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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자기공명영상(MRI)를 포함한 뇌정밀검사 결과 이상 소견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두통 증상이 잦고 기간도 오래됐으니 정기적인 신경과 진료를 권해드립니다.”
“직접 설명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한나절을 들여 검사를 받아도 그 때 뿐이지, 우편으로 결과지를 받아보면 잘 와닿지 않더라고요. ”
“진표를 보니 외식, 음주 횟수가 많은 편이고 당뇨병 가족력도 있으신데 운동을 전혀 안 하시더라고요. 연속혈당측정기(CGM·Continuous Glucose Monitoring)를 활용한 모니터링 검사를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운동량을 서서히 늘리시면서 체중 조절에도 신경을 쓰셔야 겠습니다.”
지난달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이용한 후 방문상담을 받으러 온 서경제(52·가명) 씨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섰다. 만성적인 두통으로 고생하면서도 번거롭다는 핑계로 병원 방문을 미뤄왔던 서씨는 두살 어린 후배가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검진 센터를 찾았다. 매년 꼬박꼬박 직장검진을 받아온 동년배 친구들과 달리 자영업자인 서 씨는 수년 전 위내시경 검사를 딱 한번 받아본 게 전부였다. 밤낮없이 가게 일에 매달리느라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된다는 건강검진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는지 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설문을 통해 ‘뇌 정밀진단 프로그램’을 권유 받고 일련의 검사를 거쳐 결과를 듣기까지 조바심마저 들었다.
강북삼성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는 드물게 건강검진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1981년 국내 첫 종합건강진단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1984년 영양상담에 나서며 검진과 건강관리를 연계한 통합 접근을 시도했다. 국가암검진사업이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된 게 2002년이었음을 고려하면 20년 가까이 앞서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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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균(사진)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부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검진을 통해 암 같은 중증 질환을 조기 발견하면 치료 성적과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며 “고혈압, 당뇨병처럼 자각 증상이 없는 만성질환을 일찌감치 발견해 치료하면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중증 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병을 키우기 전에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에 나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때 ‘삼성맨’을 위한 검진센터라는 인식이 짙었던 것과 달리 현재 센터의 일반 기업 고객은 2000여 곳에 달한다. 40년 넘게 검진센터를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92만여 명의 수진자로부터 확보한 360만 건 이상의 방문 자료는 병원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 센터는 2011년부터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과 협력해 ‘강북삼성 코호트 연구’를 추진해 왔다. 2035년 12월까지 24년 여에 걸쳐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국인의 질병 발생 경과와 만성질환, 심혈관계질환 등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연구 참여에 동의한 수검자들의 정보를 차곡차곡 쌓았다. 기업건강연구소와 기업정신건강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진 분석 결과는 각 사업장에 컨설팅 및 자문을 제공할 뿐 아니라 자체 건진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등 혁신 의료기술이 접목된 검사를 도입할 때도 그간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실제 검진에서 유용성을 나타내는지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AI 기반 심전도 모니터링 솔루션 ‘에스패치(S-Patch)’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진 결과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대신 일상 속 맞춤형 건강관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운영 철학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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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부원장은 “단순히 검진을 받았다는 사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검진 이후 일상 속 변화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 며 “강북삼성병원의 전문의가 이끄는 전담팀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기록된 환자의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만, 심뇌혈관질환 등을 관리해주는 식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AI에 기반한 개인별 건강 나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웰에이징(Well-aging·건강한 나이 듦)’을 목표로 노화를 늦추거나 경우에 따라 더 젊어지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조 부원장은 “일상생활 속 건강 체크로 질병을 조기 발견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미래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도 맞물려있다” 며 “한국인의 질병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만성질환의 조기 진단 및 예방관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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