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다낭시’라 불릴 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베트남 중부 도시 ‘다낭’ 근교에는 베트남의 옛 수도 ‘후에(Hue)’가 있다.
다낭, 냐짱(나트랑), 푸꾸옥 같은 휴양지처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1945년까지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다. 과거의 영광이 고스란히 담긴 역사·문화유산이 가득해 우리나라 경주와 비견될 만하다.
후에는 내년 1월 1일 중앙직할시로 승격된다. 수도인 하노이, 호찌민, 하이퐁, 껀떠, 다낭에 이어 여섯 번째다.
이에 맞춰 후에 푸바이 국제공항도 최근 확장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연간 500만 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2030년까지 이를 두 배 가까이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제2의 부흥을 준비하는 후에를 이달초 찾았다.
◇ 광활한 라군 바라보는 전용 인피니티 풀… 리조트 속 힐링
아직까지 후에 직항편이 없어 다낭으로 향하는 밤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낭에서 버스, 기차 등으로 이동하거나 하노이·호치민 관광 후 국내선을 이용해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자정에 다다른 시각 다낭 국제공항을 나와 후에 방향으로 차로 60㎞(1시간 거리)를 달리니, 동남아시아 최대 라군(석호)인 땀장호(Tam Giang Lagoon)를 끼고 총 92개의 객실이 듬성듬성 펼쳐지는 베다나 라군 리조트 앤 스파가 나온다. ‘베트남 최초의 수상 방갈로’를 구현한 워터 풀 빌라가 특히 이색적인 곳이다.
전용 산책로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니 160㎡(약 50평)의 공간에 킹사이즈 침대(또는 트윈 침대)와 잔잔한 라군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유리 바닥이 눈에 띈다. 이어지는 대형 테라스에는 라군을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전용 인피니티 풀(6.3mx2.5m), 선데크, 그물 모양의 해먹이 있다. 외부와 단절된 듯한 고요함 속 힐링을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라군을 바라보며 즐기는 요가·태극권 무료 프로그램부터 리조트 오너가 한 마리씩 사 모았다는 150마리의 공작새·앵무새 정원(아라 새 정원)까지, 리조트 안에서도 오롯이 즐길거리가 많다.
가장 큰 메리트는 가격이다. 언덕 위에서 라군을 조망할 수 있는 힐사이드 풀빌라(전용 수영장 포함, 210㎡)는 지금 같은 비수기에 21만~22만원 정도면 예약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유사 조건의 다낭 5성급 리조트 가격(50만~60만원대)과 비교하면 반값 이하다. 이 숙소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성수기엔 40만원대로 두 배 올라간다.
베트남 현지에서 근무하는 호텔업계 관계자는 “후에는 외지인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낭과 비교하면 동급 기준 가격대가 50~80% 정도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고 했다.
◇ 후에성부터 동바 시장까지… 도심 속 작은 사치
후에에 왔다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후에성이다. 1993년 베트남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후에성은 ‘후에의 랜드마크’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베트남전쟁 등을 거치며 대부분 파괴되었으나 복원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응우옌 왕조 왕과 관리들이 중요한 의례, 모임을 진행했던 태화전이 지난 11월 복원을 마치고 방문객을 맞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10㎞에 이르는 커다란 성벽, 해자로 둘러여 시타델(Citadel·요새)이라고도 불리는 후에성은 버기(툭툭이)라 불리는 이동 수단으로 주요 명소만 둘러보더라도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후에성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필그리미지 빌리지 리조트 앤 스파로 짐을 옮겼다. 이곳은 카이딘 황제릉, 티엔무사원 같은 대표 역사 유적은 물론, 후에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인 동바 시장을 들보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리조트는 푸르른 수풀로 덮인 조용한 정원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후에의 건축물과 베트남 전통 가옥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듯한 이곳은 2인부터 대단위 가족까지 묵을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객실을 173개 보유하고 있어 보다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
비수기 기준 35㎡ 크기 객실은 조식을 포함해도 12만 원 정도(비수기 기준)에 예약 가능하며, 63㎡의 풀 액세스(수영장으로 바로 연결)는 20만 원 안팎에 묵을 수 있다. “가격이 좋고, 직원들이 친절하다”는 후기가 많다. 하루의 지친 피로를 60분(또는 90분)짜리 마사지로 풀어보는 작은 사치도 누려볼 만하다.
베트남 중부 전통 음식도 도전해 볼만하다. 굽거나 찐 쌀떡 위에 튀긴 새우가루 등 토핑을 얹은 다음 느억맘 소스를 곁들여 먹는 ‘반베오’, 쌀가루 반죽 안에 새우와 계란, 숙주나물 등 채소를 넣어 바삭하게 부친 베트남식 빈대떡 ‘반코아이’, 타피오카 전분과 새우를 넣고 바나나 잎으로 감싼 후 찐 ‘반봇록’, 쌀 전병이 새우를 감싸고 있는 ‘반라짜똠’. 쫀득한 식감에 달짝지근한 맛이 우리 입맛에도 꼭 맞는다. 식당을 찾아갈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리조트 내 조식 뷔페나 레스토랑을 활용해 볼 수 있다.
베트남에 와서 휴양만 하기 아쉬웠다면, 볼거리가 많은 후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직항이 없어 다른 도시를 거치거나 일정을 같이 짜야 한다는 점은 유일한 흠이다. 다낭이 1997년 중앙직할시로 승격된 이후 크게 성장해 온 것을 보면, 후에도 전철을 밟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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