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계엄 사태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국회 봉쇄’, ‘사살’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이 적힌 메모가 확인되면서 ‘내란 모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측은 26일 노 전 사령관과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며 연결고리를 일축하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계엄 비선’ 노상원, ‘사살’ 적시된 수첩에 침묵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노 전 사령관의 내란실행,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노 전 사령관은 현역 군인이 아닌 예비역 신분으로 비상계엄 모의를 기획하고 이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계엄 비선’으로 지목됐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 후 경기 안산에 위치한 자택에서 점집을 운영해 온 ‘역술인’이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 1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문상호 정보사령관,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TF장, 김봉규·정성욱 정보사 대령 등과 만나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을 통해 사전 모의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됐다.
이들은 롯데리아 회동에서 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비상계엄 선포 취지 중 하나인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응한 별동대 구성도 논의했다고 밝혀졌다.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산하에 ‘수사2단’을 두고 60여 명 규모의 불법 사조직을 꾸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임무를 맡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노 전 사령관의 거처에서 확보한 60~70페이지 분량의 자필 수첩에 노골적으로 내란을 모의한 정황이 담긴 메모가 발견됐다. 지난 23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인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첩에)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냐’는 질문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특별수사단은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가 있었다고도 밝혔다. 또 ‘국회 봉쇄’라는 단어가 적혀 있거나 정치인과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고 일부 판사는 실명이 기재돼 있었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노상원 수첩’에는 구체적인 ‘사살 대상’이 언급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이 수첩 내용과 관련된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며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계획 이행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 김용현, 노상원-윤석열 연결고리 일축
노 전 사령관이 ‘계엄 비선’으로 지목된 가운데 김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은 윤 대통령과 전혀 관련이 없고 모르는 사람이라며 비상계엄 선포 연관성을 전면 부정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인 이하상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상원은 우선 대통령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김 전 장관 육사 후배로 근무 인연이 몇 번 있다. 비상계엄 선포 전이나 후 계엄 사무 수행과 관련해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노상원이 정보사령관을 역임했으니까 해외 정보 취득과 취급, 그 다음 해외 나간 정보사 요원, 블랙 요원들에 대한 관리가 능통한 사람”이라며 “그런 분야에 대해 전직 정보사령관으로서 지식 경험 판단 자문을 받았다. 국방 장관에게 자문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이 아니라며 계엄 준비과정 또한 ‘내란 모의’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는 수사기관을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계엄 준비과정을 내란 모의라고 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라며 “그걸 내란으로 보니까 모의가 되는 것이고 계엄 사무수행을 내란 시행으로 본다. 수사기관의 프레임이다. 잘못됐다”고 거듭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설파하면서 계엄을 “이 시대 통치권자의 사명”이라는 등의 논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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