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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연행자 “이유라도 알고 잡혀가자고 계속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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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소속 농민들이 몰고 온 트랙터들이 2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소속 농민들이 몰고 온 트랙터들이 2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경찰이 남태령 시위를 찾은 시민 2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연행된 이들이 당시 경찰이 인도를 지나던 이들을 먼저 완력으로 막고 ‘깃발을 내리라’고 요구했다고 밝힌 가운데 경찰이 위법하게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 21일 집회 참여자 2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해 이틀 간 유치장에 입감했다가 지난 23일 석방했다. 다수 언론은 이들이 “폭행 혐의로 연행됐다”고 썼고, 일부 언론은 이를 ‘불법집회’ 프레임으로 다뤘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23일 “집회에 가세한 민노총 조합원 두 명은 경찰 폭행 혐의로 연행되기도 했다”며 “민노총의 불법 시위가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을 촬영한 영상과 연행된 당사자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경찰이 깃발을 들고 인도를 지나려는 시민들을 상대로 물리력을 쓰면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인 한강진역 앞에서 대규모 집회에 벌어진 가운데 집회 참가자가 가져온 다양한 깃발이 날리는 모습. 사진=김예리 기자
▲2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인 한강진역 앞에서 대규모 집회에 벌어진 가운데 집회 참가자가 가져온 다양한 깃발이 날리는 모습. 사진=김예리 기자

경찰에 연행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밤 10시30분~11시 사이,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 3번 출구 인근에 있었다. 당시 광화문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범국민 대행진’이 마무리되고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차벽에 가로막힌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에 연대하러 이곳에 모여들던 상황이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6일 남태령에서 연행됐던 2인 중 A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광화문에서 범국민대회를 마치고 집에 가려다 남태령 상황이 아직 있다고 해서 우리 한 번 가보자 하고 가던 길이었다”며 “3번 출구에서 한 30m쯤 갔을까, 깃발을 펴고 걷기 시작하자마자 경찰이 제지했다. 처음 들은 말이 ‘깃발 안 됩니다’였다. 깃발을 내리라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이유는 없었다”고 했다.

A씨는 “(경찰에) 왜 깃발을 왜 내리라고 하느냐, 여기는 인도인데 왜 길을 막느냐, 경찰들처럼 우리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알리려고 하면 깃발이 있어야 한다고 따졌다”며 “그런데 이유는 없이 내리라며 (깃발을) 잡으려고 했다. 그때부터 깃발 쟁탈전이 된 것”이라고 했다. 가던 길을 가려는 A씨와 조합원들과, 이를 완력으로 막는 경찰이 깃발을 잡고 반대 방향으로 밀면서 실랑이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1일 서울 남태령역 인근에서 경찰이 시민 2명을 연행하기 직전 상황. 경찰 10명가량이 화섬노조 조합원 4명을 에워싸자 시민들이 이를 둘러싸고 제지하고 있다. 화섬노조 제공
▲지난 21일 서울 남태령역 인근에서 경찰이 시민 2명을 연행하기 직전 상황. 경찰 10명가량이 화섬노조 조합원 4명을 에워싸자 시민들이 이를 둘러싸고 제지하고 있다. 화섬노조 제공

이에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경찰 10여 명이 A씨를 포함한 조합원 4명을 둘러싼 가운데 시민들이 곳곳에서 모여들며 “내가 처음부터 봤다” “왜 막아요” “지나가는 사람 그냥 놔 두세요”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이러시는 거예요”라고 외쳤다. 바깥쪽 사람들을 향해 “여기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마! 하지마!” 외치는 연호도 커졌다. 조합원들을 둘러싼 경찰을 시민들이 겹겹이 에워쌌고, 당시 화면엔 20명가량이 담겼다.

A씨는 “시민들도 따지는 틈에 그(경찰)들도 우리 깃발을 잡고 막으니, 저도 전경이 갖고 있던 깃발을 빼앗았다”며 “당신들도 깃발 표시가 없으면 이제 어떻게 알리느냐는 뜻이었다. 그러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그는 즉시 경찰들에 의해 왼팔을 꺾여 제압 당했다고 한다. A씨는 “(경찰이) 저를 보고 이제 현행범이라며 ‘공무방해로 당신을 체포합니다’라고 말하더라. 그러면서 닭장차(경찰버스)가 있는 길가로 억지로 끌고 가는데, 시민들이 못 데려가게 막으면서 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했다. A씨는 “그 때 경찰에게 ‘2차 계엄령 선포를 한 것도 아닌데 왜 나를 잡아가냐, 왜 길을 못 가게 하고 하느냐, 이유라도 알고 잡혀가자’고 계속 물었다”고 했다.

A씨는 경찰로부터 제압 당한 목 부위에 지금도 통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받은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그 틈바구니에서 제가 깃발을 뺏으면서 누구 경정 하나가 머리를 맞았다고 들었다. 조사 과정에서 들은 내용”이라고 했다.

그는 당일부터 이 같은 상황을 “폭행 혐의”라고 담은 언론 보도를 두고 “사실 너무하더라”라며 “‘참 이래서 사람이 억울해서 죽는구나’라고 경찰에게 조사 받을 때 얘기했다. 경찰은 재판에서 얘기하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투쟁이 8년째인데, 집회 장소 들어가는 입구를 막는 자체가 경찰의 폭력”이라며 “이번은 시민이 각양각생의 깃발을 들고나와 화제도 되지 않았나.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확보해줘야 한다. 오히려 시민이 깃발을 들고 간다고 그걸 제지하고 잡는 것을 공무수행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통상 연행이 이뤄지면 기소로 이어지는 만큼, 이례적 상황이 없다면 A씨는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경찰이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로 시민의 통행을 막은 행위에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2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트랙터 시위대를 차벽으로 차단시킨 행위가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하태승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통화에서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다가 경찰에 둘러싸여 대항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 경찰이 이들을 둘러싸고 통행을 막은 근거가 의심스럽다.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보이지 않아 법리적으로 따질 쟁점이 많다”고 했다. “경찰이 집회에 진입하는 행위 자체를 막는 법적 근거를 오히려 경찰이 밝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특히 집회에 응원봉을 들고 참여한 사람이 많은데, 응원봉은 되고 다른 깃발도 아닌 통상적인 노조 깃발은 안 되느냐, 기준이 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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