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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교회 안에서만 하나님을 찾지 마시고 고난 한가운데로 가보십시오. 그곳에서 우리는 각자에게 숨겨진 하나님의 형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위로하시는 하나님, 고난 가운데서 울고 계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증오와 저주, 혐오의 말을 쏟아내는 거리 한복판에선 하나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고난 가운데로 찾아와주시실 바랍니다.”(세월호 참사 유가족 박은희씨)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서 18일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100주년 기념대회는 약자와 동행하며 하나님 안에서 일치와 연합을 추구하는 에큐메니컬 정신의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NCCK는 1924년 9월, 최초의 한국 기독교 연합기구인 ‘조선예수연합공의회’로 출발해 현재 9개 교단, 5개 연합기관, 지역협의회로 구성돼 있다. NCCK는 근현대 사회 고난 속에서 민주화 및 에큐메니컬 운동 발전에 기여했다.
‘손잡고 가는 우리, 함께’라는 주제로 진행된 기념대회는 공연과 증언, 선언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행사는 NCCK 소속 회원 교단과 연합기관, 지역협의회 대표자 15인의 기도문 낭독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신앙고백을 하면서 앞으로 주어질 사명을 연대하며 해쳐 나갈 것을 다짐했다.
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우리를 향한 교회와 사회의 시선을 엄중하게 대면하면서 변화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다소 무거운 과제를 진중하게 받아드린다”며 “주님이 걸으셨던 고된 십자가의 길이 교회가 가야 할 영광의 길이라는 역설은 변할 수 없는 진리임을 믿는다”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에는 NCCK가 한국교회와 함께 풀어갈 사회적 과제를 다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주년 사회선언문 사회의제 : 한국교회의 경청과 응답’도 발표됐다.
사회선언문에는 △경제 부정의 △정치양극화 △인구절벽 △성차별 △한반도 평화 △기후위기 △인구절벽 등 NCCK가 집중해 온 주요 의제 15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 담겼다. NCCK는 의제마다 구체적 실천 목표와 한국교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이 선언문에는 “정의가 무너지고 평화가 파괴되고 생명의 존엄성이 말살된 세계 안에서, 교회는 정의·평화·생명의 복음을 구현해야 한다”며 “이 땅 위에서 희망을 주는 교회로서 몫을 다하기 위해 더욱 정진하고자 한다”며 NCCK가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을 정의했다.
이날 기념대회는 다양한 공연과 증언으로 채워졌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창작 판소리로 그린 ‘갈릴리 예수’는 큰 호응을 얻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간도 가졌다. NCCK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 시민군이었던 고(故)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와 세월호·이태원·과로사 한 쿠팡배달 노동자 유가족을 이날 초청했다.
한편, 이날 기념대회에 앞서 NCCK 제73회 정기총회가 진행됐다. NCCK는 총회에서 조성암 한국정교회 대주교를 신임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2016년 11월 한국 정교회 대주교로는 처음으로 NCCK 회장으로 선임돼 1년간 활동한 바 있으며 8년 만에 같은 자리를 다시 맡게 됐다.
NCCK는 또한 총회에서 ‘교회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활동의 건’을 채택하고 차기 총회와 각 회원교단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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