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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디셈버를 보고 써보는 생각들(언택트톡 내용 포함)(스포/장문)

디시인사이드 조회수  

간략한 배경 지식

May December라는 표현은 5월과 12월, 즉 나이차가 많이 나는 사람 간의 연애 또는 결혼을 뜻합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1996년 워싱턴 주의 메리 케이 르투어노라는 34살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13살의 빌리 푸알라우라는 그녀의 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습니다. 그녀는 감옥에서 7년 수감 동안의 수감 생활을 합니다.그녀는 출소한 이후 성인이 된 빌리와 결혼을 합니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라 큰 화제성을 불러 일으켰고 많은 방송사에서 이 부부를 인터뷰 하기도 했는데 그 인터뷰 클립을을 현재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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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그레이시의 모티브인 메리 케이 르투어노)


메이 디셈버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레이시(줄리안 무어)라는 36살의 유뷰녀 여교사가 그녀의 제자인 13살 소년 조(찰스 멜튼)와 교재를 한 혐의로 7년간 감옥에 수감되었고 심지어 수감된 동안 조와 그녀의 아이를 출산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아. 그레이시의 원래 가족들은 그녀를 떠났으며 그녀는 출소한 뒤 성인이 된 조와 정식으로 결혼까지 올리게 됩니다. 충격적인 사건이 있고 몇십년이 지난 후, 그 부부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되기로 결정나고 그레이시를 연기할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만)라는 유명 여배우가 그들의 삶에 들어오면서 영화가 진행됩니다


메이 디셈버의 감독은 토드 헤인즈 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시나리오를 고안해서 토드 헤인즈에게 영화로 제작하자고 직접 제의한 사람은 나탈리 포트만입니다. 메이 디셈버를 보면 떠오르는 또 한 편의 영화는 뤽 베송의 레옹입니다.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레옹은 큰 인기와 명성을 얻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당시 13살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의 역할에 대해 미성년자와 성인과의 이성적인 감정을 다룬 영화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특히 나탈리 포트만이 속옷만 입고 등장하는 장면, 또 뤽 베송 감독의 개인사(결혼한 아내 중 한 명이 출산할 당시 16살이었다)등을 미루어 봤을 때 감독의 부적절한 성향이 영화 속에 투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나탈리 포트만 본인도 레옹을 찍은 뒤 힘들었던 경험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표출한 적 있습니다. 나탈리 포트만이 극 중에서 연기한 엘리자베스라는 여성도 명성 있는 여배우지만, 그녀의 이미지가 일반 관중들에게 누드씬이나 선정적인 장면들로 부각되는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메이 디셈버는 이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와 조의 사건을 토대로 제작될 영화에서 그레이시 역을 맡게 되어 실제 당사자들과 밀접하게 지내고 여러 방면에서 부부를 파악해나가며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메이 디셈버의 모티브는 르투어노 사건인데 특이하게도 이 실화 속 당사자들을 주체로 영화를 만들어 그들이 당시에 어떤 상태였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발짝 더 물러나서 영화 속에서도 그들의 사건을 영화로 제작하는 이중의 구조로 전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의 당사자들이 그들을 다룬 영화 내에서도 주체가 아닌 또 하나의 대상, 객체로 표현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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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는 메소드 배우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연기할 대상에 감정적으로 완전히 이입해야지만 최상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그녀가 연기해야할 대상은 그레이시라는 아동 성범죄자입니다. 그런 인물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녀는 그레이시가 그렇게 행동한 일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거라고 확신합니다. 극 중에서 그레이시의 딸은 엘리자베스에게 왜 악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에 이입하려는지 묻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악을 탐구해서 그 원인을 밝혀내려는 배우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그레이시와 조의 가정에 침입하고 그들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과거의 일에 대해 캐묻습니다. 그러나 조와 그레이시는 둘의 과거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조와 그레이시는 이웃과도 잘 지내고 겉으로만 보면 문제 없어보이는 가정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을 담아내는 영화의 모습은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러한 긴장감은 엘리자베스의 존재로 더 심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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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와 그레이시는 둘이서만 있을 때도 그들의 관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엘리자베스가 다녀간 후 부부는 침대에 누워 대화를 나눕니다. 그레이시는 조의 몸에서 캐캐묵은 냄새가 난다고 울면서 호소합니다. 이는 그레이시는 조의 감장에 대한 일종의 울분을 표시하는 것이지만 그들은 직접적으로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냄새가 난다는 식으로 돌려서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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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몸을 비비면서 몇 시간 동안 섹스씬을 찍다보면 내가 느끼는척 연기를 하는건지 느끼지 않는척 연기를 하는건지 알 수 없게 되지‘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를 완전히 이해하고자 그녀의 일상을 파고듭니다. 알고보니 엘리자베스 그녀 본인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암시됩니다. 또 그녀의 커리어 속에서 성적인 면모가 부각된다는 점 등 과거의 그레이시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가 그런 일을 겪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는게 신기하다며 그녀를 마치 그녀를 동경하기라도 하는듯 얘기합니다. 23년 전 사건 당시 그레이스의 나이는 36살이었는데 현재 그녀의 나이는 36살로 같다는 점에서 그레이스를 연기하는 엘리자베스는 실제로 당시의 그레이스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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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시가 요리할 때도, 가족끼리 식사할 때도, 딸의 졸업식에 드레스를 맞추러 갈 때도 엘리자베스는 함께 동반합니다. 그녀는 그레이시를 관찰하며 그녀의 삶에 침범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녀와 조가 23년 전 관계를 맺은 파충류샵을 찾아가 그 자리에서 혼자 그들의 성관계를 재현하는 등 마치 그레이시의 도플갱어가 된 것마냥 그녀의 인격 자체를 흡수해버립니다. 그녀와 그레이시는 각각 진실을 알아내려는 존재와 그걸 막는 존재로서 대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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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레이시의 태도는 어딘가 모순적입니다. 그녀는 조와의 과거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그걸 영화화하려는 것에는 수용적이고, 그녀가 쓰는 화장품을 알려달라는 엘리자베스에게 직접 화장을 해주는 듯 자신을 닮아가려는 엘리자베스를 오히려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조와 엘리자베스의 은밀한 관계를 눈치챘음에도 굳이 걸어서 집에 가겠다는 그녀에게 조가 차를 타고 보내줄 것이라며 직접 조와의 자리를 마련해주죠. 마치 그녀의 이야기, 그녀의 입장을 영화로 만들어 주기를 원하는 것처럼 그녀는 겉으로는 거부하지만 실제로는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과거를 재현하도록 이끌고 있는 언행불일치적 행보를 보입니다

이러한 그녀의 모순은 극 중 상황에 맞지 않는 사운드트랙이나 불안정한 카메라의 촬영 기법이 더해지면서 시청각적인 불협화음으로 더욱 강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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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론을 들어보실레요? 어렸을 적 트라우마 때문이에요. 그녀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거죠‘

– 조지(그레이시와 빌 사이의 아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와 그녀의 전남편 빌 사이의 아들, 조지와 만나 그레이스에 관해 새로운 정보를 얻습니다. 조지는 그의 엄마가 유년시절 오빠들에게 성적 학대의 대상이었다는 내용을 그녀의 일기에서 읽은 적 있다고 알려줍니다. 그 말은 엘리자베스를 진실로 인도해줄 힌트가 됩니다. 그녀는 그레이스의 행동에 대한 심리적 동기 또는 원인, 즉 그 사건의 진실을 알아냈다고 믿습니다

– 성충이 되었음에도 날아가지 못하는 나비, 성인이 되었음에도 졸업하지 못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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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은 잎사귀에 붙잡힌 채 날아가지 못하는 나비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나비는 벗어나려고 날개짓을 하지만 잎사귀에 얽매여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버둥거리던 나비는 결국 잎사귀를 벗어납니다

조는 13살이라는 나이에 그레이시와 교재를 한 후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도 졸업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었습니다. 몸은 성인이지만 그의 정신은 아직 13살입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확신도 없고 어리숙한 모습을 종종 보입니다. 그레이시는 조가 맥주를 몇 병 마시는지 확인하거나 그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등 그를 남편이 아니라 다른 자식들과 똑같이 대합니다. 심지어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앞둔 그의 아들이 자신을 위로하거나 대마초를 펴보라고 건내주는 등 그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조는 어린 마음에 감정적으로 끌렸던 성인 여자와 결혼했지만 이제는 그런 관계 속에서 회의감을 느낍니다. 사실상 둘은 부부 관계가 아니라 모자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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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활에 답답함을 느낀 조는 모나크라는 나비 종을 기르기 시작합니다. 그는 실제로 마음의 짐이 있는 사람들이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나크 종을 많이 기른다고 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모나크 나비를 키우는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과도 소통합니다. 그와 문자를 주고받는 한 유부녀와 조는 단순히 나비와 관련된 대화를 넘어 서로의 일상 속 힘들었던 점까지 공유합니다. 어느날은 유부녀인 그녀가 조와 둘이서 함께 멕시코에 가서 나비 구경하러 가자고 제안합니다. 이 커뮤니티는 단순히 나비를 키우는 것을 넘어 부부 관계 속 해방감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레이시는 조가 키우는 나비를 기르려는 것을 못마땅해 합니다. 그녀는 화분을 관리하는 학원에서 꽃을 다듬을 때도 잎사귀를 다 잘라내는 모습을 보이죠

그레이시는 그녀의 전남편 톰과 여러 명의 아이를 가졌고 오랜 시간 가정을 꾸려왔습니다. 그 중 조지라는 아들의 생일파티 하루 전 그녀가 저지른 불륜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는 감옥에 수감되고 가족들은 그녀를 떠납니다

그레이시는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 하에 놔두어야 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성인 남성 톰과의 관계 속에서 탈피해 어린이인 조와 결혼합니다

조지는 엄마가 그런 짓을 벌이고 떠났기 때문에 그의 인생이 혼란스러워졌다 말합니다. 그러나 그녀와 멀어진 가족들은 오히려 자유분방한 나비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녀를 떠난 자식들은 머리도 알록달록 염색하고 독립적이며 통제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죠. 아들 조지가 처음으로 성적인 관계를 맺은 것도 엄마가 그녀를 떠난 바로 다음날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였습니다. 그레이시와 조 사이의 첫째 딸 호너는 집을 떠나 이미 졸업한 것으로 나옵니다. 독립적인 그녀는 유일하게 엄마의 행동에 대해서 반항하며 자신을 관리하려는 듯한 엄마의 태도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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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또한 그레이시의 통제 하에 묶여 있는 인물입니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성충이 되었음에도 철장 속에 갇혀 있는 나비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그는 종종 장애물에 가려져 있거나 그의 뒤로 나무나 수풀 등의 배경에 둘러싸여 갇힌듯한 환경 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는 집이라는 철장 속에 갇혀 날아가지 못하는, 밖에 있다가도 불이 켜지면 철장 속으로 허겁지겁 돌아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집 밖에 나와서도 마당의 수풀을 서성이거나 또는 지붕에 붙어서 하늘을 바라볼 뿐입니다.

조의 엄마는 영화 속에서 한 번도 등장하거나 언급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그의 엄마는 그레이시기 때문입니다. 조는 그의 아버지를 뵈러 갈 때도 홀로 방문합니다. 그는 사실상 짝이 없는 사람처럼 묘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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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서 얘기를 나누는 조와 아들, 그들을 밑에서 ‘Boys’라고 부르는 그레이시의 모습은 마치 엄마가 두 아들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메이 디셈버는 장면장면 상황에 맞지 않는 브금을 삽입하거나 180도 가상선의 원칙(두 인물 간의 대화를 촬영할 때 두 인물 사이를 잇는 선 중심으로 왼쪽이나 오른쪽 한 곳에서만 촬영해서 안정감을 유지하는 원칙)을 고의적으로 깨는 등 겉으로는 문제 없어보이는 것 같은 장면 속에 정체 모를 불균형적인 분위기를 부여해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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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시각적 불균형은 조가 엘리자베스와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마치 펼쳐진 나비의 날개 한 쌍처럼 균형을 되찾습니다

조는 엘리자베스가 그녀에게 접근하면서부터 새로운 시작의 기미를 감지합니다. 엘리자베스와 조는 둘 다 공교롭게도 36살 동갑입니다. 그리고 과거에 조가 그레이시와 처음으로 교재했을 당시 그레이시의 나이도 36살이었습니다. 즉, 조가 연애하는 상대의 나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그는 미성년자로서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과 어긋난 교재를 했지만, 현재의 그는 동갑내기, 즉 성인과 성인으로서의 교재를 통해 남들처럼 올바른 사랑을 처음으로 할 기회에 놓인 것입니다. 이는 그로 하여금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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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사진은 조가 엘리자베스와 함께 산책하며 대화하는 장면의 일부입니다. 이 장면 속 조와 엘리자베스는 한 쌍으로 균형을 이룹니다. 그들은 천천히 수풀 속에서 벗어나 풍경이 보이는 개울가로 걸어 나옵니다. 이는 항상 수풀 속에 둘러싸여 있던 조가 자신을 묶어두던 배경 속에서 엘리자베스와 함께 탈피함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둘의 모습은 마치 나비 한 마리가 수풀 속에서 바깥 세상으로 폴폴 날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둘은 거리적으로도 집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습니다. 조는 엘리자베스와의 만남을 통해 집이라는 그레이시의 철장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산책 갔다온 조는 침실에서 울고 있는 그레이시를 발견합니다. 그녀는 조에게 다짜고짜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더 이상 이웃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시간이 낭비된 것 같아 슬프다고 울분을 토합니다. 그러더니 조를 보고 엘리자베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두 부부는 그들의 관계에 한해서는 모든 것을 애둘러서 말합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과거, 그 사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입니다. 케이크는 그레이시가 조를 잡아두는 달콤한 먹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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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조에게 케이크를 거의 반강제로 잘라주며 그의 긍정적 반응을 받아내는 그레이시. 그녀의 눈물 자국 가득한 미소는 모습은 어딘가 뒤틀려 있어 무섭다는 느낌까지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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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 속에서 부부는 불완전합니다. 영화는 지속적으로 반으로 분할된 장면이나 반으로 접힌 사진등을 보여줍니다. 조와 그레이시는 분할된 화면 속에 함께 나타나지 않고 분절된 느낌을 줍니다. 반면, 엘리자베스와 조가 등장하는 장면은 둘은 한 쌍으로 동등하게 등장합니다. 위 장면에서도 조와 그레이시는 화면을 반반 차지하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가 감옥에서 출산한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을 발견합니다. 그 사진은 반으로 접혀져 있으며 보이는 부분에는 그레이시가 아이를 안고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접힌 쪽의 반대 부분을 펼쳐보자 보통 가족 사진이라면 남편이 있어야할 자리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레이시의 가족 사진에는 남편이 없습니다. 이 사진은 결국 조도 그녀의 자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는 엘리자베스에게 진심으로 호감을 느끼고 둘은 더욱 가까워집니다. 졸업식 전날 조는 둘은 엘리자베스의 집에서 관계를 맺습니다. 조는 자신이 처음으로 성인 대 성인의 사랑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곧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조를 성인으로서 사랑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녀가 조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갔던 것은 그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레이시의 역할을 완전히 흡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를 몰래 만난 것은 과거 그레이시가 그를 몰래 만나던 느낌을 재현해보기 위함에 불과했습니다


조는 그가 13살의 소년이 아닌 36살의 성인으로서 사랑을 했다고 믿었지만 엘리자베스에게도 그는 13살의 소년에 불과했습니다. 더 과하게 말하면 그레이시를 완전히 흡수해야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있어서 조는 미성년자여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스토리를 재현한 것 뿐이었습니다. 섹스 후 침대에서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동갑인데도 불구하고 어른이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보입니다

침대라는 공간은 연인들 사이에서는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조가 이성과 진지한 대화를 하는 공간으로만 등장합니다. 이는 조와 그레이시, 그리고 조와 엘리자베스의 관계는 아들과 엄마의 관계에 더 가깝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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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가 자신의 나이에 거쳤던 과정을 스스로도 모두 거쳤으며 그녀에게 완전히 이입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레이시는 겉으로는 부정하지만 자신의 이야기와 그 사건의 진실이 세간에 알려지기를 원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조에게 그레이시와 그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그레이시는 그 이야기가 알려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며 조언합니다. 그러나 조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녀는 그레이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고, 그레이시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엘리자베스의 믿음을 부정하고 집을 떠납니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가 13살의 조와 관계를 가진 첫날밤 그에게 주었던 편지를 낭독합니다. 그녀는 트라우마 가득한 정신 불안증을 가진 그레이시를 완벽히 소화해내는듯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 졸업식

조는 그날밤 그레이시와 그들의 관계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생각에 대해서 처음으로 그녀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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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날 유혹했잖아? 그때 주도한게 누군데? 주도한게 누구냐고?“

– 그레이시


둘은 그 일에 대해서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해본적이 없고 어떻게든 애둘러서 표현하는게 다였지만 서로 암묵적으로 들추어내지 않었던 그 사건에 대해 조는 처음으로 운을 띄웁니다


조는 그때 당시 자신이 제대로된 판단을 하기에 너무나 어렸으며 그들의 관계를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는게 어떴냐고 쭈뼛쭈뼛 말하지만 그레이시는 극 중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강압적인 태도로 조를 몰아붙입니다. 조는 엄마한테 혼나는 어린 아이마냥 흐느껴 울 뿐입니다. “그때 주도한게 누군데? 주도한게 누구냐고?”라는 대사는 르투어노가 실제로 남편한테 했던 대사입니다. 그 감정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줄리안 무어의 연기력으로 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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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자식들이 졸업하면서 자신도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마음이 있었을테지만 그녀와 엘리자베스와 관계도 결국 그레이시와 그의 관계를 재현한 스토리에 불과했으며 그레이시 또한 졸업식이 지나고 조를 떠나보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그는 아마도 평생 그레이시의 철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는 여러가지 졸업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조와 그레이시의 쌍둥이 자매의 졸업식이 있습니다. 또 알에서부터 애벌레, 번데기 그리고 나비로 성장하는 변태 과정을 거치는 나비의 졸업 과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가 그레이시의 철장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성인이 되려 노력하는 졸업 과정이 있습니다

조는 끝내 성장하지 못하지만 그는 나비를 키워냈고 자식들을 키워냈습니다. 졸업식 아침 그는 그가 키워서 성충이 된 모나크 나비, 그리고 자식들을 떠나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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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충이 된 나비를 날려보내는 조의 모습. 이 장면은 나비를 날려보내는 조의 모습을 직접 찍지 않고 유리에 반사된 조의 모습과 집 안의 모습을 겹쳐 보여주므로써 나비는 집 밖으로 날아가지만 조는 여전히 집 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는 야외에 있을 때도 차 안에 갇혀 있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가 되는데. 졸업식장으로 자식들을 보내줄 때도 차 안에서 그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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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가 펜스 뒤에서 서서히 걸어나와 자식들이 졸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 그는 그의 가족 중 유일하게 졸업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졸업식장에 참석하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철장 속에 갇혀 살 신세이지만 그럼에도 자식들을 집이라는 철장 밖으로 키워냈기에 펜스 끝에 붙어서 그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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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의 과정을 겪는 인물은 한 명 더 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라는 공감하기 힘든 인물에 이입하기 위해 그녀가 자신의 나이에 거쳤던 발자취를 똑같이 재현해서 그녀의 인격 자체를 흡수하려 합니다

영화 초반에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를 관찰할 때는 항상 검은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가 그레이시를 파악해 나갈수록 그녀의 옷 색깔은 옅어지며 회색 지대를 지나 마지막 졸업식에서는 하얀 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이는 처음에는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라는 범죄자를 객체, 즉 악으로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 이입하게 되면서 객체가 주체로 바뀝니다. 곧 새까만 악으로 보였던 그레이시가 엘리자베스 입장에서는 점차 공감과 연민(그레이시의 어렸을적 트라우마)을 줄 수 있는 이입의 대상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 모습은 번데기 속에서 나비가 부화하는 것의 비유적인 묘사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 제 아들이 퍼트리고 다니는 말을 설마 믿는건 아니죠? 제가 어렸을 때 오빠들에게 그런 짓을 당했다는건 사실이 아니에요 ”

– 그레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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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레이시는 조지가 엘리자베스에게 그녀의 과거 유년시절에 관해 얘기해 주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레이시는 그것이 사실 거짓말이고 자신은 트라우마도 없고 정신적으로 멀쩡하다고 주장합니다. 그 부분도 꼭 영화 속에 반영해 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당황한 엘리자베스를 남겨두고 떠납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그레이시 몰래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진실을 알아내었다고 믿었지만 더 이상 그것 사실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레이시에 이입하는데 실패한 채 영화 촬영에 들어간 엘리자베스는 졸업식 전날 선보였던 연기와 대조되는

최악의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3번의 테이크를 거쳤음에도 그녀의 연기력은 발전이 없으며 감독마저 포기하고 넘어가려합니다. 엘리자베스가 한 번만 더 찍자고 부탁하며 4번째 테이크가 시작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그녀가 어떤 연기를 펼쳤는지 볼 수 없지만 그레이시에 이입하는데 실패한 그녀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할 것입니다. 엘리자베스도 졸업에 실패한 인물입니다

– 사건의 한가지 진실을 담아내려는 영화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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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시는 모순에 가득찬 인물입니다. 겉으로는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지 않으려하면서도 통제적이었던 유년 시절의 가정 환경을 계속해서 언급하고 엘리자베스가 그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더니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런 엘리자베스의 믿음에 뒤통수를 날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 사냥 나갈 때 따라다녔다는 그녀, 현재는 그녀가 총을 잡고 사냥을 나서고 있습니다. 그녀는 숲 속에서 여우를 발견하고 총을 겨누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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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플래시백 장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관객도 과거 그레이시와 조의 사건을 직접 보지 못합니다. 만약 영화가 그 사건을 직접 재현하려 한다면 극 중의 엘리자베스와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그들을 연기하는 순간 당시에 그들이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결정하는 것이 되며 그것은 또 사건에 하나의 답을 내놓아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레이시는 관객에게도 객체입니다. 그녀의 모순적 행보에 대해 여러가지 원인이나 심리적 동기를 추측 할 수 있을 뿐 한가지 확답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엘리자베스와 관객은 그녀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라는 정보 속에서 정답을 찾아낸 듯 보였지만 그 또한 그레이시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엘리자베스와 관객은 그저 그녀의 손아귀에 놀아난 것뿐이었습니다

메이 디셈버는 사건을 재현하므로써 한 가지 진실을 도출해내려는 영화의 패배를 보여줍니다. 영화가 끝나도 엘리자베스는 최악의 연기력을 선보일 것으로 암시되며, 관객은 그레이시의 진실이 도대체 뭔지 계속해서 의문을 던질 것입니다

‘나는 너가 좋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것뿐이야. 왜냐하면 나쁜 일들, 그건 그냥 일어나기 때문이지’

– 조

출처: 누벨바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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