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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팔만대장경 조판 기술 간절한 마음으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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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종찰 해인총림 합천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이 본격적인 학술대회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혜일스님은 이날 “다시 간절한 마음으로 대장경판 조판 기술 복원에 나선다”고 밝혔다./사진=황의중 기자

“과거 몽골이 침략했을 때는 우리를 도와줄 미국도 없었고 일본도 시원찮을 때다. (절망적인) 그때 생각했던 것이 부처님 말씀을 한자 한자 새기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자연재해와 인간의 이기심, 급격한 AI(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위기가 와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다시 간절한 마음으로 팔만대장경 조판에 나서는 이유다.”(법보종찰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

국가유산청과 재단법인 불교문화유산연구소는 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대장경판의 조판 기술과 인쇄문화사적 가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해인사 소장 대장경판에 대해 국가유산청과 불교문화유산연구소가 함께 진행하는 ‘팔만대장경 조판 기술 복원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역사학·서지학 등 관련 학계를 비롯해 판각(板刻)의 실무를 담당하는 각수(刻手)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장경판의 조판 기술 복원 및 향후 활용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흔히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해인사 대장경판은 고려 고종 때 부처님의 힘을 빌려 몽골의 침입을 물리치고자 1236년에서 1251년까지 16년 동안 불교 경전을 목판에 새겨 만든 경판이다. 해인사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인 장경판전 안에 보관돼 왔다. 대장경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장경판전은 세계유산으로 각각 등재돼 있다. 대량으로 인쇄본을 찍어낼 수 있는 목판 대장경은 고려 외에 송·요·금나라 등 당시 다른 나라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일제강점기 시기 데라우치 총독은 해인사 대장경판을 책으로 찍어내서 일본으로 보냈고, 이에 기초해서 신수대장경이 만들어졌다.

이날 불교문화유산연구소장 호암스님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이종희 국가유산청 문화유산국장의 환영사,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혜공스님의 축사에 이어 1부 주제발표는 ‘대장경판의 역사문화적 가치’, 2부 ‘대장경판의 판각과 인출’, 3부 ‘대장경판의 판각 기술과 복원 과제’, 4부 종합토론은 ‘대장경판의 인쇄문화사적 가치와 의의’를 주제로 각각 진행됐다.

다양한 발표가 있었던 만큼 눈길을 끄는 발표도 있었다.

김광철 동아대 명예교수는 “해인사 고려대장경판은 대장도감과 분사대장도감 등 두 곳에서 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곳에서 각각 간행된 경판의 수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분사대장도감의 판각사업을 주도한 정안(鄭晏·고려 문신으로 최우의 조카)이 자기 재산을 시주해 대장경 절반을 간행했다는 논평을 염두해보면 분사대장도감에서 간행된 경판의 수량도 상당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은제 팔만대장경연구원 상임연구원은 전체 팔만대장경판의 과반에 해당하는 경판이 해인사 주도 아래 해인사 일대 가야산에서 판각됐다고 분석했다. 신 상임연구원은 “경판 과반을 차지하는 판수제 경판은 판제의 형태, 각수의 표기 방식 등에서 해인사 간행 사간판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며 “이는 판수제 경판이 해인사 주도 아래에 해인사 일대 가야산에서 판각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최연주 동의대 교수는 ‘고려 팔만대장경판의 인출과 소장처’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태조 이성계가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태상왕이던 시절 사재를 털어서 인경(印經·경판을 통한 종이 인쇄)한 사례를 시작으로 다양한 인경 사례를 소개했다. 최 교수는 “인출 불사는 대장경 조성 직후부터 필요에 따라 수시로 거행됐을 것”이라며 “해인사가 팔만대장경 판각 인출, 연구 중심이 돼야 한다. 이를 계승 발전시킬 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안준영 이산책판박물관장은 “고려시대 대장도감처럼 오늘날 해인사 대장도감을 통해서 그 기능과 역할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목판 사전조사를 통한 원형 설계안 확정, 판각 기술 확립, 고려 각법 기반 판각 전문 인력인 각수 양성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은 해인사도 받아들였다. 해인사는 대장경판의 인경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올해 장경도감 인경학교를 설립했다. 또한 지난 9월 2일~5일까지 보경당에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수료증 발급과 함께 향후 장경도감 인경불사에 우선 참여할 수 있다.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은 “수년이 걸리겠지만 각수 등 전문 기술자들이 어느 정도 양성되면 대장경판 조판 기술 복원은 가능할 것”이라면서 “고려 시대는 몽골 군을 피해 숨어서 경판을 만들었다. 그 어려운 시절의 간절한 마음을 되살려 복원 사업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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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대장경판 제작 기술과 관련된 발표./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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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데라우치 조선 총독이 팔만대장판으로 찍어낸 경전./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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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판 사진을 통한 분석./사진=황의중 기자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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