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왕건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삼년산성.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 절묘한 위치에 만든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유명하다.
이런식으로 가운데 분지지형을 둘러싼 산능선을 따라 성곽이 둘러쳐져 있다.
성곽의 경사와 높이, 그리고 석재의 촘촘함이 엄청나다.
이건 새로 복원한거라서 이런거 아닌가?
아니었다. 신라인들은 상상 그 이상으로 변태들이었다.
삼년산성에는 동서남북 네방향의 성문이 있었는데, 성의 가장 취약한 포인트인 성벽은 어떻게 방어가 되어있는지 보자.
서문.
뭐 평범한 옹성 구조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성문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깎아지른듯한 낭떠러지 위에 가느다랗게 놓은 길을, 그것도 성벽을 따라서 쭉 들어와야 한다는거다.
성문까지 룰루랄라 즐겁게 행군을 하노라면, 성벽 위의 군사들이 화살과 짱돌로 열렬히 환영해줄 것이다.
근데 함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문을 어찌어찌 깨고 안으로 진입하면, 바로 앞에 큰 연못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우와악 하고 뛰어들어오다가 연못에 빠져 죽거나, 성문 위와 연못 건너에서 쏟아지는 화살에 차곡차곡 포개지기 딱 적당하다.
동문이다.
이쯤되면 슬슬 미친거 같다.
성문으로 들어오려면 놀이동산의 미로같이 생긴 Z자 성벽을 구비구비 돌아서 들어와야 한다.
공격자들은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겠지.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북문이다.
성문 앞으로 보조 성벽을 2중으로 만들어놨다.
근데 동문보다는 그나마 만만해보이긴 한데, 문제는 동문으로 들어오는 길이 가장 경사가 가파르고 험하다는 거다.
무거운 갑옷과 투구쓰고 도끼와 방패를 들고 기어올라가서 닥치고 성문을 뚫으라고 하면 차라리 갑옷을 벗어버리고 싶을것 같다.
남문.
산성을 설계한 인간이 이쯤되면 그냥 정신줄을 제대로 놔버린것 같다.
성문으로 들어오려면 최소한 5m 이상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방어자 입장에선 성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낑낑거리며 사다리 놓으려고 아둥바둥하는 공격군을 팝콘 뜯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 같다.
그리고 삼년산성은
149승 1패
저세상 승률을 자랑하는
지옥의 요새로 역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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