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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최소 38명이 사망자가 발생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사고의 원인이 러시아의 오인 사격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고기 꼬리 부분에 구멍이 여러 개 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격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항공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사고가 러시아의 대공포 사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사고 비행기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러시아 그로즈니로 비행하던 중 모스크바의 방공망이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드론과 전투를 벌인 지역 상공으로 항로를 우회했다. 승객 62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운 이 비행기는 알수 없는 이유로 경로가 변경돼 카스피해를 동쪽으로 건너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생존자는 29명이다.
영국의 항공보안회사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은 고객사들에 보낸 경고에서 당시 추락 영상, 항공기 손상, 최근 군사 활동 등을 평가했을 때 해당 항공기는 러시아군의 방공망에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맷 보리 최고정보책임자는 “잔해의 영상과 러시아 남서부의 영공 보안 환경을 보면 항공기가 어떤 형태의 대공포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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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가안보 당국자 안드리 코발렌코도 엑스(X·옛 트위터)에 여객기 일부와 내부 구명조끼 등에까지 구멍이 나 있다며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그로즈니 상공을 폐쇄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비행기는 러시아에 의해 손상됐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로즈니에 긴급 착륙하는 대신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졌다”고 적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간밤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는데, 여객기가 추락하기 불과 3시간 전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한 대가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격추됐다. WSJ은 과거에도 러시아 당국이 종종 SA-22 대공 방어 시스템을 통해 드론을 격추했고, 해당 시스템은 순항 고도에 있는 항공기도 공격할 수 있는 넓은 공격 범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스프리 최고경영자(CEO) 앤드루 니컬슨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러시아에서 드론 공격과 방공 시스템에 대한 경고 200건 이상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하게 일깨워주는 사례”라며 “우리의 노력에도 피할 수 있었던 방식으로 생명이 희생된 사실을 알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러시아 공중 방어 자산에 의해 공격받았다는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조사관들이 결론 내리기 전 가설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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