책을 찾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변론준비기일 연기를 신청했는데, 재판부는 탄핵소추의결서와 준비기일 통지 등이 적법하게 송달됐고 양 당사자가 출석해 개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자들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배보윤·배진한 변호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윤 변호사 옆에 서 있었다. 질의 중간 윤 변호사가 자리를 뜨려 하면서 일부 취재 기자들이 일어서자 대형 바깥에서 이들을 촬영하던 영상 기자들이 “앞에!”라며  촬영 구도를 가리지 않도록 비켜서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27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 당일에야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윤 대통령 대리인들이 이날 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7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 당일에야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윤 대통령 대리인들이 이날 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당일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윤갑근·배보윤·배진한 변호사. 사진=김예리 기자
▲2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당일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윤갑근·배보윤·배진한 변호사. 사진=김예리 기자

6분가량 기자 질문을 받던 윤 변호사는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다음에 하자. 앞으로 시간 많으니까. 또 뵙겠다”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에 추가로 질문하려는 기자들과 이들을 더 촬영하려는 사진, 영상 기자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심판정에서 헌재 정문으로 이동하는 구간을 25명가량의 기자들이 좇았다.

윤 대통령 대리인들이 헌재 정문을 나서자 재판소 앞에 서 있던 30여명의 시위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날 헌재 바깥은 변론준비기일이 시작하는 오후 2시가 가까워질 무렵 탄핵에 반대한다고 외치는 시위자들로 혼잡해졌다.

▲내란사태로 탄핵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 배보윤(왼쪽)·윤갑근 변호사가 27일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뒤 헌재를 나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내란사태로 탄핵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 배보윤(왼쪽)·윤갑근 변호사가 27일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뒤 헌재를 나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일부 기자들은 윤 대통령의 대리인들이 정문을 나선 뒤 건너편 이어진 인도를 따라 안국역 2번출구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확인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지하철역에 들어선 이들은 개찰구를 통해 들어가지는 않고 반대편 출구를 향해 걸었다. 배진한·배보윤 변호사는 차례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윤 변호사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느냐는 질문에 “데리러 오는 차편이 있다”고 했다.

탄핵 심판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이날 변론준비기일에서 재판부에 △오늘 쟁점정리가 마땅한지 모르겠다 △체계적으로 보고 있다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확인한 다음에 소명하겠다 △이 사건을 가장 빨리 진행할 근거가 있는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등 이유를 대며 서류 제출 여부를 확답하지 않거나 기일을 늦게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배진한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대응할 시간이 촉박하다”며 ‘헌재에 제출된 탄핵 사건 가운데 이 사건을 가장 빨리 진행하기로 협의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주심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중요하다. 당연하다”라며 “가장 앞서 제출된 것이 아니라 가장 시급한 사건부터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봤을 때 필요 이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시거나 이렇다 한다면 제재할 것이다. 당연하다”고 말했다. “피청구인이 해야 할 일을 완전히 못 하게 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하진 않을 것이다. 충분히 보장하는 한도 내에선 하고, 그 대신에 협조를 해주셔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30분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위배해 비상계엄을 선포 △계엄사령관을 통해 포고령 1호를 발표하게 한 행위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봉쇄, 침입해 헌법기관의 국회 활동을 방해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위법하게 침입 △국회의원, 정치인, 언론인 등의 불법체포를 시도한 행위 등을 한 사유로 탄핵소추 대상이 됐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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