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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ired!” 항공기 타이어는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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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비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항공기 타이어. <사진 출처=pixabay>



“바퀴야말로 자동차에서 가장 피곤한(tired) 부품인 것 같다.” 1903년 미국의 찰스 주니어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이 개발한 고무바퀴에 ‘타이어(Tire)’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무게를 견디고 지면과의 마찰을 이겨내야 하는 타이어의 역할을 생각하면 얼마나 ‘피곤할지’ 짐작이 가는데요.

자동차도 그렇지만 수백 톤에 달하는 동체 무게와 착륙 시 충격을 견뎌야 하는 항공기 타이어는 특히 그렇습니다. 아무리 폼 나는 외모를 갖추고 최첨단의 성능을 자랑하는 항공기도 타이어가 없으면 무용지물. 이·착륙을 위한 지상 활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항공기 타이어는 안전한 착륙을 책임지는 핵심 부품인데요. 타이어를 제때 교환하지 않거나 한쪽 바퀴에만 힘이 쏠려 펑크가 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6년, 이란 항공기가 마슈하드 공항에 착륙하던 중 타이어가 터지면서 동체에 불이 붙어 승객 29명이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피곤함을 이겨내고 안전한 비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항공기 타이어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항공기 타이어는 직진과 제동력을 높이기 위한 직선 홈이 존재한다. <사진 출처=pixabay>



자동차와 항공기 타이어, 어떻게 다를까


보통 항공기 하면 엔진과 날개를 먼저 떠올립니다. 타이어는 그 중요성에 비해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죠. 그런데 착륙 장치에 이상에 생겨 동체로 착륙하는 아찔한 영상을 보면 항공기에서 타이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항공기 타이어는 본체를 지탱하는 ‘지지대’입니다.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 항공기의 육중한 무게를 떠받치며 충격을 완화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그야말로 비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셈이죠.


항공기 타이어는 자동차 타이어와 닮은 듯 다릅니다. 크기만 조금씩 다를 뿐 형상과 재질, 구조면에서 거의 유사하죠. 다만 견뎌야 하는 무게와 충격의 강도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승용차의 경우 무게 1톤 남짓에 최대 속도는 200㎞를 넘지 않습니다. 반면 대형 여객기인 B747은 동체에 400여 명의 승객 무게까지 더해져 380톤에 달합니다. 타이어 한 개당 약 23톤의 하중이 가해지는 셈인데요. 여기에 항공기가 이륙할 때 최대 속도는 시속 350km에 육박합니다. F1 경주용 자동차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속도입니다.


또 다른 차이는 타이어 표면에 있습니다. 자동차 타이어는 제동력과 접지력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표면에 지그재그 형태로 홈을 만드는 반면 항공기 타이어는 직진력과 제동력을 높이는 직선 홈만 존재합니다. 이 홈을 그루브(Groove)라 하는데, 타이어에서 열 때문에 생기는 수증기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우천 시 활주로의 물을 밀어내 수막현상을 방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항공기 타이어는 엄청난 무게와 압력, 마찰, 온도를 견뎌야 한다. <사진 출처=pixabay>



착륙 시 표면 온도 240℃까지 상승


항공기 타이어는 착륙할 때 엄청난 고열과 고압을 견뎌야 합니다. 항공기 타이어는 활주로에 첫 접촉 순간에는 정지된 상태입니다. 지면에 닿는 순간부터 구르기 시작하는데요. 타이어 회전 속도가 기체 속도와 일치할 때까지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게 됩니다. 동체의 무게와 함께 가해지는 엄청난 속도 차이로 자연스럽게 브레이크 기능을 수행하는데요. 이때 마찰로 인한 타이어 표면 온도는 최대 250℃까지 상승합니다. 활주로에는 스파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하는데요. 물 끓는 온도가 100℃, 치킨을 튀겨 내는 기름 온도가 18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고열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항공기 타이어는 무게와 속도를 감당하기 위해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합니다. 항공기 타이어의 내부 압력은 자동차 타이어 압력의 6배인 약 200psi에 달합니다. 착륙 순간에는 최대 압력이 900psi까지 치솟는데요. 항공기 타이어는 이때도 파열되지 않을 정도의 강한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이처럼 항공기 타이어의 강도가 높은 건 또 타이어의 두께 때문이 아니라 트레드(지면과 접촉하는 최 외곽부) 아래쪽에 위치한 실 덕분입니다. 나일론 원사 소재를 주로 사용하며, 400℃ 이상의 고온에도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아라미드 섬유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고무로 코팅한 타이어 안쪽에서 골격을 형성하는 케이싱 층도 하중을 지탱하고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됩니다. 또 중심부에는 타이어의 뼈대를 이루는 코드(Cord)가 존재합니다.

항공기 타이어에는 질소를 주입하고, 철저한 점검과 관리를 받는다. <사진 출처=pixabay>



폭발 막기 위해 내부에 질소 주입


항공기 타이어의 또 다른 특징은 내부에 채우는 기체인데요. 자동차 타이어가 일반 공기를 주입하는 것과 달리 항공기 타이어에는 비발화성 기체인 질소를 주입합니다. 산소 등이 혼합된 일반 공기를 주입하면 엄청난 마찰과 고압, 고온 등으로 인해 타이어가 폭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질소는 화학적 산화 현상을 억제해 타이어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특히 항공기는 높은 고도의 저온에서 장시간 운행하기 때문에 일반 공기를 주입할 경우 타이어가 동결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폭발을 막고 수명을 연장하며 동결을 막기 위해 항공기 타이어에는 질소를 주입하게 됩니다.



-> 항공기 착륙 시 타이어의 모습(유튜브 영상)


이처럼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만큼 항공기 타이어는 철저한 점검을 받습니다. 보통 장거리 운행 전 점검하는 승용차 타이어와는 비교할 수 없죠. 특히 항공기 타이어 상태는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항공 정비사들은 매일 적정 압력을 확인하고요. 착륙할 때마다 타이어 표면의 결함과 마모 상태(Wear Limit)를 꼼꼼히 점검합니다. 이상이 발견되면 그 즉시 항공기에서 분리시켜 전담 작업장에서 수리를 진행합니다. 또한 활주로의 표면 상태에 따라서도 타이어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항은 주기적으로 활주로를 청소하고 관리해 항공기 타이어의 손상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항공기 타이어는 표면의 그루브가 마모되면 교체하는데요. 자동차 타이어가 운행 거리에 따라 수명이 단축되는 것과 달리 항공기 타이어는 착륙 횟수에 따라 수명이 결정됩니다.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50~350회 정도 착륙하면 그루브가 마모되며, 단거리 항공기는 약 2개월, 장거리 항공기는 4~5개월 주기로 교체합니다.


항공기 타이어 연구를 위해 타이어에 구멍을 뚫는 모습. <사진출처=NASA>



고도의 기술력이 결집된 항공기 타이어


항공기 타이어는 고도의 기술이 응축된 결정체입니다. 항공기의 무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작고 가벼워야 하며, 이착륙 시 가해지는 충격과 하중, 고열을 견디며 정상 성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항공기 종류에 따라 요구하는 타이어의 조건이 다를 만큼 설계와 제작에도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죠. 타이어 품질이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총 20~30여 종류의 테스트와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처럼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만큼 전 세계 타이어 업체 중 민간 항공기용 타이어를 생산하는 회사는 5곳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항공기 타이어를 대체하려는 시도도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B-36의 타이어 대신 탱크에 사용되는 무한궤도 방식을 채택한 바 있고요. 프랑스의 SE5000는 바퀴 대신 썰매 형태의 랜딩기어로 미끄러지듯 착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항공기 착륙 수단은 타이어가 거의 유일합니다. 항공기의 안전운행을 책임지는 타이어의 ‘피로’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만약 항공기 타이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이 말을 하지 않을까요? “I am tired!”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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