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117년 만의 11월 폭설로 온 나라가 하얀 눈 세상이 됐다. 너무 멋진 눈 풍경이 공원이나 거리를 산책하는 사람도 늘었을 법 하다. 하지만 하얀 눈 세상을 마냥 즐겁게만 볼 일이 아니다. ‘피부의 적’인 자외선이 겨울철 하얀 눈에 반사되면서 그 양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눈뿐만 아니라 얼음에 의해 햇빛이 반사되면서 자외선 노출량이 증가할 수 있어 실외활동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과도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경우 피부 세포의 손상이 생기며 심하면 암 발생 위험도 증가시킨다.
흔히 생기는 피부암으로 편평세포암, 기저세포암, 흑색종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은 발생 비율을 차지하는 기저세포암은 표피 가장 아래 있는 기저세포의 이상으로 발생하며 주로 햇빛 노출 부위인 얼굴에 나타난다. 기저세포암은 혈류나 림프절을 통해 전이되는 것은 드물지만, 주변 조직으로 직접 침윤하며 정상 조직을 파괴하여 뼈를 뚫기도 한다.
기저세포암은 서양인에서는 반투명하며 중앙부에 궤양이 생기고 주변에 둥근 원 모양의 테두리가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색소성 반점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점으로 오인하고 방치하거나, 잘못된 레이저 치료로 인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흔해 주의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피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자외선이 강한 시간대의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20분 전에는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펴 바르는 것이 좋다. 자외선을 피할 수 있는 양산이나 모자, 소매가 긴 옷 그리고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실내 태닝도 피부암의 중요한 유발 원인이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피부암은 초기에 발견할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 얕은 기저세포암은 수술 없이 약물치료나 냉동 요법, 레이저 시술 등으로 제거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증상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크기가 6㎜ 이상이거나 △비대칭적인 모양을 가지는 경우 △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 △색깔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 △점의 색이나 크기가 수개월간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경우 △인설, 미란, 삼출, 가피, 궤양 또는 출혈 등의 변화가 생길 때 △가렵거나 따가움, 통증 등이 생길 때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의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피부암의 치료법은 다양하지만, ‘모즈미세도식수술’(이하 모즈수술)은 암 조직을 가장 말끔히 제거하면서 미용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모즈수술은 피부암을 완전 절제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직접 피부암의 절제 범위를 확인하는 수술법이다. 피부암 치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는 근치적 치료법으로, 피부암 완치율이 높고 정상 조직을 잘 보존할 수 있다. 특히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얼굴 부위에 발생한 피부암에 최적화된 수술법으로도 알려져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서수홍 교수는 “얼굴이나 목 등 햇빛 노출이 많은 부위에 의심스러운 색소 반점이 있거나, 만졌을 때 까슬까슬한 각질을 동반한 홍반이 있을 때는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라며 “평소 자외선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은 꾸준히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등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겨레 김보근 선임기자 /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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