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최얼 기자]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힐난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원전산업과 동해가스전산업 등 윤석열 정부의 미래먹거리 사업예산을 삭감한 것과 더불어, 민주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국회증언감정법 개정과 간첩법 개정반대가 이 나라의 미래를 흔드는 행위라고 맹비난에 나선 것이다.
보수유튜버 그라운드씨는 25일 「친중 매국집단 민주당을 고발한다」며,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주당의 예산삭감을 힐난했다.
그라운드씨는 원전과 대왕고래 예산 삭감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하는동안 중국은 엄청나게 많은 원전을 신설했다”며 “중국은 친환경을 위해 원전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환경 걱정된다며 원전을 안한다고 한다. 태양광발전이 원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배 많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그라운드씨는 해당방송에서 민주당의 예산삭감과 국회증언감정법, 간첩법 개정안 반대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비판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의 이러한 행동들이 친중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란 취지의 입장이다.
이에 「본지」는 그라운드씨가 지적한 내용들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먼저 원전산업과 대왕고래 산업 예산삭감부분을 살펴보자. 실제 지난 10일 국회가 4.1조원 감액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에너지 업계안팎에서는 주요 에너지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목소리가 나타난다.
특히 1차공 시추 작업에 돌입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돼 앞으로의 향방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며, 원전 관련 예산들도 대폭 감액돼 ‘원전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달려왔던 정부 정책에 한순간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안보다 4조1000억원 감액한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수적 우위로 단독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또 지난 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 관련 예산들이 모두 칼질 당해 사업 자체를 시작할 수 없는 위기에 내몰렸다. 이미 시추선 계약 등을 끝내고 이달부터 작업에 돌입한 동해 가스전 사업 예산이 전액 감액된 것을 비롯해 원전 관련 예산들도 크게 줄어 동력을 상실했다.
대표적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가스전 사업은 동해 심해에 부존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석유·가스전을 탐사하는 사업이다. 성공 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다 산유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국가적 의의가 커 단연 올해의 최대 현안으로 손꼽혔다.
해당 사업은 1차공 시추에 총 1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와 전담 기관인 한국석유공사가 각 500억원을 부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안으로 제출한 동해 가스전 예산 505억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자본 잠식 상태인 석유공사가 무리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재원 조달을 도맡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동해 가스전 예산이 전액 삭감돼도 석유공사 자체 재원 등을 활용해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며 거듭 우려를 표명한 상황.
다만, 원전생태계 예산삭감은 그라운드씨 주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이 90% 삭감됐다’고 발언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산업부의 원전 관련 24개 사업, 4889억원 예산은 감액 없이 통과됐고 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 역시 원안대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원전산업 예산삭감은 사실과 달랐고,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심각한 수준으로 감액된 것이 사실이다.
이밖에도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의 경우, 실제 산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지난달 국회본회의에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상황.
현행 제도의 경우, 국회로부터 기업이 서류 등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거나 기업인이 증인·참고인으로 출석이나 감정의 요구를 받은 경우 개인 정보 보호 또는 영업 비밀유출이 우려될 시 거부할 수 있지만, 민주당의 개정안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에 자유기업원은 17일 국회를 통과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기밀이 유출되고 기업인이 국회로 ‘줄소환’이 우려된다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자유기업원은 “이미 입법부의 ‘묻지마 자료 요구’로 행정기관은 물론 기업과 주요 산업계 협회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다”며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핵심 기밀이 정치권을 매개로 외부로 유출돼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또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받는 기업인 줄소환이 연중 내내 상시화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크다”며 “받을지 안 받을지도 알 수 없는 한두 개 정도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위 경영진이 하루 종일 경영 현장을 비우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라고 했다.
자유기업원은 “경제계는 이미 공개적으로 국회증언감정법 전면 재검토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역시 국회증언감정법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보다 슬기로운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지혜를 모아달라”고 했다.
이에 산업계 내부에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따른 기밀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건 사실에 부합한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간첩법의 경우,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 드론으로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한 일과 또다른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가정보원을 촬영한 일 등이 발생했음에도 처벌할 수 없었던 사례 때문에 불거졌다.
현행 형법상 간첩은 ‘적국’을 이롭게 한 경우 처벌할 수 있고 그 범위도 군사기밀로 제한된다. 우리나라의 적국은 북한으로 간주되기에 제3국 관련 사례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에 실제 이 같은 배경으로 형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여당인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개정안이 나왔다. 지난달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회는 이 개정안들을 묶어 심의한 다음 가결했다. 간첩죄 대상에 적국 외에도 외국, 외국인, 외국인단체 등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야당이 완강히 법안처리를 막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다만 민주당이 법안소위 이후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아직 법사위 전체회의에 법안을 올리진 못한 상태다. 공청회 요구의 근거는 법개정시 간첩 조항의 남용과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군사 및 산업기술 유출시 처벌하는 내용은 각각 특별법인 군사기밀보호법과 산업기술보호법에서도 규정하고 있으므로 통합조정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이는 법안소위 논의 당시에도 우려가 제기된 부분이다.
이에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을 실제 반대했다기 보단, 보수층을 설득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피드백이 다소 미흡했다고 보는게 더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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