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다. 15억원 이하였던 핵심기술 유출 벌금을 60억원까지 상향한다. 또한 보호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신규 지정한다. 배터리 분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설계‧제조공정 기술과 우주 분야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체 제작‧검증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예방과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제58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5차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계획(제5차 종합계획)’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계획에는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수사‧재판 전문성 강화 및 합리적 처벌 ▲보호해야 할 기술과 기술 보유기관에 대한 관리 고도화 ▲국가핵심기술 수출·인수합병(M&A) 심사제도 정비 ▲대학·중소기업의 보안역량 강화 및 인력관리 체계 고도화 등 방안이 담겼다.
◇ 범죄 구성요건 완화하고, 처벌 사각지대 제거
정부는 해외유출 범죄 구성요건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완화했다. 수사당국의 혐의 입증 책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핵심기술,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했을 때 벌금은 기존 15억원에서 각각 60억원, 30억원까지 상향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는 3배에서 5배로 확대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 처벌체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기술유출을 소개·알선·유인하는 브로커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해 기술보호 사각지대를 제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조사·수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출범한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대응단’을 적극 활용해 공조를 강화한다. 산업기술 유출 범죄 수사를 위한 특별사법경찰관 필요성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법원의 관할집중 대상에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추가해 재판 전문성도 강화할 예정이다.
◇ 보호대상 기술 미리 찾아 해외 유출에 대비
정부는 시장 규모, 성장 잠재성, 산업경쟁력, 국가안보 관련성 등을 고려해 MLCC 설계‧제조공정 기술, SAR 탑재체 제작‧검증 기술 등을 내년 상반기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계획이다. MLCC는 전자제품 내 안정적 전류통제를 위한 필수 부품으로 반도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에 활용된다. SAR은 공중에서 해양 및 지상을 관찰하는 레이더로 최근 국방 초소형 위성체계 개발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또한 국가핵심기술 분야에 금속, 화학, 세라믹 등 소재분야를 신설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법(소부장법)’상 핵심전략기술을 ‘산업기술’로 추가해 보호한다.
기술 전문성이 높은 기관은 ‘기술안보센터’로 지정한다. 기술개발 속도가 빠르고 기술 분석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센터는 국가핵심기술 지정‧변경에 필요한 산업분석, 기술검토 등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관리도 강화한다. 정부는 확인제와 등록제를 도입해 국가핵심기술 보유 예상 기업을 빠르게 식별하고, 보호제도로 내로 편입할 계획이다. 현장 실태조사를 확대해 보유기관 관리현황을 점검하고, 보안역량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심의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인 기술보호 환경 조성을 유도할 방침이다.
◇ 발전하는 ‘유출 수법’에 능동 대응… 현행 체계 보완도
이외에도 현행 M&A 심사체계 보완, 수출심의 제도 정비도 추진한다. M&A에 대한 전문적인 심사를 위해 산업기술보호 전문위원회에 M&A 분야를 신설하고, 미승인·미신고 수출이나 M&A에 대해 산업부 장관이 직권으로 중지·금지·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기술 유출 가능성이 낮은 핵심기술 수출 행위에 대해서는 수출심의 절차를 일부 간소화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기술심사를 45일까지 제한하는 기술심사 상한제를 도입해 기술 검토 절차를 신속히 밟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술심사 기간은 최대 1회 45일 연장할 수 있다. 보안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학·중소기업 대상으로는 보안 인프라 구축, 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첨단 산업기술은 높은 군용 전용 가능성 등으로 경제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기술확보·보호를 위해 기술 통제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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