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여행상품플랫폼(OTA) 시장의 구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존에 잘 나가던 토종 OTA인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의 점유율이 한풀 꺽인 반면, 글로벌 OTA인 아고다가 치고 나오면서 생긴 일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2016년부터 매년 수행하는 ‘여행상품 만족도 조사’에서 2023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1년간 온라인 여행상품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만2693명에게 ‘어떤 플랫폼을 이용해 봤는지’ 묻고 코로나 전후 6년간의 추이를 비교했다. 가격비교, 숙박전문앱 등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OTA 24개 브랜드를 제시했으며 이 중 이용률 5% 이상의 9개 플랫폼을 비교했다.
그 결과 올해 소비자의 OTA 이용경험률은 야놀자가 20%로 제일 높았고 이어 여기어때 18%, 아고다 15%, 네이버여행상품 14% 순이었다. 이어 9%의 에어비앤비였으며, 스카이스캐너와 인터파크가 각각 6%, 마이리얼트립과 클룩이 각각 5%로 뒤를 이었다.
야놀자는 코로나 이전 15%에서 2022년 23%까지 오르고, 올해는 20%까지 떨어졌으나 국내·해외 OTA 중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여기어때는 야놀자에 5%p 뒤진 2019년 10%에서 출발해 2023년 20%, 올해 18%로, 모두 2%p 차로 접근해 선두를 위협했다.
2015년 항공권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여행상품은 추락세를 면치 못했다. 2022년 19%로 2위에 올랐으나, 이후 급락해 올해 14%로 내려앉으며 여기어때와 아고다에 추월당한 채 4위에 그쳤다. 국내여행 비율이 높은 단순 중계 위주 사업모델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년부터 조사 대상에 포함된 인터파크는 1년만에 반 토막 수준인 11%에서 6%로 내려앉았다. 반면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OTA 중 유일하게 보합을 유지하면서 순위가 10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대부분의 국내 OTA와 달리 해외 현지인 가이드 연결, 다양한 체험상품 등 마이리얼트립의 차별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OTA는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시기 토종 OTA에 밀려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던 아고다가 대표적이다. 2019년 이용경험률 11%에서 2021년 7%로 바닥을 친 뒤 급상승해 최근 2년 연속 15%를 찍었다. 올해는 네이버여행상품을 5년만에 앞질러 3위로 올라섰고 선두 야놀자와의 차이도 5%p로 좁혔다.
에어비앤비는 조사기간 내내 큰 변동 없이 9% 선에서 머물렀고, 스카이스캐너는 코로나 전 10%에는 못 미쳐도 2021년 3%에 비해 2배가 오른 6%를 기록했다. 클룩은 코로나 이전 점유율을 상회하며 4%에서 5%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OTA 특유의 전문성에 기반한 경쟁력 덕분”이라며 “에어비앤비는 공유숙박, 스카이스캐너는 항공권, 클룩은 액티비티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트렌드는 국내 OTA가 당면한 위험 요소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여행 지표가 ‘국내여행 감소, 해외여행 증가’를 예측하고 있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국내 OTA가 해외여행, 액티비티 등으로 영역을 넓혀 왔음에도 국내여행과 해외 숙소∙항공권 중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여전히 큰 약점이다.
시장 축소 조짐도 주목할 만한 리스크다. 지난 1년간 OTA를 이용해본 소비자는 59%로 전년 대비 2%p 감소했고, 1인당 이용 경험 플랫폼 수도 전년 2.2개에서 2.1개로 줄었다. 여행비 지출의향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국내 위축, 해외 회복’이라는 여행 트렌드가 OTA 시장 판도에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국내여행 하락, 해외여행 회복’으로 엇갈린 여행 추세가 두드러진다”며 “글로벌 OTA의 반격으로 시장 구도에 변화 또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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