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정부의 주요 개혁과제 중 하나인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쓰이게 되면서 교육계의 반응은 크게 갈리고 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제420회 본회의에 오른 AI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찬성 178표·반대 93표·기권 5표로 가결됐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과서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에 직접 명시함과 동시에 도서 및 전자책으로 제한하고 AI교과서는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교과서를 일괄적으로 도입하려던 교육부의 계획이 좌초될 공산이 커졌다.
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장관은 개정안 국회 통과 후 배포한 자료에서 학교 현장과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교육부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제안할 뜻을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올해 AI교과서 도입을 위해 교사 연수와 인프라 확충 등의 분야에 약 1조2797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엇보다 내년 3월 신학기에 맞춰 AI교과서 수업을 준비하던 학교 현장에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자료로 지위가 격하된 AI교과서는 전국적으로 일괄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장 재량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은 투표 직전 토론에서 “(AI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될 시) 시도별, 학습별 교육 격차가 나타날 것”이라며 “예산과 교육적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 등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AI교과서 도입은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일부 시도 교육청은 AI교과서 도입에 우려 입장을 표명했던 만큼 이들 지역에선 활용도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교육부의 AI교과서 강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거부권 행사를 미리 경고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26개 교육시민단체가 참여하는 ‘AI 교과서 중단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크게 환영하며 교육부가 즉각 AI 교과서 도입 강행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는 학교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반대했지만 오히려 AI 교과서가 이대로 학교에 도입된다면 현장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AI교과서를 지키려는 모든 시도는 교육 내란과 다를 바 없다. 만약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해당 법안에 대해 재의(거부권)를 요구한다면 공대위를 비롯한 모든 교육계 구성원의 강력한 반발과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AI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이미 개발을 진행 중인 교과서 업계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사별 AI교과서 개발 비용은 과목당 최소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일부 교과서 업체의 집단소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발행사들은 해당 법안이 헌법 13조의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AI교과서를 교과서 범위에 포함했고 이에 따라 교과서 검정을 진행했는데, 국회가 검정을 통과한 AI교과서에 대해서 별도 법률로 법적 지위를 변경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교원의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 권한을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의 법적 근거를 법률로 상향하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각각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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