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있을까요?” “암 환자는 과식하면 안 된다고 하던데 환자가 밥을 더 먹고 싶어 해도 식사량을 조절해야 할까요?”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먹고 마시고 자는 일은 암 환자와 가족들에겐 큰 고민을 낳는 문제기도 하다. 세계적 암치료 권위자인 김의신 박사 역시 지난 10월29일 충북 괴산 아이쿱요양병원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다.
지나친 식이제한 말고 잘 먹되, 붉은 고기 자제
김 박사는 이날 아이쿱요양병원의 초청으로 병원을 방문해 말기 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난 뒤 이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 박사의 강연 요지는 “너무 고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1970년대부터 유전자 분석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활용한 암 진단 기법을 연구하며 미국 텍사스대학 ‘MD앤더슨 암센터’에서 32년간 종신교수로 재직했던 그는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자야 한다”는 단순한 일상의 진리를 강조했다.
식사 문제에 대해선 보통 암 환자들이 병세와 치료약물 반응으로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입맛이 없어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암 환자가 제대로 식사하며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다는 건 사실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오히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통념 때문에 많은 암 환자가 영양 결핍 상태에 빠지기 쉽다는 점을 더 우려했다. 이에 그는 “암세포가 몸속의 영양을 뺏어가는데 밥까지 제대로 먹지 않으면 암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굶어 죽는다”고까지 말하며 지나치게 식이 제한에 얽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영양제나 약물로 특정 영양분을 더 보충하기보단 되도록 다양한 음식을 갖춘 식사를 통해 균형 잡힌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특히 항암 과정에선 체내 단백질 성분이 부족해지 때문에 고기 종류는 충분히 섭취하되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기름기 많은 붉은 고기는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술과 담배 역시 금물이다. 더불어 김 박사는 “목이 말랐을 땐 이미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부지런히 물을 마시라”고 말하며 평소 수분 섭취에도 신경 쓸 것을 조언했다.
암 이겨내는 환자들의 한결같은 특징
무엇보다도 스트레스의 해악을 가장 강조했다. 수면 부족과 정신건강 악화를 비롯해 활성산소 과다 생성, 이상면역 반응, 소화기능 장애를 통한 장내미생물군 파괴 등 우리 몸에서 암을 일으키고 악화하는 다양한 요인이 연쇄적으로 유발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병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나 두려움도 경계할 것을 권고했다. 김 박사는 “무사히 항암치료를 이겨내는 환자들엔 ‘어떻게든 암을 이겨내겠다’면서 삶의 목적이 뚜렷하고 의지력이 강한 이가 많다”며 “(암 투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올바른 마음가짐이며 그다음이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자는 일인데, 서로는 완전히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암 치료는 완치가 아닌 ‘관해’의 과정
이를 통해 김 박사는 암 치료가 완치가 아닌 ‘관해의 과정’임을 강조했다. 관해란 병변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치료 전에 비해 암이 50% 이상 감소한 경우 ‘부분 관해’라고 하고, 암이 모두 없어진 경우 ‘완전 관해’라고 한다. 김 박사가 암 치료를 ‘관해의 과정’이라고 강조한 것은, 치료를 통해 암세포나 암으로 발전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건강하고 절제된 생활습관을 통해 평소 암의 성장을 억제하고 증상이 줄어들도록 꾸준히 암세포 재발을 관리하는 장기간의 여정이란 것이다.
김 박사가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아이쿱요양병원은 표준 항암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4기 및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친환경 항암식단과 통증 완화 등의 집중 의료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암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 항암치료와 돕고 암 재발 방지를 목표로 65명 규모의 정식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한겨레/최지현 객원기자 / webmaster@huffingto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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