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밀러의 장편 액션 시리즈인 “매드 맥스”를 만드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안야 테일러-조이는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사인할 때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 “저는 변화를 원했어요” 그녀는 말했다. “저는 제 자신을 성장시킬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지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얻었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2015)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영화로,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어려운 제작 과정 중 하나로 악명 높다. 이 영화는 거의 20년 동안 스튜디오 임원들에 의해 여러번 제작이 가로막혔는데, 그들은 큰 예산을 들여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을 우려했다. 이후, 외딴 나마비아 사막에서 촬영된 이 영화의 주연 배우 톰 하디와 샤를리즈 테론의 지속적인 갈등은 외부 개입이 필요할 정도였다.
그 모든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도로”는 개봉과 동시에 가장 위대한 액션 영화 중 하나로 극찬을 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의 오스카상을 수상했으며, 많은 비평가들이 2010년대 최고의 영화 목록에 이 영화를 선정했다. 그리고 바로 이 영화의 성공으로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을 다룬 프리퀄 영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5월 24일에 개봉될 예정인 이 영화는, 28세의 안야 테일러-조이가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아이코닉한 여성 전사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
(..)
샤를리즈 테론은 여전히 ‘퓨리오사’에 큰 지분을 지니고 있지만, 안야 테일러-조이는 그 역할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퓨리오사가 전쟁 페인팅(war paint)처럼 얼굴에 바른 검은 얼룩 아래에서, 이 배우 특유의 큰 눈망울은 정의로운 분노로 환하게 타오른다. 퓨리오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녀는 6개월 반 동안 감정적이고 육체적인 고통을 감수했다. 고된 촬영을 드디어 마친 2022년 말, 그녀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마치 제가 이 영화로부터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2년이 걸렸네요..” 그녀는 말했다.
(..)
지난 4월 말, 나는 비벌리힐스에 있는 한 호텔의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점심을 함께 했다. 침착하면서도 유쾌한 테일러-조이는 배우 특유의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에게 묻는 것만큼이나 더 많은 질문을 내게 했다. 그리고 내가 말할 때 쓰는 특정 표현이나 제스처가 그녀의 관심을 끌면, 그것을 따라하며 나보다 나를 더 잘 표현했다.
(..)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모두 저에게 진짜예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제가 그들에게 느끼는 보호 본능은 절대 바뀌지 않아요: 저는 제 캐릭터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최선을 다해요.”
영화 속 캐릭터들은 끊임없는 극한 상황에 놓여 있었고, 호주 (사막)에서 진행된 이 촬영은 안야 테일러 조이와 동료 배우들에게 매우 고립된 공간에서 거의 휴식도 취하지 못한채 오랜 시간 동안 지내도록 했다.
(..)
“이 영화를 만들 때만큼 외로웠던 적은 없었어요.”라고 그녀는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하며 말했다. “너무 깊이 들어가 자세히 말하기는 싫어요. 하지만 쉬울 줄 알았던 모든 것들이 어려웠어요.”
그녀가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고, 나는 ‘분노의 도로’ 주연 배우들과 처음 이야기를 나눴을 때를 떠올리게 됐다: 그것을 촬영하는 동안 캐릭터들의 절망이 그들의 실제 삶에 스며들었고, 그들은 그 경험을 털어놓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민감한 문제를 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나는, 그녀에게 ‘퓨리오사’에서 예상보다 더 어려웠던 것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그리고 5초 동안 대답을 고민하던 그녀가 말했다.
“다음 질문이요. 죄송합니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그 멀리있는 황무지에 자신의 일부를 남겨놓고 온 것을 바라보듯 아득하게 느껴졌다. “20년 후에 다시 물어봐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20년 후에 다시 이야기해요.”
(..)
(교통)사고 경험은 ‘퓨리오사’를 준비하던 테일러 조이가 감정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었고, 그녀는 1년 동안 오토바이, 근력 운동, 스턴트 운전 등을 배웠다. 전작인 ‘분노의 도로’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위험한 스턴트 시퀀스가 많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안야 테일러 조이는 당초 액션 코레오 시퀀스를 마스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완벽주의적인 그녀의 성격과 그것이 가장 잘맞는 부분이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액션 코레오 시퀀스 연습에 대해 “어느 정도만 성공할 수도 있고, 거의 성공할 수도 있고, 아예 성공할 수도 있어요”라며 “그러면 매번 성공하고 싶어져요.”라고 말했다. 매번 시도할 때마다 뚜렷하게 향상되는 그 느낌에 그녀는 매료되었다고 한다: “분석적으로 두뇌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제겐 그런 과정에서 목적의식이 느껴지고 살아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액션 시퀀스는 퓨리오사가 숨어있는 워 리그를 극적으로 급습하는 장면으로, 그것을 완성하기까지 197개의 샷이 필요했다고 한다. 각각의 샷이 대부분 몇 초 정도로 테일러 조이가 암벽을 타고, 운전하고, 몸을 피하며 싸우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단 한 개의 대사도 없이 몇 주를 촬영했을까?
“몇 달이요.” 라고 그녀가 말했다.
처음에는 퓨리오사 연기에 대한 제약이 그녀를 당황하게 만든 적도 있다.
“저는 이 말을 하기 전에 제가 조지를 정말 좋아하고, 이런 일을 할 거라면 조지 밀러와 같은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게 최고라는 점을 100% 강조하고 싶습니다.”라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퓨리오사의 얼굴에 대해 그는 매우 매우 엄격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제 눈만이 허락되었어요. ‘입을 다물고, 감정은 드러내지 말고, 눈으로만 말하라’는 식이었죠. 그게 제가 가진 전부였어요.”
이에 대해 밀러는 그런 침묵은 신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클래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존 웨인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남성 영웅들은 거의 필연적으로 라코닉합니다. 말 수가 적죠.”라고 말하며 오스카상을 수상한 “더 피아노”의 홀리 헌터와 “조니 벨린다”의 제인 와이먼이 보여준 말 없는 연기도 덧붙였다. “많은 일을 겪고 있는 캐릭터가 침묵할 때 관객은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영화에서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테일러-조이는 이런 밀러의 요점을 이해했지만, 여전히 퓨리오사에게 ‘분노’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여성의 분노를 정말 강력하게 옹호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너무 많은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온갖 고난을 견디면서도 우아하게 눈물 한 방울만 흘리는 것에 그치도록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동물이고, 누구든 그냥 폭발하는 시점이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 영화에 퓨리오사의 비명 소리가 한번 나옵니다. 그 비명을 영화에 포함시키기 위해 3개월 동안 싸웠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에요..”
‘분노의 도로’를 만든 테론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는데, 그녀는 퓨리오사가 극중 가장 최저점에 추락했을 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폭발이 한 차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밀러는 그 소원을 들어주었고, 그 결과 테론이 즉흥적으로 만든 퓨리오사가 무릎을 꿇고 원초적인 비명을 지르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아이코닉한 순간 중 하나가 되었다.(위 움짤) 테일러 조이에게 이 일화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지와의 작업은 장기전이에요.” 안야 테일러 조이가 말했다. “첫날에 씨앗을 심고 잠시 방치한 다음 다시 확인하는 거죠.”
한번은 캐릭터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하다가 밀러 앞에서 소리내 울기 시작한 적도 있었다. “그는 ‘(캐릭터에) 정말 많은 신경을 쓰는군요. 훌륭해요.’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저는 ‘당신을 이해시키고 싶어요!’라고 말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79세의 감독이 항상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고 말한다. “어떤 식으로든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고 대화를 나눈 것이에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결국 이 영화는 그의 비전입니다.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제시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그가 하는 것이죠.”
테일러 조이는 프로젝트에 도전하면 항상 남는 것이 있다. “퀸스 갬빗”을 찍은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친구와 체스를 두는 것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점심을 먹으면서 ‘퓨리오사’가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궁금해했다.
“다양한 면에서 저는 제가 한 이 경험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정말 특별한 이야기잖아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매드맥스’ 영화를 만드는 경험을 한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아요. 정말, 매드 맥스를 만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그 모든 사람들은.. 우리 눈에는 그게 보여요. 우리는 알아요. 우리끼리 바로 동질감을 형성합니다. ‘오 너구나, 알아, 난 너를 이해해.'”
그리고 안야 테일러 조이는 언젠가 샤를리즈 테론과 함께 이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아주 아주 잠깐 마주친적이 있어요. 그녀는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 그러면서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꼭 시간을 내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해야해요.”
그리고 영화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 영화를 한번 보고 나면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인터뷰 당시에 그녀가 본 것은 특수효과가 추가되지 않은 흑백의 초기 편집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것조차 그녀에겐 감정적인 경험이었다.
“영화가 시작된지 2분 만에 흐느껴 울었어요.”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복받치게 했을까? “저는 제가 보호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했어요” 라고 그녀는 간단히 말했다. “상황이 쉽지 않았어요.”
테일러-조이는 어떤 면에서는 퓨리오사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 영화를 통해 “제가 퓨리오사에게 느꼈던 보호와 사랑 중 일부가 제 삶으로 옮겨졌고, 나를 위해 더 많은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들과 자신 사이에 더 과감한 선을 긋고 싶다고도 했다.
“저는 10년 동안 다른 인물들을 현실로 만드는 데 시간을 보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전 인생을 헤쳐나가는 동안 제가 처리해야할 경험들을 가방에 쑤셔넣으며 ‘지금은 이걸 다룰 여유가 없어. 내 캐릭터에 몰두해야하니까’라고 끊임없이 생각했어요.’나는 지금 기계야. 난 그냥 달릴 뿐이야. 4시간 동안 나를 찬장에 넣어두고, 아침에 다시 꺼내 일을 하러 나가면 돼….”
그냥 딱봐도 촬영하는거 엄청 힘들어보일 영화인데.
이번 퓨리오사 촬영 장소가 호주에 있는 사막인데
오히려 전작 분노의 도로보다 훨씬 열악하고 고립된 곳이었단 얘기도 있더라.
인터뷰 보면 워낙 자기 배역에 대한 애정을 깊게 가져가는 스타일인데
안그래도 빡세보이는 퓨리오사 감정상태에 푹 빠져서 고립된 사막에서 6개월 넘게 생활하다보니까 멘탈이 더 갈린 것 같아보임…
그러면서 캐릭터 표현 방식을 두고도 감독과 의견차이도 꽤 있었던 것 같고…..
조지 밀러를 사랑한다는걸 꼭 전제하고 싶다고 100% 강조한거보면 다행히 나쁜 느낌으로 갈등이 있었던 것 같진 않아보이지만…
(당장 조지 밀러는 인터뷰에서 안야 테일러 조이 열정에 대해 무지하게 칭찬하고 다니고 있기 때문에..)
여튼 대답 하나하나가 너무 의미심장한게 많고.
뭔 일 있었는지는 20년 뒤에 물어봐주세요 이런 식의 답변까지 있어서……… 양웹에선 이 인터뷰 뜨고 안좋은 일만 아니길 바란다, 멘탈 회복 잘 했음 좋겠단 반응임.ㅠ-ㅠ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