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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 중국 우한 도심에서 차량을 호출하니 인공지능(AI) 기사가 운전하는 로보택시가 3분 만에 나타났다. 전화번호 뒷자리 4개를 입력하자 뒷문이 열렸다. 안전벨트를 매고 모니터의 출발 버튼을 누르자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속 최대 60㎞로 달리며 차선 변경, 좌·우회전을 자유롭게 하고 심지어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을 향해서는 경적을 울렸다.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에도 차량을 조작하는 사람은 없다. 중국 최대 자율주행 시범 지역인 우한에는 레벨4를 적용해 자율주행 상용화 테스트가 진행 중인 로보택시 500여 대가 운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6월 비야디(BYD), 니오 등 9개 차량 업체에 레벨3·4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승인했다. 허용 도시는 베이징·상하이 등 7곳이다. 미국 자동차공학회 표준에 따르면 자율주행 단계는 인간이 모든 운전을 통제하는 레벨0부터 모든 것을 차량 스스로 컨트롤하는 레벨5까지 6단계로 구분된다. 미국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2017년부터 로보택시를 도입해 2020년부터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레벨4 단계를 구현 중이다. 중국은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아폴로 고(뤄보콰이파오’라는 이름의 로보택시를 2022년부터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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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국이 빨랐지만 누적 운행 거리는 중국이 압도적이다. 웨이모 로보택시의 완전자율주행 기준 누적 거리는 3000만 ㎞에 달해 지구를 750바퀴 돌 수 있다. 하지만 아폴로 고의 누적 운행 거리는 1억 1000만 ㎞를 넘었다. 이는 지구를 2750바퀴나 돌 수 있는 거리이자 웨이모의 네 배에 이른다. 중국에는 자율주행 전문 기업 포니닷에이아이, 자율주행 스타트업 위라이드·오토엑스, 비야디·샤오펑·니오·지리·상하이자동차, 차량공유 모바일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 등 60여 곳이 자율주행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기차(New energy car) △5세대(5G) 통신망(Network) △네거티브 정책(Negative policy) 등 ‘3N’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한 만큼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기차가 유리하다. 중국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이 되는 자율주행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려는 이유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글로벌 자동차 업체별 전기차(하이브리드차·상용차 포함) 인도량을 보면 세계 1위인 비야디를 포함해 지리(3위), 상하이자동차(5위), 창안자동차(6위), 리오토(10위) 등 10위 안에만 중국 기업이 절반을 차지했다.
자율주행 시대에 필수 장치인 5G 기반의 통신 네트워크는 중국 전역에 깔려 있다. 중국은 5G를 넘어 5.5G 시대를 선도하며 도로 상황에 맞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자율주행 차량의 주행을 지원하고 있다. 차량에도 5G 시스템이 장착돼 지능형 연결, 보조 운전,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충족시킨다.
가장 큰 원동력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다. 산업 육성을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 6000개의 자율주행 시험 면허를 발급했고 시범 도시를 늘려가며 총 3만 2000㎞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했다. 해당 도시의 택시와 차량공유 업체 기사들의 반대에도 당국은 자율주행 가능 구역을 늘리고 있다. 법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자율주행 테스트가 지연되고 있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보다 20%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내연차 판매량을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세계 국가 중 가장 먼저 ‘전기차 전환’을 달성하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 시간)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모닝스타·우드맥킨지 등 리서치 그룹이 제공한 최신 추정치를 종합한 결과 2025년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해 1200만 대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2022년 판매량인 590만 대의 2배가 넘는 수치다. FT는 내년 전망치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차 판매량(1100만 대)을 뛰어넘는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초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공언했었는데 중국 정부의 공식 목표를 10년 앞당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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